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밑 봄 부르는 물소리 도란도란
2010년 02월 04일(목) 00:00 가가
입춘에 오른 계룡산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에서 바라본 산세는 조선시대 수도로 거론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위) 계룡 8경 가운데 제5경에 속하는 동학사 계곡이 추운 날씨에 얼어붙었다. /강필상기자 kps@kwangju.co.kr
봄을 알리는 입춘(4일)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펼 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귓등을 때리는 만큼 격렬한 야외운동은 삼가야 한다. 대신 자연을 벗삼아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고 자연의 정기를 받기에 가장 좋은 곳은 산이다. 특히 예로부터 기가 센 곳으로 유명한 계룡산이면 자연의 기운을 잔뜩 받고 올 수 있다. 도를 닦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옛말. 가족끼리, 연인끼리, 때로는 혼자 걷고 등반하기에 충분히 보듬어 줄 수 있는 계룡산을 한번 올라보자.
◇ 계룡산 해발 845m … 조선시대엔 수도로 거론=광주에 무등산이 있다면 충청남도엔 계룡산이 있다. 계룡산은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가 수도로 건설하려 했을 정도로 풍수지리상 한국의 명산으로 꼽힌다. 수많은 보물과 문화재가 있는 계룡산은 전체 능선의 모양이 마치 닭볏을 쓴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해 그 이름이 붙여졌다. 대전시와 충남 공주시·논산시에 걸쳐 있는 계룡산은 845m 높이에 불과하지만 영암의 월출산과 마찬가지고 암석이 많아 정상으로 갈수록 오르기가 힘들다. 각 봉우리 사이에는 7개의 계곡과 3개의 폭포가 있어 운치를 더해주며, 자연경관이 빼어나 지난 1968년 12월3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 승가 대학 ‘동학사’=동학사주차장에서 시작해 동학사까지 걷는 코스는 산책하기 매우 좋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중간 중간 사진을 찍어가며 올라가면 40분이면 충분하다. 높지도 않아 부담이 없다.
입춘이지만 계룡산은 아직 한겨울이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싸늘한 바람이 아직 불고 있지만 산책로를 따라 졸졸졸 흐르는 동학사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올라가면 발걸음마저 겅중겅중 경쾌해진다. 계곡의 물은 옷을 훌렁 벗고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깨끗하다.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과 눈이 청아해지는 기분이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은 그대로 얼어 앙상한 나무들과 기이한 조합을 이룬다.
동학사 계곡은 계룡 8경 가운데 제5경에 속한다. 동학사 계곡은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풍류와 정세를 논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신록(新綠)이 돋아나면 온 산에 생기를 약동시킨다고 해 ‘춘(春)동학’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주위에는 은선폭포를 비롯한 청량사지쌍탑·동학사·숭모전·사문각·갑사계곡 등의 명승지가 많다.
계곡을 따라 쭉 걸으면 동학사가 나온다. 동학사는 계룡산 동쪽 자락에 있으며, 서쪽의 갑사와 함께 계룡산을 대표한다. 동학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 승가 대학으로 지난 1860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의 이름은 절 동쪽에 있는 학 모양의 바위에서 따왔다는 설과 동방 성리학의 원조로 꼽히는 정몽주를 제향한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 선녀가 목욕한 은선폭포=동학사에서 약 1시간(2㎞)가량 올라 은선폭포에 다다랐다. 지금은 물이 많지 않아 폭포가 흐르는 장관을 볼 수는 없지만 크기를 가늠해 상상하면 웅장함이 느껴진다. 옛날 선녀가 이곳에 숨어서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있어 은선폭포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계룡산에 있는 여러 폭포 가운데 가장 큰 폭포(높이 20m)로, 주변의 암벽과 울창한 숲이 절경을 이룬다. 가을단풍과 어울린 경치가 유명하지만, 겨울철 얼음폭포를 이루는 경관도 독특하다. 은선폭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되돌아오면 3시간가량 소요된다.
산행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면 이 은선폭포까지 본 후 다시 내려가는 게 좋다. 이후 관음봉까지의 구간(동학사에서 관음봉까지는 4.4㎞·2시간30분(편도))은 바위가 많고 경사가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한다.
아직은 겨울바람이 매서운 탓에 방한복과 장갑, 모자는 필수다.
다소 거리가 있지만 광주·전남지역 이외의 산에 올라가고 싶다면 추천할만 하다. 특히 사람들이 도를 많이 닦았다는 계룡산의 경우라면 말이다.
◇ 대전의 별미 ‘두루치기’=계룡산 산행을 마치고 대전시 선화동까지 40여분간 차를 몰고 오면 ‘두루치기’로 유명한 광천식당이 있다. 충남 일대에서도 유명한 이곳은 30여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미나리, 대파, 당근 등과 함께 무쳐 만들어낸 두부두루치기와 오징어두루치기는 그 중 백미(白眉)로 대전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보통 찌개보다 국물을 약간 적게 넣고 바특하게 끓여먹는 음식으로 반드시 두부가 들어가며 쇠고기, 배추속대, 버섯, 호박고지 등을 함께 볶아 만들어 냈다. 칼칼하고 매운맛을 자랑하는 두루치기의 진정한 맛은 땀을 뻘뻘 흘리며 먹은 후 칼국수 면이나 공기밥을 넣고 비벼먹는 데 있다. 4명이서 한 그릇 시켜놓고 면과 밥을 대신하면 산행으로 피곤한 몸이 다시 깨어날 정도다. 가격도 저렴해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대전 선화동 광천식당(042-226-4751) 두부두루치기 6천원, 오징어 두루치기 7천원. 면 추가시 1천원.
/강필상기자 kps@kwangju.co.kr
▲ 가는 길=광주에서 계룡산 국립공원까지 자가용을 몰고 오면 약 2시간(165㎞)이 소요되며 버스를 이용할 경우 대전까지 2시간30분이 걸린다. 고속버스는 광주에서 30분 간격으로 일반(1만100원)·우등(1만4천800원)이 번갈아가며 운행한다. 대전버스터미널에서 내린 후 다시 102번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40여분을 달려가 다시 도보로 걸어가야 계룡산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에도 무궁화호부터 KTX까지 다양하다.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고 자연의 정기를 받기에 가장 좋은 곳은 산이다. 특히 예로부터 기가 센 곳으로 유명한 계룡산이면 자연의 기운을 잔뜩 받고 올 수 있다. 도를 닦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옛말. 가족끼리, 연인끼리, 때로는 혼자 걷고 등반하기에 충분히 보듬어 줄 수 있는 계룡산을 한번 올라보자.
동학사 계곡은 계룡 8경 가운데 제5경에 속한다. 동학사 계곡은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풍류와 정세를 논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신록(新綠)이 돋아나면 온 산에 생기를 약동시킨다고 해 ‘춘(春)동학’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주위에는 은선폭포를 비롯한 청량사지쌍탑·동학사·숭모전·사문각·갑사계곡 등의 명승지가 많다.
계곡을 따라 쭉 걸으면 동학사가 나온다. 동학사는 계룡산 동쪽 자락에 있으며, 서쪽의 갑사와 함께 계룡산을 대표한다. 동학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 승가 대학으로 지난 1860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의 이름은 절 동쪽에 있는 학 모양의 바위에서 따왔다는 설과 동방 성리학의 원조로 꼽히는 정몽주를 제향한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 선녀가 목욕한 은선폭포=동학사에서 약 1시간(2㎞)가량 올라 은선폭포에 다다랐다. 지금은 물이 많지 않아 폭포가 흐르는 장관을 볼 수는 없지만 크기를 가늠해 상상하면 웅장함이 느껴진다. 옛날 선녀가 이곳에 숨어서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있어 은선폭포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계룡산에 있는 여러 폭포 가운데 가장 큰 폭포(높이 20m)로, 주변의 암벽과 울창한 숲이 절경을 이룬다. 가을단풍과 어울린 경치가 유명하지만, 겨울철 얼음폭포를 이루는 경관도 독특하다. 은선폭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되돌아오면 3시간가량 소요된다.
산행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면 이 은선폭포까지 본 후 다시 내려가는 게 좋다. 이후 관음봉까지의 구간(동학사에서 관음봉까지는 4.4㎞·2시간30분(편도))은 바위가 많고 경사가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한다.
아직은 겨울바람이 매서운 탓에 방한복과 장갑, 모자는 필수다.
다소 거리가 있지만 광주·전남지역 이외의 산에 올라가고 싶다면 추천할만 하다. 특히 사람들이 도를 많이 닦았다는 계룡산의 경우라면 말이다.
◇ 대전의 별미 ‘두루치기’=계룡산 산행을 마치고 대전시 선화동까지 40여분간 차를 몰고 오면 ‘두루치기’로 유명한 광천식당이 있다. 충남 일대에서도 유명한 이곳은 30여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미나리, 대파, 당근 등과 함께 무쳐 만들어낸 두부두루치기와 오징어두루치기는 그 중 백미(白眉)로 대전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보통 찌개보다 국물을 약간 적게 넣고 바특하게 끓여먹는 음식으로 반드시 두부가 들어가며 쇠고기, 배추속대, 버섯, 호박고지 등을 함께 볶아 만들어 냈다. 칼칼하고 매운맛을 자랑하는 두루치기의 진정한 맛은 땀을 뻘뻘 흘리며 먹은 후 칼국수 면이나 공기밥을 넣고 비벼먹는 데 있다. 4명이서 한 그릇 시켜놓고 면과 밥을 대신하면 산행으로 피곤한 몸이 다시 깨어날 정도다. 가격도 저렴해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대전 선화동 광천식당(042-226-4751) 두부두루치기 6천원, 오징어 두루치기 7천원. 면 추가시 1천원.
/강필상기자 kps@kwangju.co.kr
▲ 가는 길=광주에서 계룡산 국립공원까지 자가용을 몰고 오면 약 2시간(165㎞)이 소요되며 버스를 이용할 경우 대전까지 2시간30분이 걸린다. 고속버스는 광주에서 30분 간격으로 일반(1만100원)·우등(1만4천800원)이 번갈아가며 운행한다. 대전버스터미널에서 내린 후 다시 102번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40여분을 달려가 다시 도보로 걸어가야 계룡산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에도 무궁화호부터 KTX까지 다양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