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 핀 ‘꽃섬’ … 봄처녀 가슴 설레네세화~섭지코지 20km 해안 따라 '노란 꽃길 드라이브'
2005년 04월 13일(수) 00:00 가가
〔〈【 제주의 4월은 노랑과 초록, 따뜻함과 차가움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정경을 만들고 있다. 지각생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꽃비를 뿌리고, 멀미가 나도록 샛노란 유채꽃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온갖 봄꽃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는 4월의 제주는 봄날의 ‘종합선물세트’같다. 따뜻한 봄 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양지바른 해변 들녘에서 북풍한설이 여전한 한라산까지 제주의 4월은 ‘봄처녀’와 ‘동장군’이 눈이 맞아 사이좋게 지내는 때다.
‘제주본색(濟州本色)’을 알기 위해 ‘오름’을 거쳐 ‘유채꽃밭’과 ‘서귀포 70리 해안절경’ 여행을 떠나본다.
】〉〕 훈풍에 실려운 노란 유채꽃 향기는 봄이 왔음을 알리는 메신저다. 현무암 담장 사이로 삐죽이 고개를 내민 노란 유채 물결의 향연에 몸을 맡기고 온기를 느껴보자.
일출로 유명한 남제주군 성산포. 북제주군 구좌읍 세화리에서부터 성산으로 향하는 해안도로에는 농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유채꽃이 만발해 있다.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가 많기로 소문난 제주에서도 성산을 거쳐 섭지코지를 지나 신산리에 이르는 20여㎞ 해안도로는 이맘때면 봄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곳이다. 길가 곳곳에는 달리던 차를 멈추고 꽃을 구경하거나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더없이 정겹다.
검은 현무암 틈에서 무심히 핀 유채꽃은 나그네들의 춘심(春心)을 강하게 당기고 있다. 유채꽃길을 뒤로 하고 성산일출봉에 다다르자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일출봉을 배경으로 하는 곳에 유채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돈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씨를 뿌려 유채꽃밭을 조성한 곳이다. 자연산은 아니지만 겨우내 추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한 개량종이다. 올 겨울 날씨가 어찌나 변덕스러웠던지 노랗게 만개하기 전에 저버린 것도 꽤 된다. 하지만 제주의 유채향연은 이제 시작이다. 토종 유채들이 이제 움을 트며 만개하고 있다. 제주의 유채꽃 향연은 5월10일께까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 김호준 제주도관광협회 마케팅팀장은 “올 봄 개화시기가 지난해 보다 10여일 가량 늦어져 다음달 10일께 까지 유채꽃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며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유채꽃이 사진촬영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 제주도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풍경 하나가 오름(오르다에서 나온 말·기생화산)이다. 제주도 어디를 가나 흔하게 눈에 띄는 크고 작은 언덕들로 한라산 자락에 370개가 흩어져 있다. 포개져 널린 오름들은 때로는 밀집한 거대한 왕릉 무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그저 부드럽게 솟아 오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작은 언덕이지만 일단 올라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깊숙한 분화구(굼부리)와 칼능선, 수많은 봉우리들이 그려내는 넉넉함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북제주군 구좌읍 동거문오름으로 간다.〔〈【 분화구 바닥에선 파릇파릇 풀꽃이 빠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능선에 오르면 어른이 날려갈 정도의 강풍이 몰아친다. 】〉〕
동거문오름은 오름의 특징들을 두루 보여준다. 서로 몸을 섞으며 파인 세개의 분화구와 절벽에 가까운 칼 능선, 능선을 잇는 봉우리, 그리고 주변에 수많은 새끼오름들이 있다.
삼나무 울타리를 넘어 잠시 오르면 세개의 분화구 중 맨아래쪽 분화구가 나타난다. 양지바른 쪽에 그림처럼 자리잡은 ‘산담’(무덤을 둘러싼 돌)을 바라보며 능선을 돌아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발밑에선 매서운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꽃을 피워낸 야생화들이 반겨준다.
〔〈【 능선에 서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드세다. 둥근 분화구 둘레가 눈에 잡히고 능선 오른쪽으로는 칼 능선이 가파르다. 능선에서는 서쪽으로 한라산, 동쪽으로 우도와 성산 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능선을 따라 내려서고 올라서며 분화구 둘레를 돈다. 부드럽게 이어지고 만나고 갈리는 곡선미가 너무 아름다워 내려오기가 싫다.
】〉〕 서귀포항에서 출발하는 200t급 쌍동유람선인 로맨틱 크루즈(064-732-1717)에 몸을 싣고 유네스코 보존지역인 ‘서귀포 70리길’을 더듬는다.
서귀포항에서 섶섬을 지나 모기들이 많다는 문섬을 거쳐 하늘에서 보면 호랑이 모양을 한 범섬에서 잠깐 배를 멈춘다.
강원호(41) 항해사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콧구멍동굴’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니 인공으로 빚어도 쉽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움에 절로 탄성이 터진다.
외돌개의 할망바위(일명 소원바위)에 소원을 빈 뒤 10분여 동안 정박, 다이버들이 수중에서 비디오를 통해 전해주는 해저 세계를 관람한다. 맨드라미 산호군, 해송, 백송, 산호초와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눈앞에 잡힐 듯 하다.
아무런 상념 없이 부서지는 포말과 갈매기들과 친구하다 보니 어느새 서귀포항으로 귀항한다. 1시간 20여분의 항해가 20여분이 채 안된 것처럼 여운이 짙다. 오전 11시, 오후2시10분, 3시 30분, 4시 40분, 5시 50분운항. 성인 2만1천500원, 학생 1만5천원. 어린이 9천원.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