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꿈꾸는 도시 광주의 조건
2011년 01월 11일(화) 00:00
중세 유럽 속담 중에 “도시의 공기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표현이 있다. 그러한 속담이 나오게 된 계기는 중세 계급 사회에서 도시는 유일한 자유민들의 거주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민만이 영주나 교회로부터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즉 시민이란 누구에게 예속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정치적, 경제적 의사 결정을 하는 존재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과거 우리의 도시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이 아닌 왕의 신민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도시의 자율성은 미미했다.

서구의 도시처럼 자율성 확보를 위해 저항을 하거나 타협을 하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아시아 사회가 율령격식에 의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었고 향약을 비롯한 자율적 기구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서양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도시 스스로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현대 사회는 국가 단위로 경쟁하는 사회가 아니라 도시를 중심으로 경쟁하는 사회다. 과거에는 국가가 경쟁에서 중요한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기업이 중심이 되고 도시가 경쟁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도시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성하는 시민들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사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창조적 사고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모두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오일 달러를 기반으로 과도한 투기를 부추겨서 한때 세상을 놀라게 했던 두바이는 사막의 신기루가 되었고 금융 거품만 키웠던 몇몇 국가와 도시들은 최근 그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자본의 역외 유출을 막고 도시의 자생력을 키웠던 볼로냐처럼 내실 있게 성장하는 도시가 있기도 하다.

2000년 유럽의 문화 수도로 선정되기도 했던 볼로냐의 경쟁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하지만 그 중 하나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인 볼로냐 대학이 있다는 점이다. 지식 기반의 현대 사회에서 물리적 기반인 대학은 그만큼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된다. 아무리 네트워크를 통해 지식의 공유가 가능하다고 하나 인간이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건 매우 어렵다.

또 브라질의 꾸리찌바는 창조, 유연, 단순, 저비용을 통해 대중교통을 비롯한 행정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던 도시다.

급행버스시스템(BRT)을 도입하여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였다. 꾸리찌바는 많은 도시들이 막대한 비용을 소모해 가며 지하철을 도입하거나 아니면 대중교통을 외면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여건에 맞는 최적의 수단을 선택했던 것이다.

2011년 광주는 새로운 창조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창조를 꿈꾸는 광주의 조건으로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시민, 도시의 발전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고등 교육 기관, 지역 여건에 맞는 합리적 의사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새롭게 시작한 한해가 더욱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김기홍 광주경실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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