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현의 문화카페 - 뒤로 가는 광주비엔날레
2007년 03월 18일(일) 19:53 가가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촉발된 공무원들의 철밥통 깨기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무능하거나 불성실한 공무원들을 퇴출시켜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자칫 ‘공무원=철밥통’이란 관행에 젖어 빠지기 쉬운 무사안일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곳이 있다. 다름 아닌 광주비엔날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선출직 이사들의 임기(2년)를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정관의 연임 횟수 제한규정을 삭제했다. 만약 최종적으로 문광부 장관의 허가를 거치게 되면 비엔날레 이사들은 ‘마르고 닳도록’(?) 재단의 ‘종신멤버’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이는 25명의 이사진 가운데 ‘빈자리’가 나지 않는 한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새로운 인사가 이사회의 신규멤버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원천봉쇄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관개정의 배경에 대해 재단은 현행 연임제한규정이 이사진들의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업무의 연속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비엔날레가 비영리 재단으로서 이해관계 개입의 우려가 적어 연임제한 규정은 비엔날레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엔날레 재단의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지극히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전문성이야 유능한 인물을 영입하면 될 일이고 업무의 연속성 역시 이사장과 이사진들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는 현 시스템을 시간차를 두고 교체하면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이에 반해 재단이 삭제한 연임제한규정은 이사들의 이해관계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도입한 조항이다. 사실 이 지역에서 ‘비엔날레 이사’라는 타이틀은 문화계 인사라면 한번쯤 갖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아시아의 ‘넘버 1’으로 자리잡은 광주비엔날레의 핵심 의결기구로, 예술 총감독 선임에서부터 예산심의를 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엔날레 이사회는 그동안 개혁 대상 1순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광주비엔날레의 발전을 위한 장기비전 제시는 커녕 국제사회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기반성 없이 이사진의 전문성과 재단의 일관성 운운하며 장기 연임카드로 개혁을 회피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개혁을 향해 사회 각 계층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요즘, 광주 비엔날레만 유독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
하지만 이 같은 사회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곳이 있다. 다름 아닌 광주비엔날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선출직 이사들의 임기(2년)를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정관의 연임 횟수 제한규정을 삭제했다. 만약 최종적으로 문광부 장관의 허가를 거치게 되면 비엔날레 이사들은 ‘마르고 닳도록’(?) 재단의 ‘종신멤버’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이는 25명의 이사진 가운데 ‘빈자리’가 나지 않는 한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새로운 인사가 이사회의 신규멤버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원천봉쇄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관개정의 배경에 대해 재단은 현행 연임제한규정이 이사진들의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업무의 연속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비엔날레가 비영리 재단으로서 이해관계 개입의 우려가 적어 연임제한 규정은 비엔날레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엔날레 재단의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지극히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전문성이야 유능한 인물을 영입하면 될 일이고 업무의 연속성 역시 이사장과 이사진들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는 현 시스템을 시간차를 두고 교체하면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이에 반해 재단이 삭제한 연임제한규정은 이사들의 이해관계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도입한 조항이다. 사실 이 지역에서 ‘비엔날레 이사’라는 타이틀은 문화계 인사라면 한번쯤 갖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아시아의 ‘넘버 1’으로 자리잡은 광주비엔날레의 핵심 의결기구로, 예술 총감독 선임에서부터 예산심의를 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엔날레 이사회는 그동안 개혁 대상 1순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광주비엔날레의 발전을 위한 장기비전 제시는 커녕 국제사회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기반성 없이 이사진의 전문성과 재단의 일관성 운운하며 장기 연임카드로 개혁을 회피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개혁을 향해 사회 각 계층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요즘, 광주 비엔날레만 유독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