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 고장 방치… 차도보다 낮은 길 매연 노출
2011년 04월 02일(토) 00:00 가가
[공원 탐방] ⑨ 푸른길 공원
(5) 백운고가~ 동성중 구간
(5) 백운고가~ 동성중 구간
남광주고가도로를 지나 백운고가도로에 이르기까지 푸른길공원은 그저 도보 기능에만 충실한 느낌이다. 주로 운동복이나 가벼운 옷차림의 주부나 노인들이 건강을 위해 지나며, 가끔 주변에 설치돼 있는 건강기구에 오른 이들도 있다. 푸른길공원이 어떠한 형태로 유지 관리돼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지만 도심의 폐선부지를 어렵사리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 다수의 참여를 통해 탄생한 소중한 공간이 광주의 대표자산이 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또 단순한 ‘건강’을 위한 길이 아니라 도시의 여기 저기를 연결하고, 그 주변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인근 주민들의 ‘공동체 공간’으로 거듭나야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백운고가 바로 앞까지 이어온 푸른길은 그 건너편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횡단보도 2곳을 지나야 한다. 제대로 된 안내가 없어 눈대중으로 접근하는 방법밖에 없다. 50m 이상의 구간이 비어있는 셈이다.
대남로 이전까지는 동네 주민보다는 운동을 위해 지역 간 이동을 하는 불특정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구간부터 주변 단독주택과 아파트 주민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장산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도 자주 눈에 들어오지만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점심 후 저녁시간까지 시간이 빈 전업주부들이 2∼3명씩 짝을 이뤄 푸른길의 주인이 됐다.
박모(여·45)씨는 “시설도 잘 갖춰져 있지만 어떨 때보면 너무 시설만 채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이용자의 성향이나 이용빈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시설관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구간은 푸른길이 주택지와 차도보다 낮게 배치돼 있다. 따라서 매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수목 식재에 좀 더 신경을 써야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 구간도 여느 구간과 같이 인공시설들만이 과다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 구간의 바닥재질은 우레탄으로 다른 지역과 다르다. 노래분수, 세면대 등도 고장난 채 방치돼 있었다. 몇몇 초등학생들이 손을 씻으러 왔다가 물이 안 나오자 화를 내며 가는 모습도 보였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푸른길공원의 조성과정과 광주 도심철도의 역사, 근대문화 등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잘 꾸며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 없이 흩어져 있는 담배꽁초였다. 푸른길공원 전 구간에 쓰레기통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에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바닥에 버리면서 공원의 질까지 하락하고 있었다.
쓰레기도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희망근로로 쓰레기를 줍고 있는 이항철(67)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푸른길공원을 거닐며 청소하고 있다”며 “쓰레기 투기가 한계를 넘었으며 좋은 공원을 이용자들이 망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구간을 걷다 보면 가끔 이 길이 도심철도였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건널목 표시가 남아 있지만 별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주변 아파트와 상업시설과 길이 섞이고, 차도에 별도의 보도가 없어 주민들에게 푸른길공원은 평범한 걷는 길이 된다. 길 중간 중간이 끊기고 차가 지나며 그 주변에는 언제나처럼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다. 도시의 공공공간으로 생계를 잇기 위한 노점들의 진출이 잇따르면서 이들을 어떤 식으로 배치 또는 조화시킬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논의는 물론 꾸준히 증가세에 있는 이들 노점상을 일정수준 제어할 필요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도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한참을 내달린 푸른길공원은 남구 진월동 동성중 앞에서 자취를 감춘다. 아무런 안내도 표시도 없이 길은 없어지고 대신 삭막한 건물과 공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광주역 인근에서 그 시작점을 화려하게 알렸지만 끝은 초라했다. 분수나 대리석 장식으로 치장했지만 푸른길공원이 왜 여기서 끝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는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5차례에 걸쳐 푸른길공원 7.9km를 살폈다. 광주시와 시민들은 도심철도 폐선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데 힘을 모았으나 정작 공원의 가꾸고 관리하는 더 중요한 의무는 외면해버렸다. 과도한 시설물들은 푸른길이라는 의미를 퇴색하게 했고 마치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 공원이 만들어진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약간의 인공구조물을 조화롭게 배치해야한다는 공원의 기본 취지에도 어긋난 것이다.
이용자들은 도심 속 걷는 길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었으나 주변 주택지나 상업시설에 활력을 줄 정도까지 미치지 못했으며, 공원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도시가 변화할 정도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푸른길공원이 광주의 소중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우선 이용자들의 인식과 공원을 대하는 태도의 개선, 광주시와 전문가그룹,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공동관리시스템의 구성 등이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
박모(여·45)씨는 “시설도 잘 갖춰져 있지만 어떨 때보면 너무 시설만 채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이용자의 성향이나 이용빈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시설관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구간은 푸른길이 주택지와 차도보다 낮게 배치돼 있다. 따라서 매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수목 식재에 좀 더 신경을 써야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 구간도 여느 구간과 같이 인공시설들만이 과다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 구간의 바닥재질은 우레탄으로 다른 지역과 다르다. 노래분수, 세면대 등도 고장난 채 방치돼 있었다. 몇몇 초등학생들이 손을 씻으러 왔다가 물이 안 나오자 화를 내며 가는 모습도 보였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푸른길공원의 조성과정과 광주 도심철도의 역사, 근대문화 등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잘 꾸며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 없이 흩어져 있는 담배꽁초였다. 푸른길공원 전 구간에 쓰레기통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에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바닥에 버리면서 공원의 질까지 하락하고 있었다.
쓰레기도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희망근로로 쓰레기를 줍고 있는 이항철(67)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푸른길공원을 거닐며 청소하고 있다”며 “쓰레기 투기가 한계를 넘었으며 좋은 공원을 이용자들이 망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구간을 걷다 보면 가끔 이 길이 도심철도였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건널목 표시가 남아 있지만 별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주변 아파트와 상업시설과 길이 섞이고, 차도에 별도의 보도가 없어 주민들에게 푸른길공원은 평범한 걷는 길이 된다. 길 중간 중간이 끊기고 차가 지나며 그 주변에는 언제나처럼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다. 도시의 공공공간으로 생계를 잇기 위한 노점들의 진출이 잇따르면서 이들을 어떤 식으로 배치 또는 조화시킬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논의는 물론 꾸준히 증가세에 있는 이들 노점상을 일정수준 제어할 필요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도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한참을 내달린 푸른길공원은 남구 진월동 동성중 앞에서 자취를 감춘다. 아무런 안내도 표시도 없이 길은 없어지고 대신 삭막한 건물과 공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광주역 인근에서 그 시작점을 화려하게 알렸지만 끝은 초라했다. 분수나 대리석 장식으로 치장했지만 푸른길공원이 왜 여기서 끝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는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5차례에 걸쳐 푸른길공원 7.9km를 살폈다. 광주시와 시민들은 도심철도 폐선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데 힘을 모았으나 정작 공원의 가꾸고 관리하는 더 중요한 의무는 외면해버렸다. 과도한 시설물들은 푸른길이라는 의미를 퇴색하게 했고 마치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 공원이 만들어진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약간의 인공구조물을 조화롭게 배치해야한다는 공원의 기본 취지에도 어긋난 것이다.
이용자들은 도심 속 걷는 길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었으나 주변 주택지나 상업시설에 활력을 줄 정도까지 미치지 못했으며, 공원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도시가 변화할 정도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푸른길공원이 광주의 소중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우선 이용자들의 인식과 공원을 대하는 태도의 개선, 광주시와 전문가그룹,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공동관리시스템의 구성 등이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