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베트남 하롱베이의 여름
2010년 08월 19일(목) 00:00
쪽빛바다에 뿌려진 3000개 녹색섬의 비경

유람선을 타고 섬들 사이로 들어가면 하롱베이 바다는 온통 기암 절경이다<위>. 관광객들이 대나무로 만들어진 삼판배를 타고 ‘땀꼭’을 가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수심 낮은 강을 따라 올라가는 땀꼭동굴 투어는 평화로운 베트남 시골풍경을 맛볼 수 있다.

‘사회주의’ 베일을 벗고 자연과 순수함을 내세워 낯선 이방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베트남.

개방정책으로 새로운 경제성장 도약을 이루고 있는 베트남은 최대 상업도시인 호치민을 비롯한 해변 휴양지인 나짱, 호이안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진 도시들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는 북부지역이다.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하롱베이와 닌빈 호아루 절경 지대를 둘러보지 않고서는 세계의 비경에 대해 감히 논할 수 없다.

◇ 호수의 도시 ‘하노이’=베트남 북부의 대표적인 도시인 하노이는 천년을 이어온 역사의 도시인 만큼 유서 깊은 사원과 오래된 유럽풍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무채색의 건물들이 빚어내는 조화와 좁고 아기자기한 골목, 그리고 좌판에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포장 마차가 몰려 있는 거리 풍경은 운치가 있다.

하노이의 아침은 빠르다. 새벽 6시면 베트남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와 스쿠터가 도시를 가득 메우고, 길거리 곳곳에서는 좌판에 앉아 쌀국수 ‘포’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려는 출근길 직장인들로 붐빈다. 하노이만의 독특한 풍경이기도 하다. 하노이의 주요 관광코스는 호치민 묘와 문묘(공자사당), 호완끼엠 호수를 꼽을 수 있다.

베트남 국민의 사랑을 널리 받고 있는 호치민 묘소는 호치민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곳이다. 대형 베트남 깃발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호치민 묘 광장에는 관광객으로 매일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호치민 궁의 입장절차는 까다롭다. 내부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입구에 카메라를 비롯한 귀중품을 맡겨야하며, 반바지나 민소매 차림으로는 들어 갈 수 없다. 엄숙한 분위기와 궁을 경비하고 있는 군인들의 눈빛에 관광객들도 괜스레 숙연해진다. 하노이에는 호수도 많다. 그중 호완끼엠 호수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며,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호수 주변에는 고급 식당과 근사한 유럽풍 카페테리아가 많아 커피 한잔과 함께 하노이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볼 만하다. 1070년 공자를 모시기 위해 만들어 놓은 문묘도 볼거리다. 베트남 최초의 대학이 문을 연 곳이기도 하고, 녹음이 무성하며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어 베트남 학문의 전당으로 불리고 있다. 문묘 안에는 거북 머리 대좌를 한 대형 비석이 놓여 있는데, 이 비석에는 1442년부터 약 300년 동안 시행한 관리등용 시험 합격자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베트남도 최근에는 교육열이 높아 시험을 앞둔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곳을 찾기도 한다.

◇ 용들이 잠든 곳 ‘하롱베이’=하노이 동쪽으로 버스를 타고 4시간여를 달리면 베트남 최고의 절경이자,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롱베이를 만날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용들이 외적을 물리치고 3000여 개의 아름다운 섬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각국 관광객들이 모인 베이차이(Bai Chay) 선착장에서 하롱베이 관광은 시작된다. 아침 일찍 선착장을 나서는 배들의 행렬은 해전에 임하는 함대를 연상시킨다.

오전 8시를 전후해 관광객들 실은 유람선 수백여 척이 일제히 출항하기 때문이다. 유람선을 타고 섬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하롱베이는 ‘바다 위 기암괴석 숲’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롱베이 선상여행은 단순히 바다와 섬이 빚어내는 장엄한 경치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열대 과일을 작은 배에 가득 싣고 다니는 상인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상가옥이 시선을 붙잡는다. 바다 위 수상시장에 들러 다금 바리와 각종 생선을 사서 선상에서 요리해 먹는 식사도 일품이다. 배를 타고 도착한 석회암 동굴은 하롱베이의 또 하나의 숨겨진 풍경이다.

천장의 종유석과 땅에서 라난 석순이 기기묘묘한 모양새를 뽐내는데, 걸작이라고 칭할 만한 형상에는 저마다 그럴듯한 별칭이 붙어 있다. 특히 더운 여름날에는 서늘한 기운이 몸을 휘감아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다.

◇ 육지의 하롱베이 ‘닌빈’=하노이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정도 거리에는 육지의 하롱베이로 불리는 닌빈(Ninh Binh)이 있다. 주변 경관이나 분위기가 하롱베이와 많이 닮아서다. 수많은 석회암 봉우리들이 멋지게 솟아있는 이곳은 10세기 베트남 봉건왕조의 첫 도읍지로, 고대 베트남 유적이 많다.

이곳은 그동안 관광지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에 그 아름다움이 알려지기 시작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그래서 닌빈은 최근 개발이 한창이다. 관광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로 등의 건설이 이뤄지고 있고, ‘호아루’ 인근에 닌빈 관광단지가 세워지고 있다. 여기에 1000ha의 광활한 대지에 대규모 사원을 짓는 공사도 한창이다.

닌빈에는 ‘땀꼭’(Tam Coc)이라는 웅장한 지하동굴이 있다. 땀꼭은 ‘세 개의 동굴’이라는 뜻으로 실제 이곳에는 항카(Hang Ca), 항하이(Hang Hai), 항바(Hang Ba) 세 개의 동굴이 있다. 호아루 선착장에서 ‘삼판’이라는 작은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땀꼭을 만날 수 있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삼판배의 사공은 인근 동네 아낙들이다.

물줄기가 흘러드는 동굴들은 매우 아름다우며 종유석과 석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동강의 물줄기를 따라 물고기를 잡으며 사는 베트남 사람들의 순수한 미소와 때 묻지 않는 자연을 볼 수 있다.

/글·사진=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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