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光)에는 이야기가 많다
2010년 05월 10일(월) 00:00
지난 4월 2일부터 5월 9일의 38일 동안 광주에서는 ‘광주 세계 광 엑스포”가 열렸었다. 빛에 관한 모든 것 - 일상생활로부터 과학, 기술, 산업에서부터 문화, 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빛의 다양한 분야를 보기도 하고 체험도 할 수 있는 축제였었다.

광(光)산업을 석탄 캐는 광(鑛)산업으로까지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몇 년 전 광산업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이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광주에 살다 보니 이런저런 홍보물을 접하는 기회가 저절로 생겨, 광산업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빛을 고유한 성질을 이용하여 기술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제품화하는 업종이며 빛을 생성 · 응용하는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전달하고 저장하기 위한 소재 · 부품 · 장비 및 시스템을 포함하는 산업”이고, 광통신 기기· 광정보기기· 광정밀기기· 광학기기 등에 관한 산업이 대표적 예임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광산업은 미국과 아시아, 일본이 세계 시장의 75.8%를 점유하고 있지만, 2005년 이후 연평균 7.5%의 속도로 성장하여온 우리나라의 광산업도 최근 세계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고, 특히 광주에서는 자동차 · 가전 산업과 더불어 광산업이 광주를 떠받치는 주력 산업 중의 하나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빛이라 함은 무진장 빠른 속도 내지는 휘거나 꺾이는 성질을 연상하거나, 조금 더 나아간다 해도 에너지나 양자 등과 관련된 물리학 현상을 생각하는 것으로 그쳤었는데, 빛이 우리를 먹여 살릴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이라니! 신선했다. 더 나아가 금번의 광 엑스포를 보면서 빛이 문화이기도 함을 확연히 알게 되었다.

광산업을 광주의 주력산업으로 선택한 것에는 광주가 이 땅의 민주화 과정에서 담당해 온 선구자 역할도 한 몫을 하였다고 한다. 광주 학생 운동과 5·18 민중 항쟁에서와 같이 어두움에 빛을 밝힌 광주의 저항정신과 광산업의 광(光)은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빛이 그냥 빛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빛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빛에는 이야기(story-telling)가 많다. 성경의 창세기에 따르면 우주 창조는 빛으로부터 시작된다. 빛에는 혼돈을 종식시키고 창조와 희망의 상징성이 있다. 빛에는 생명의 이야기도 있다. 빛은 수증기를 만들어 대기를 형성하고, 대기가 다시 비가 되어 바다를 만들어 내고, 바다는 그 안에서 많은 생명을 길러낸다. 빛은 또 광합성을 통해 식물을 길러내며, 식물은 양식이 되어 또 다른 생명을 길러낸다. 빛은 길이며, 진리이다. 빛은 순례이며 구원이다. 이처럼 빛은 무궁무진한, 그러면서도 우리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를 먹여 살릴 주요 산업이라는 무취(無臭)한 사실에 이야기가 덧입혀지면서 빛은 한결 따뜻하고 친근한 대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빛이 내포하고 있는 많은 이야기가 녹아 들어간 아름다운 빛의 문화화가 광주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빛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식물은 빛이 없으면 결코 살지 못하지만 밤낮없이 빛을 들이대면 생명력이 감소한다. 빛은 어두움의 도시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변신시켜 주지만 넘치는 빛은 신경을 곤두서게 하거나 홍등가의 싸구려 냄새를 풍기게 한다. 광주천이 빛으로 빛나면 아름답지만 너무 많은 빛은 물의 속삭임과 물굽이의 아름다움을 없애버린다.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에 덧입혀진 빛은 우리를 감탄케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광주의 많은 벽을 밤낮 없이 빛으로 반짝이게 하면 우리는 눈 둘 곳을 잃게 된다. 태생적으로 강열하고도 직선적인 빛의 성격 때문에 과불유급(過拂有給)의 원리가 보다 더 많이 적용될 수 있는 빛의 성질까지도 고려하여 자연스러우면서도 감동적인 빛의 문화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서선희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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