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사망 부른 ‘판독 하청’…안전장치 마련 시급하다
2026년 02월 01일(일) 20:38 가가
광주보훈병원, 1차 의원 판독 착오로 장 천공 조기 발견 못해
종합병원 책임은 30% 그쳐 …재검토·관리감독 강화 등 필요
종합병원 책임은 30% 그쳐 …재검토·관리감독 강화 등 필요
광주·전남 대형 병원들이 환자도 모르게 MRI, CT 등 영상 판독을 ‘외주’ 맡기고 있는 점과 관련, 오진 등을 막기 위한 환자 안전 제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광주보훈병원에서 영상 판독 외주를 맡긴 의원이 중요 질환에 대한 진단을 누락해 환자가 사망한 데 대해 의원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지면서다.
이원화된 진단 구조로 오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영상 판독 재검토, 관리감독 강화 등 환자 안전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지법 민사12단독 이상훈 부장판사는 광주보훈병원을 운영 중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광주시 남구 A의원 의사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광주보훈병원 측은 지난 2023년 장 천공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환자 B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영상검사 원격 외주판독을 맡은 A의원이 진단을 잘못 내린 탓이라며 소송을 냈다. 광주보훈병원이 유족에게 합의금 3500만원을 지급하게 되자, 해당 의원 측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B씨는 지난 2023년 5월 13일 전신 위약감 등을 이유로 광주보훈병원에 내원, 코로나19 양성 및 급성신부전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가 장 천공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숨졌다.
B씨는 같은 해 7월 7일 병원에서 복부와 폐에 대한 CT 검사를 받았는데, 이 때 병원 측은 영상검사 원격 외주판독 용역계약을 맺은 A의원에 영상 검사를 의뢰했다. A의원은 폐렴 소견만을 판독해 회신했으며, 복부 CT 검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소견을 내지 않았다.
이후 B씨는 일주일도 안 돼 혈압 저하, 호흡곤란 등으로 전남대병원으로 전원됐고, 복부 CT 검사를 다시 해 본 결과 뒤늦게 장 천공이 확인됐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B씨 유족으로부터 의료분쟁조정 신청을 접수받았고, “의료진의 과실과 B씨의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에게 합의금 3500만원을 줄 것을 권고했다.
재판부는 광주보훈병원과 A의원 모두 장 천공을 진단할 능력이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책임 소재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한 검사 영상에서 장 천공을 시사하는 증상이 뚜렷하게 확인되는데도, A의원이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조기에 치료받을 기회를 잃게 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동시에 광주보훈병원 측도 B씨의 복부팽만 내지 혈변 등 증상으로 독자적으로 장 천공을 진단할 수 있었음에도 진단을 하지 않고, 흉부 촬영 영상 판독을 의뢰한 점 등에서 책임 소재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광주보훈병원 측의 책임을 30%로 설정, 의원 측에 70% 책임이 있다고 봤다. 용역계약서상 판독 오류 책임이 A의원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30일 전남의 한 군 지역에 거주하는 50대 C씨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광주의 한 종합병원에서 추적 검사를 받아오다, 이미 전년도부터 갑상선에 암이 발생해 임파선까지 전이가 되고 있던 것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알고 보니 추적 검사를 위해 촬영한 영상들은 해당 병원 상임전문의가 판독하지 않고, 동네 의원급 1차 병원 의사들이 ‘대리 판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자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원격의료’를 한다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원격 영상 판독 시스템이 오히려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자 사망 사고에 대한 재판에서도 종합병원 측 책임은 30%에 그쳤다는 점에서 종합병원이 오진 책임을 줄이기 위해 1~2차 병원에 진단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하청’ 형태로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또 유사한 의료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원청’ 격인 종합병원 측의 영상 판독·진료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강화하고, 외주 판독한 영상을 재검토하는 등 관리·감독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외주 판독은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 탓에 종합병원 대부분이 외주 판독을 맡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외주 영상판독 업체를 입찰할 때 복부, 두부, 흉부 등 전문 분야에 맞는 의사가 있는지 추가 확인토록 하고 판독 사후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등 환자 안전을 위한 후속 대책을 체계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최근 광주보훈병원에서 영상 판독 외주를 맡긴 의원이 중요 질환에 대한 진단을 누락해 환자가 사망한 데 대해 의원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지면서다.
광주지법 민사12단독 이상훈 부장판사는 광주보훈병원을 운영 중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광주시 남구 A의원 의사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B씨는 같은 해 7월 7일 병원에서 복부와 폐에 대한 CT 검사를 받았는데, 이 때 병원 측은 영상검사 원격 외주판독 용역계약을 맺은 A의원에 영상 검사를 의뢰했다. A의원은 폐렴 소견만을 판독해 회신했으며, 복부 CT 검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소견을 내지 않았다.
이후 B씨는 일주일도 안 돼 혈압 저하, 호흡곤란 등으로 전남대병원으로 전원됐고, 복부 CT 검사를 다시 해 본 결과 뒤늦게 장 천공이 확인됐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B씨 유족으로부터 의료분쟁조정 신청을 접수받았고, “의료진의 과실과 B씨의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에게 합의금 3500만원을 줄 것을 권고했다.
재판부는 광주보훈병원과 A의원 모두 장 천공을 진단할 능력이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책임 소재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한 검사 영상에서 장 천공을 시사하는 증상이 뚜렷하게 확인되는데도, A의원이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조기에 치료받을 기회를 잃게 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동시에 광주보훈병원 측도 B씨의 복부팽만 내지 혈변 등 증상으로 독자적으로 장 천공을 진단할 수 있었음에도 진단을 하지 않고, 흉부 촬영 영상 판독을 의뢰한 점 등에서 책임 소재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광주보훈병원 측의 책임을 30%로 설정, 의원 측에 70% 책임이 있다고 봤다. 용역계약서상 판독 오류 책임이 A의원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30일 전남의 한 군 지역에 거주하는 50대 C씨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광주의 한 종합병원에서 추적 검사를 받아오다, 이미 전년도부터 갑상선에 암이 발생해 임파선까지 전이가 되고 있던 것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알고 보니 추적 검사를 위해 촬영한 영상들은 해당 병원 상임전문의가 판독하지 않고, 동네 의원급 1차 병원 의사들이 ‘대리 판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자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원격의료’를 한다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원격 영상 판독 시스템이 오히려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자 사망 사고에 대한 재판에서도 종합병원 측 책임은 30%에 그쳤다는 점에서 종합병원이 오진 책임을 줄이기 위해 1~2차 병원에 진단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하청’ 형태로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또 유사한 의료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원청’ 격인 종합병원 측의 영상 판독·진료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강화하고, 외주 판독한 영상을 재검토하는 등 관리·감독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외주 판독은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 탓에 종합병원 대부분이 외주 판독을 맡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외주 영상판독 업체를 입찰할 때 복부, 두부, 흉부 등 전문 분야에 맞는 의사가 있는지 추가 확인토록 하고 판독 사후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등 환자 안전을 위한 후속 대책을 체계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