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미트패킹’을 꿈꾸며
2008년 08월 24일(일) 23:59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을 불러 일으킨 드라마 가운데 ‘섹스 앤 더 시티’가 있다. 뉴욕을 무대로 30대 싱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이 드라마는 전세계 여성들의 가슴에 ‘뉴욕 판타지’를 심어놓았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4명은 일주일에 한 번씩 브런치(아침 겸 점심) 모임을 갖는다. 이들의 단골식당은 첼시 인근의 미트패킹(Meat packing·육가공이란 뜻)에 위치한 ‘파스티스’. 야외 카페인 이곳에서 여주인공들은 일주일 동안 자신들에게 일어난 사소한 일상들을 수다로 푼다. ‘섹스 앤 더 시티’ 성공으로 ‘파스티스’는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의 명소가 됐다. 머지 않아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자유의 여신상의 인기를 뛰어넘을 정도다. ‘파스티스’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비단 드라마의 후광 때문만은 아니다. ‘마놀로블라닉’(고급구두 브랜드), ‘우스타 프로젝트’(갤러리) 등 명품숍과 갤러리들이 한데 어우러진 미트패킹만의 아우라(Aura)도 한몫하고 있다. 미트패킹(맨하튼 서쪽 14번가와 9번가 사이)이 처음부터 ‘물 좋은’ 곳은 아니었다. 이름 그대로 도축장인 미트패킹은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250여 개의 육가공업체가 밀집된 축산시장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도심 재개발로 인해 육가공업체가 하나 둘씩 미트패킹을 떠나면서 쓸쓸한 거리로 전락했다. 미트패킹이 뉴욕의 ‘가장 떠오르는 동네(hot spot)’로 변신하게 된 것은 예술인들의 대이동 때문이었다. 소호의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가난한 아티스티들이 하나 둘씩 이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5∼6전부터 유명갤러리와 레스토랑, 명품숍 등이 노후된 기존 건물을 개·보수하면서 복고와 현대가 공존하는 뉴욕의 쇼핑 중심지로 떠올랐다. 허름한 지역이 산뜻한 예술촌으로 바뀐 예는 가까운 중국에도 있다. 베이징의 다산즈(大山子)는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군수공장과 창고들이 즐비한 폐허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베이징시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100여 곳의 갤러리와 200여 개의 작가 작업실이 몰리면서 이젠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 특구’가 된 것이다. 최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이하 추진단)이 쇠락해가는 대인시장을 예술의 거리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해 지역문화계를 설레게 하고 있다. 추진단은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시장 점포 30곳을 임대한 뒤 예술인들에게 무료 제공해 창작과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미트패킹과 다산즈의 사례에서 보듯 재래시장과 옛 공장은 더 이상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예술을 꽃피우는 토양이자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인시장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광주의 미트패킹’으로 부활하게 될 날을 기대한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