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신년특집] 길은 내가 되고, 나는 길이 되고
〈1〉 프롤로그
2011년 01월 01일(토) 00:00

최근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살아 숨 쉬는 나무들, 푸근한 흙길, 푸른 하늘 등을 벗삼아 자연과 함께 걷는 도보 여행자들은 자연 속의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고 있다. 사진은 등산객들이 눈 덮인 장성 축령산 편백 길을 걷고 있다. /나명주기자 mjna@kwangju.co.kr

‘길이 있어 사람이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다니기에 길이 생기는 것이다’

‘길’은 떠나기 위해 존재하지만, 돌아오기 위해서도 존재한다. 작게는 마을과 마을을, 크게는 나라와 나라를 연결해주고, 미지의 곳 소식과 낯선 사람들과의 소통을 해주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길’은 인생과도 같다고 표현한다. 평탄한 길을 가다가도 오르막길을 만나게 되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 정상에 서면 내리막길이 있기 때문이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을 훗날 뒤돌아 볼 수 있다는 것도 ‘길’과 같다.

IT의 발달과 각종 대중교통에 둘러싸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우리 주변의 ‘작은 길’을 잊곤 했다. 하지만, 최근 답답한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을 확 트이게 해주고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길’을 찾아 떠나는 도보 여행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같이 간다는 것, 옆 사람 얼굴이 낯설어도 곧 친숙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미지의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운동을 위한 걷기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살아 숨 쉬는 나무들, 파도소리, 계곡의 물 소리, 푸근한 흙길, 푸른 하늘, 맑은 공기를 벗삼아 자연과 함께 걷는다 것이 얼마나 행복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자연 속의 새로운 길을 찾고, 그 길을 찾아 떠나고 있다.

‘제주 올레 길’ 열풍이 이 같은 현상을 촉발하긴 했지만, 제주에만 아름답고 역사와 문화가 있는 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과 넓은 면적의 갯벌을 보유하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뽐내고 있는 전남의 바닷길과 어머니 품과 같은 무등산의 무돌길 등이 있다.

이제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가진 광주·전남의 명품 길들이 ‘올레길’에 흠뻑 빠져있는 ‘걷기 여행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일보는 현재 개발중인 ‘남도 갯길 6000리’와 미개통 구간인 ‘지리산 둘레길’을 비롯한 ‘무등산 둘레길’, 옛 한양 길로 가는 ‘삼남대로 길’, 전남 각 시·군의 명품 길을 연중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한다.

세월의 흔적을 찾아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고,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음식과 철학, 그리고 이야기(스토리텔링) 등이 서로 어울려서 흘러가는 길을 소개할 예정이다.

1부에서는 무등산 옛길과 무돌길을 비롯한 정약용 남도 유배길, 해남 땅끝 길(삼남대로 옛길), 슬로시티 체험길, 섬진강 생태탐방길, 이순신 백의종군 길 등 각 시·도의 평품길을, 2부에서는 서남해안을 바라보며 걷는 ‘남도 갯길 6000리’를, 3부에서는 옛 한양 길인 ‘삼남대로 길’을 소개할 계획이다.

◇새로운 트랜드 ‘길’=‘빨리, 빨리’로 익숙해진 대한민국은 너무나 빠른 나라다. 승진도, 운동도, 걷기도, 빨라야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남보다 빠른 것을 원한다. 빨리 가려다 보니 넘어지고, 쓰러지고 인생의 ‘쓴맛’을 보기도 한다. 이런 조급함을 가졌던 우리나라 국민이 ‘웰빙’과‘슬로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길’로 빠져들고 있다.

꽉 막힌 도시에서 받는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느린 걸음으로 길 위로 나선 걷기 여행자들이 만나는 꽃길, 숲길, 바닷길, 산길은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했다.

사색과 명상을 즐기며 길 위에서 나를 찾는 걷기 여행은 물론 가족과 친구·연인들이 서로 대화로 더욱 깊은 정을 쌓는 것도 이제 ‘길’의 역할이 됐다.

‘길’은 또 삶에 찌들어 고통스러워하는 도시 생활자에게 느리게 사는 행복과 아픈 가슴,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주는 황홀하고 신비로운 자연에 빠져들게 한다.

이로 인해 걷기 열풍도 일어나 이제는 도보 여행길이 보통명사로 자리 잡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1분1초라도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많은 걷기 여행자들이 자신만의 트레킹 코스를 찾아 떠나고, 각 자치단체들도 앞다퉈 올레길·둘레길 등 지역의 숨겨진 길을 개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남도 길로 떠나보자=광주·전남에도 제주 올레길에 못지 않는 수려한 경관과 역사·문화가 가득하고 생태탐방이 가능한 길들이 많다.

무등산 옛길에 이어 무돌 길이 일부 개방되고, 개발중이다. 전남도는 영광∼광양까지 이르는 ‘남도 갯길 6000리’를 조성중이다. 전남이 가지고 있는 서남해안 자연경관 및 섬, 천연 갯벌,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바다를 보고 걸을 수 있는 ‘남도 갯길’을 조성해 세계적인 걷기 명소로 육성한다는 프로젝트다. 지리산 둘레길 300km 중 미개통된 남원∼구례∼하동을 잇는 91.3km의 둘레 길도 올해 안에 개방될 예정이다.

지리산 둘레길 외에도 문화관광체육부가 선정한 ▲정약용 남도 유배길 55km ▲해남 땅끝 길(삼남대로 옛길) 48km ▲슬로시티 체험길 62.1km(청산여수길 19.4km·증도 모실길 42.7km) ▲섬진강 생태탐방길 87km ▲이순신 백의종군로 125km 등 총 745.4km의 도보 여행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해남에서 시작해 강진, 영암, 나주, 광주, 장성을 거쳐 서울에 이르는 500㎞ 내외의 삼남대로 옛길 중 전남도와 전북도 구간 약 300km도 조성되고 있다.

신묘년 2012년에는 제주 올레길이 아닌 풍광 좋고 인심이 넉넉한 남도의 길을 걸어보자. 조금은 느린 속도로 한걸음 한걸음, 가족과 친구·연인의 손을 잡고 나서기에 좋을 듯싶다.

길에서 만난 평범하면서 따뜻한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와 주민들의 평범한 삶을 엿보며 분주한 일상에서 여유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어머니 품 같은 무등산과 서남해안을 두루 볼 수 있는 남도 갯길 등 아름다운 남도 길에 푹 빠져보자.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