진안 마이산 봄 여행
2011년 04월 07일(목) 00:00
신의 솜씨인가 오묘한 봉우리 절묘한 돌탑들

마이산은 계절별로 그 이름이 달라진다. 봄에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배의 돛대와 같다 하여 돛대봉이라 부른다. 진안 진안읍 단양리 사양제에 비치는 마이산의 모습은 영락없는 돛대의 형상을 하고 있다.

봄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이 마냥 설레기만 하다. 차창으로 스며드는 포근한 봄바람과 초록을 갖추기 시작한 풍경이 새삼 봄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포근함을 안고 광주에서(호남고속도로-88올림픽고속도로-남원-순천완주고속도로-49번국도-26번국도-30번국도)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전북 진안. 눈에 들어오는 마이산(馬耳山)의 모습이 신비롭기 그지없다.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지어진 마이산은 이름만큼이나 흥미로운 모습으로 찾는 이들을 반긴다. 차를 타고 입구로 들어서기까지 마이산는 보는 위치에 따라 수십번 모습을 바꾸었다.

이곳 사람들은 동쪽에 위치한 숫마이봉(680m)은 남근이 불끈 솟은 형상을 하고 있다해서 이름 붙여졌고, 서쪽 봉우리는 부끄러워 숫마이봉 뒤로 숨었다 해서 암마이봉(686m)으로 이름지어졌다고 전했다.

마이산은 음양이 함께하는 세계 유일의 부부봉이다.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은 백악기의 역암(礫岩)으로 산은 생성시기만큼의 신비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마이산은 진안읍 단양리에서 출발하는 북부 코스와 마령면 동촌리에서 시작하는 남부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북부 코스를 선택했다. 북부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사양제라 불리는 저수지에 차를 세웠다. 사양제를 눈 앞에 두고 펼쳐지는 마이산의 모습은 ‘아’하는 탄성을 자아낸다. 마이산의 두 봉우리가 물에 비쳐 사양제가 마이산이 되고 마이산이 사양제가 된다.

마이산은 조선 건국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남원 운동에서 왜구 무리들을 무찔러 대승을 거두고 개선길에 마이산에 들렀다고 한다. 이후 마이산에서 30일 동안 기도하며 건국의 대의를 품었다고 전해진다. 태조 이성계의 흔적을 쫓아 마이산에 올라섰다.

아직은 초록을 다 갖추지 못했지만 부끄럽게 고개를 내민 새싹들이 봄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북부 코스 입구에서부터 천왕문을 지나 은수사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놓인 900여개의 계단은 찾는 이들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다람쥐와 청설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름 모를 산새소리의 지저귐이 오르는 내내 흥을 돋는다. 500여개의 계단을 올라 천황문에 다다랐다. 흔히들 문(門) 모양의 천황문을 찾곤 한다. 하지만 천황문은 숫마이봉과 암마이봉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물이 갈라지는 분수령으로 숫마이봉과 암마이봉에서 내려온 물이 북쪽으로 흘러 금강, 남쪽으로 흘러 섬진강으로 섞인다.

암마이봉은 지난 2004년부터 휴식년제에 들어가 오는 2014년 10월까지 등산로가 폐쇄돼 오를 수 없었다. 아쉬움이 남았다.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인 두 봉우리의 신비함에 취해 한참을 둘러보다 계단을 내려섰다.

200여m의 계단을 따라 은수사로 들어섰다. 숫마이봉이 품고 있는 은수사는 고요한 산채의 멋과 함께 소박함을 느끼게 한다. 앞마당에는 거대한 법고와 목어가 산채의 멋을 더한다. 은수사에서 바라보는 숫마이봉의 모습은 영락없는 코끼리의 모습이다. 작은 산책로와 어우러진 나무를 따라 탑사로 향했다.

자연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 마이산이라 한다면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은 마이산의 탑들이다. 이갑용 처사가 1885년에 마이산에 들어와 솔잎을 생식하며 수도하다 쌓기 시작했다는 탑들은 신비로움으로 그의 땀방울을 느끼게 한다.

암마이봉이 품고 있는 탑사는 당시에는 절 이름도 없었으나 그가 평생 동안 쌓은 탑들로 인해 언제부턴가 탑사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는 108기의 탑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80여기의 탑이 남아 마이산을 수호하고 있다.

특히 탑들은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 그 멋을 더한다. 대웅전 뒤 절벽 쪽으로 8년 동안 쌓았다는 오방탑, 천지탑이 자리 잡고 있고 앞으로 월광탑, 일광탑, 중앙탑이 위치하고 있다. 탑들 중간에는 천연기념물 제 380호인 줄사철나무가 짙푸른 초록을 뽐내고 있다. 탑사에서 바라본 암마이봉은 마치 봉우리에 폭격을 맞은 듯한 타포니 지형의 작은 굴로 흥미로움을 자아낸다.

탑사에 위치한 섬진강 발원지 용궁에서 약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되돌렸다. 왕복 2시간 동안 마이산은 참 많은 것을 보여줬다. 4월을 화려하게 수놓는다는 마이산의 화려한 벚꽃과 만추의 절경을 자랑한다는 곱상한 단풍을 보지 못했지만 마이산 자체만의 신비로움에 취한 2시간이었다.

마이산을 내려와 진안 역사박물관에 들러 ‘걸어온 길’을 간직하려는 노력을 엿본 뒤 차를 돌렸다. 광주로 돌아오는 길목에 진안읍 군상리 ‘진안 허브농장’에 들러 코끝을 자극하는 향긋한 허브향에 취했다. 4월말이면 10만여㎡ 규모의 농장을 보라색의 꽃잔디가 수 놓은다고 한다.

암마이봉 남쪽 기슭에 위치한 탑사에는 80여기에 달하는 석탑들이 100여년의 세월 동안 비바람을 참아내며 마이산을 수호하고 있다


/진안=글·사진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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