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매개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작가들 ‘화제’
2026년 02월 08일(일) 16:40
이진, 김현주 소설가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시리즈 참여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편찬위원회가 펴낸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시리즈-‘한국민중운동사’(1, 2권).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편찬위원회가 펴낸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시리즈 책들.
소설은 다양한 콘텐츠화가 가능한 장르다. 원천소스로서의 소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은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서사가 내재하는 변주와 확장은 타 장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고 폭이 넓다.

그뿐 아니다. 소설은 그릇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구적 관점에서 소설은 타 장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소설을 매개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작가들이 있어 ‘화제’다.

이진 소설가와 김현주 소설가가 문화사를 소설로 읽어내는 작업에 참여한 것. 이들은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시리즈 제 5집 ‘소설로 읽는 한국민중운동사’(1, 2권)에 참여해 의미있는 작품(‘기나긴 터널’, ‘암태도의 푸른 불꽃’
이진 소설가.
)을 게재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이기도 한 이진 작가는 최근 통화에서 “청소년이나 일반 독자들에게 우리 역사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시리즈는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편찬위원회’(위원장 김종성)가 기획했으며 서연비람에서 책을 발간했다.

광주전남작가회의 부회장인 김현주 작가는 “딱딱한 역사책보다 이야기 중심의 사람들 이야기가 훨씬 많은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는 지난 2022년 12월 ‘소설로 읽는 한국여성사’를 시작으로 ‘소설로 읽는 한국음악사’,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소설로 읽는 한국환경생태사’, ‘소설로 읽는 한국민중운동사’ 등이 발간됐다.

각각 1, 2권으로 구성되며 각 권마다 10여 편의 중단편 소설이 수록됐다.

시리즈 필진은 한국작가회의 소설가 20명이 참여하며, 광주전남작가로는 이진 작가와 김 작가가 포함됐다. 두 소설가는 제5집 ‘소설로 읽는 한국민중운동사’에 각각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기나긴 터널’, 암태도 소작쟁의를 다룬 ‘암태도의 푸른 불꽃’을 게재했다.

이 작가는 “ ‘기나긴 터널’, ‘암태도의 푸른 불꽃’ 모두 우리 지역의 고난과 상처를 통해 광주전남이 역사에 끼친 영향력과 의미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저희들과 같은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작가의 창작활동이 의미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현주 소설가.
김 작가 또한 “광주전남은 근현대사에서 내부와 외부로부터 많은 핍박과 수탈의 대상이었다”며 “이번 작품들은 민중운동사의 관점에서 어떻게 지역민들이 상처를 싸안으며 극복해왔는가 등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설 ‘기나긴 터널’은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 역할을 했던 윤상원 열사와 저항운동의 실질적 기반이었던 녹두서점이 주요 모티브다. 광주의 민주화 운동 과정과 군의 잔혹한 진압작전에 따른 참상을 진솔하게 그렸다.

이 작가는 “전두환 군부의 불법적인 쿠데타에 정당성을 부영하기 위해 광주를 제물로 삼아 벌어진 일임에도 폭동이니 북한군 개입이니 하는 식의 폄훼와 왜곡으로 일관했던 당시 군부의 시각을 확대 재생산하는 일부 세력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강한 목소리로 비판했다”며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평가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진실을 호도하려는 세력이야말로 우리의 역사를 아직도 기나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세력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김 작가의 ‘암태도의 푸른 불꽃’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당시 살인적 소작료 인하를 요구하며 쟁의를 일으켰던 농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이번 작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암태도 소작쟁의를 재조명하고 당시 농민의식의 변화 과정을 담담하게 기술했다”며 “당시 암태도 부인회 활동이 활발했던 점을 착안, 실존인물을 주요 인물로 내세워 민중운동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한 여성들의 활동을 다뤘다”고 덧붙였다.

한편 편찬위원회는 “사실과 고증 위주의 딱딱한 역사서 형식보다는 인물이 살아 숨 쉬는 소설적 접근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향후 ‘소설로 읽는 한국전쟁사’가 발간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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