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로 살아가기
2009년 10월 27일(화) 00:00 가가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을 하고 그 사랑의 결실로 자녀를 얻게 되면 그 젊은 남녀는 부모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부모로서 내 자식이 건강하고 똑똑하고 남 앞에서 자랑스러운 자식으로 키운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얻는 또 하나의 이름은 학부모다.
부모라 했을 때는 가정과 내 자식에 한정돼 부모로서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정성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면, 학부모는 내 자식만이 아닌 우리의 자식, 즉 내 아이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는 즉 사회성과 공동체 성격이 강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은 여전히 학교에서의 역할은 내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는 부모의 역할에 한정돼 있다. 예를 들면 학부모로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학부모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학부모회의 역사는 해방 이후 학교교육이 팽창되면서 막대한 교육재정을 필요로 했으나, 당시 외국원조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학교재정은 학부모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각 학교에서는 ‘후원회’라는 이름으로 조직돼 학교운영을 지원하게 되었는데 부모의 경제적 부담에 따라 학생을 평가하는 등 문제가 야기되어 이후 사친회, 기성회, 육성회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름만 바뀌면서 여전히 재정적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그랬던 것이 1996년 학교운영위원회가 도입되면서 육성회가 해체되고 학부모회라는 이름으로 지금껏 유지되어 오고 있다.
학부모회는 명칭 그대로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모든 부모가 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각 학교의 경우 학부모회라기보다는 임원 엄마를 중심으로 모임이 꾸려지면서 내 아이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내 자식만을 위한 학교참여보다는 우리 아이들 모두를 위해서 학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마음을 먹으면 눈에 보인다고, 학부모로서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아이가 자주 다니는 도서관을 한번 둘러보면서 어떤 책들이 있는지, 어떻게 책을 구입하는지, 도서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심 갖는 일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 형식적이 아닌 아이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낼 업체를 선택하고는 있는지, 멋을 내기 시작한 중학생인 내 아이가 유명 브랜드 교복을 사달라고 했을 때 왜 교복을 공동구매해서 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학부모로서의 판단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내가 학교에 대해 무작정 겁내고 포기해 버렸던 학부모였다면, 학교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꾸려지는지도 모른 채 무턱대고 돈을 걷어 학교를 위한다면서 나서는 학부모였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아이들이 숨 쉬는 학교와 사회를 부모의 이기심으로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학부모들이 아이에게는 조금 부족한 부모이지만 학교에서는 조금 드센 학부모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교육의 싹’이 트지 않을까.
/최은순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광주지부장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은 여전히 학교에서의 역할은 내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는 부모의 역할에 한정돼 있다. 예를 들면 학부모로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학부모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학부모회의 역사는 해방 이후 학교교육이 팽창되면서 막대한 교육재정을 필요로 했으나, 당시 외국원조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학교재정은 학부모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각 학교에서는 ‘후원회’라는 이름으로 조직돼 학교운영을 지원하게 되었는데 부모의 경제적 부담에 따라 학생을 평가하는 등 문제가 야기되어 이후 사친회, 기성회, 육성회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름만 바뀌면서 여전히 재정적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그랬던 것이 1996년 학교운영위원회가 도입되면서 육성회가 해체되고 학부모회라는 이름으로 지금껏 유지되어 오고 있다.
마음을 먹으면 눈에 보인다고, 학부모로서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아이가 자주 다니는 도서관을 한번 둘러보면서 어떤 책들이 있는지, 어떻게 책을 구입하는지, 도서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심 갖는 일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 형식적이 아닌 아이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낼 업체를 선택하고는 있는지, 멋을 내기 시작한 중학생인 내 아이가 유명 브랜드 교복을 사달라고 했을 때 왜 교복을 공동구매해서 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학부모로서의 판단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내가 학교에 대해 무작정 겁내고 포기해 버렸던 학부모였다면, 학교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꾸려지는지도 모른 채 무턱대고 돈을 걷어 학교를 위한다면서 나서는 학부모였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아이들이 숨 쉬는 학교와 사회를 부모의 이기심으로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학부모들이 아이에게는 조금 부족한 부모이지만 학교에서는 조금 드센 학부모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교육의 싹’이 트지 않을까.
/최은순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광주지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