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행정통합 특별법에 특별한 배려를
2026년 02월 11일(수) 19:50
광주시와 전남도민의 염원이 담긴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법적 지위를 갖기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다.

국회 행정안전부 소관 법안심의가 마무리됐고, 12일 행안위 전체회의 상임위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 부처가 보여준 태도, 특히 ‘형평성’을 내세운 칼질이 통합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당초 광주시와 전남도가 마련한 특별법안은 380여개 특례조항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묻지만, 현실을 외면한 질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 발전 축에서 소외돼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 그 척박한 땅에서 광주와 전남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생존 목록’이다.

정부는 광주·전남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119개 조항에 대해 ‘불수용·삭제’ 의견을 표명했다.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과 ‘중앙정부의 총괄 관리’를 명목으로 내세웠다.

정부의 부정적 입장은 ‘수도권 공룡’과 싸워야 할 지방에, 다른 지방과 똑같은 재래식 무기만 쥐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치로 내건 ‘5극 3특’ 정책은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지방 거점을 육성해 소멸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자치분권을 바탕으로 권역별 메가시티를 키워 지방소멸을 막고 성장지도를 바꾸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필요충분 조건이 있다. 바로 ‘기계적 형평성’의 파기다. 수도권 쪽으로 수직에 가깝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이다. 기울어진 쪽을 더 높이 들어 올려주는 ‘차등적 지원’과 ‘파격적 편애’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 부처에서 특별법 119개 조문을 일괄 부정하기보다, 국가가 반드시 총괄해야 할 영역과 지역에 맡겨도 되는 영역을 나눠야 한다.

예컨대 전력계통처럼 국가 단위 관리가 필요한 분야는 기준은 중앙이 갖되, 일정 규모 이하 인허가·입지·인센티브 설계는 특별시에 위임하는 ‘조건부 분권’방식이다.

그 대신 성과평가·일몰·확산(타 지역 확대) 장치를 법에 박아 형평성 논쟁을 제도화해야 한다.

4년 20조 지원 같은 숫자도 구호가 아니라, 통합 초기 비용(시스템 통합·인사·청사 분산 운영)과 균형발전기금 재원까지 포함한 법적·재정적 장치로 담보돼야 한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조세 감면권, 지역 맞춤형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권,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재정 자립권 등은 ‘먹고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다.

119개 조항은 이러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이를 ‘중앙의 관리’라는 명목으로 삭제하는 것은 통합하지 말라는 소리나 진배없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5극 3특을 통해 지방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 ‘특례=특혜’라는 프레임을 깨야 한다. 최소한 광주와 전남에 쥐여줄 권한이 배타·차별적이어서 특혜 시비가 붙을 정도는 돼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에서 진정한 메가시티가 탄생할 수 있다. 지금 정부 관료들이 붙들고 있는 것은 ‘관리 권한’이 아니라 ‘지방의 목줄’이다. /정병호 정치부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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