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건국신화 간직한 큐슈 미야자키
2008년 03월 12일(수) 20:01
천혜의 기후 , 자연이 빚은 ‘장관’ 즐비
미야자키는 큐슈 미야자키현의 현청 소재지로 일본의 건국신화가 시작된 곳이다.
일본 사람들은 기원전 660년 초대 진무(神武)천황이 미야자키에 처음 발을 내딛으면서 지상에서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믿고 있다. 도심에서 북쪽으로 3㎞ 거리에 진무 천황을 기리는 미야자키 신궁이 위치하는 등 미야자키 곳곳에는 진무 전황에 관한 유적지가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관광객들을 발길을 잡는다.
큐슈의 남동부에 있는 미야자키는 연평균 기온이 17도로 온화해 겨울철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같은 프로 스포츠 팀들이 찾는 전지훈련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야자키는 1924년 시로 승격되면서 상업과 관광도시로 발전했으나 해외 관광에 밀려 쇠락을 거듭했었다. 최근에는 천혜의 환경을 바탕으로 대규모의 리조트 시설이 들어서면서 관광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자연이 어우러진 최상의 코스에서 골프를 즐기려는 한국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미야자키 시내 중앙에는 오요도강이 유유히 흘러 태평양으로 향하고 있고, 길가에는 야자나무가 울창하게 늘어서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세련된 멋과는 거리가 먼, 우리나라 시골의 투박한 포근함을 엿볼 수 있는 조용한 도시다.
국제 공항에서 차로 2시간 정도를 달리면 미야자키 현 북부에 위치한 휴가시에 다다를 수 있다. 큐슈의 바다를 지키고 선 관문으로 번영해온 휴가시는‘닛포 해안’이 유명 한다.
오랜 시간동안 거친 파도와 바람에 깎여 온 암석면이 노출된 휴가 곶 일대는 닛포 해안 국정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경관이 뛰어나다. 남쪽으로는 ‘이세가하마’와 ‘오쿠라가하마’ 등의 해수욕장이 이어져 있다. 너른 해안선 위로 펼쳐지는 고운 모래사장은 가을 하늘처럼 맑고 파란 바다와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골프 관광, 프로 스포츠팀 전지훈련지로 각광
휴가 곶 끝에는 말의 등을 닮은 지형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우마가세’가 위치해 있다. 차를 이용해 10여분 정도 ‘우마가세’의 가파른 산길을 해안절벽 굽이굽이 올라가면 탁 트인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는 아담한 휴게소를 찾을 수 있다. 이곳부터는 도보로 이동하면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이국적인 활엽수가 우거진 산책길을 오르라 내리락 하다보면 나무 숲에 가려져 있던 눈부신 해안의 절경이 오른편에 광활한 모습을 드러난다.
칼로 뚝 베어 놓은 듯 양쪽으로 갈라서 있는 석영반암의 해안절벽은 보는 순간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찔함 그 자체다. 70m에 이르는 높이의 깎아놓은 듯한 절벽은 웅장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뺏는다. 양쪽 절벽 사이의 해수로를 따라서 쪽빛의 바닷물이 넘실넘실 드나드는 모습도 장관이다. 파도가 절벽 깊숙이 파고 들어와 하얗게 부서지는 풍경은 ‘천상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천길 해안 절벽 산책로 바다를 내 품에
절벽에 부딪혀 밀려오는 거센 바람을 따라 산책길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굽이치는 절벽을 따라 망망대해로 뻗어있는 전망로에 도달한다. 오른편에 해안절벽을 끼고 있는 전망로는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의 품에 안겨 있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해풍이 잔잔한 이곳은 일출, 일몰시간에는 주변이 온통 금빛으로 물들어 바다와 하늘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유람선도 운행되고 있어 바다 쪽에서 웅장한 암석의 해변 경관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산책로를 거슬러 왼쪽 샛길로 올라가면 ‘우마가세’의 바다를 지키고 서있는 낡은 등대를 볼 수 있다. 등대 앞쪽으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어 한 숨 돌리며 ‘우마가세’의 여운을 곱씹어 볼 수 있다.
이곳에 가면 잊지 말고 가봐야 할 명소가 또 한 곳 있다. 산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중간쯤에 위치한 신비한 모습의 십자바위가 그곳이다. 낡고 작은 표지판때문에 외지인들은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많은 신혼부부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십자 바위 내려다 보며 소원 빌어
십자 바위는 말 그대로 십자가 형태의 바위로, 마주 선 채 나누어진 주상절리대가 또 다시 양쪽으로 갈라서 있다. 바위 틈으로 밀려든 파란 바닷물이 눈부신 십자가의 모습으로 빛나며 경이로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광장에 서있는 종을 울린 뒤 십자바위를 내려다 보며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에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 쨍하고 퍼지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미야자키에는 ‘우마가세’외에도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광경이 즐비하다. 미야자키현 북서부에 위치한 다카치호 협곡도 대표적인 자연 관광지이다. 아소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침식으로 생성된 협곡은 최고 100m높이의 낭떠러지가 7㎞나 길게 펼쳐져 있다. 산책로 중간에는 집채만한 바위가 버티고 있는데, 나쁜 일을 일삼던 신이 내던진 돌이라는 전설이 있다.
다카치호 협곡에는 건국신화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는 데 다카치호는 ‘높은 곳에 있는 천 개의 곡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천신의 손자가 짙은 산 안개로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을 주저하자 마을 주민들이 벼이삭 1천다발로 하늘에 제를 지내자 안개가 걷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보트를 타고 긴 협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협곡을 따라 일본 폭포중에서도 손 꼽히는 마나이 폭포의 수려한 물줄기도 만날 수 있다.
/미야자키= 글·사진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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