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된 화재보고
2002년 09월 30일(월) 00:00
여수시의 행정보고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대형사고 발생보고가 시정의 최고 책임자에게까지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빚어져 공무원들의 공직기강 해이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문제의 사고가 발생한것은 지난 26일 새벽 2시 47분. 여수산업단지내 합성수지 임가공공장에서 소방서추산 재산피해 9억여원의 화재사고가 일어났다. 더욱이 공장에 쌓아둔 합성수지원료인 ABS 수 백t이 타는 바람에 인근 지역주민들은 물론 밀집해 있는 공장들도 당황하고 불안에 떤 비교적 큰 화재사고였다. 발생직후 관할동인 삼일동사무소는 화재발생지역 마을 통장의 다급한 전화보고를 받고 현장을 확인한 후 시청당직실에 이를 보고했다. 이 상황은 주관부서인 민방위재난관리과를 비롯 동향담당부서인 총무과 관계관들에게도 보고되는 등 초기 보고과정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날 상황보고는 그 이상 윗선으로 전달되지 않은 채 단절된것으로 알려졌다. 김충석시장은 해외출장중에 있어 당시 부시장이 시정의 최고 책임자로 시장의 업무를 대행하고 있었으나 부시장은 상황도 보고 받지 못했고 따라서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로 주민들이 심한 고통을 받았고 인근 공장들이 행여 일어날지도 모르는 대형사고에 대비 전전긍긍한 것과는 달리 여수시는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부시장도 화재현장에 나오지 않은 무능하고 불성실한 지휘관으로 빈축을 샀다. 이날 오전 침통한 표정으로 시청 간부회의를 주재한 부시장은 “여수시의 상황이 이 정도라면 부시장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자조섞인 질타를 했다는 후문이다. 한 공무원은 “이번 보고체계의 허점은 자치시대가 시작되면서 모든 업무가 민선 단체장에게 집중되고 일부 공무원들이 단체장에게만 관심을 쏟는 풍토가 빚어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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