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울림’ 씻김굿, 언어와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다
2026년 01월 19일(월) 19:10
국립남도국악원 ‘기획음반’
‘나를 위한 노래-씻김’ 제작
각종 음원사이트 9곡 공개
국악·POP·록·발라드 조화
‘진도 씻김굿’ 관심 이어지길

진도 씻김굿을 모티브로 한 음반 ‘나를 위한 노래-씻김’을 공개했다. ‘지전춤’ 한 장면. <국립남도국악원 제공>

“나에게 소중했던 내 사람 아끼고 좋아했던 내 사람아/ 언제나 서로의 곁에서 떠날 줄 몰랐는데/ 꽃은 피었다 지더라도 계절이 돌아오면 다시 피는데/ 사람은 한 번 지고 나면 다시 피울 수 없는 것”(‘나를 위한 노래 씻김’ 수록곡 ‘안녕’ 중)

씻김굿은 진도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망자굿으로,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의식이다. ‘씻김’이라는 말에는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과 원한을 씻어 편안히 보내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상실과 이별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마음을 다독이는 씻김굿의 의미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러한 씻김굿을 오늘의 언어와 음악으로 풀어낸 음반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립남도국악원(원장 박정경)은 씻김굿을 바탕으로 한 기획음반 ‘나를 위한 노래-씻김’을 제작해 최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 음반에는 서울 지하철 환승역 음악 ‘얼씨구야’와 국악관현악곡 ‘Knock’ 등을 작곡한 김백찬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여기에 신민섭, 이진희, 박한규, 임성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 온 작곡가들이 함께했다. 팝과 록, 발라드 등 여러 장르의 형식을 차용해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씻김굿의 무가(노래)와 사설(가사) 역시 오늘의 언어로 다듬어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김 작곡가는 “진도 씻김굿은 국악인들에게 잘 알려진 음악이고 예술적인 가치가 높다보니, 국악인과 일반인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곡의 첫 소절부터 국악이라는 인식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친근한 감각을 살렸다”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는 과정에서 씻김굿의 매력을 느끼고, 더 나아가 그 원형에도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소리꾼 김원기·이건호가 녹음하는 모습


수록곡은 모두 9곡이다. ‘초가망석’부터 ‘손굿 처올리기’, ‘제석굿’, ‘길닦음’ 등 진도 씻김굿의 절차를 따라 구성했다. 음반을 전체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굿의 흐름과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첫 트랙은 망자의 혼을 불러들이는 대목에서 착안한 ‘그대 오소서’다. 한과 슬픔보다는 경쾌한 리듬과 생동감 있는 음색으로 곡의 문을 연다. 몽환적인 K-POP을 떠올리게 하는 곡의 분위기는 이별의 순간이 반드시 비통함으로만 채워질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중반부에는 록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리듬이 이어지며 기원과 축원의 정서를 드러낸다. ‘제석굿’을 바탕으로 한 ‘신맞이’, ‘내려온다’, ‘God bless’는 경쾌한 박자와 반복되는 리듬 위에 복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팝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김 작곡가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곡으로 7번째 트랙 ‘안녕’을 꼽았다. 잔잔한 선율 속에 함께한 이와의 기억을 아름답게 그리는 곡이다. 그는 “지난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먼저 떠난 가까운 지인이 있었는데, 그 친구를 보내며 느낀 감정이 씻김굿이 지닌 정서와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을 마주한 마음을 최대한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길닦음’ 역시 저승으로 향하는 긴 여정을 떠올리게 하는 원형의 이미지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잘 풀어낸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음반의 마지막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노래들로 채워진다. ‘여정’과 ‘Be Happy’는 한층 힘 있는 사운드로 흐름을 이어가며 씻김의 과정을 과거의 의식이 아닌 오늘의 희망으로 풀어낸다. 애도의 시간을 지나 다시 삶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메시지가 담겼다.

연주는 대규모 편성 대신 실내악 중심으로 꾸려 노래의 메시지가 보다 또렷하게 전해지도록 했다. 향후 무대 공연으로의 확장도 염두에 둔 구성이다.

가야금 연주자 장예은이 녹음하는 모습
김 작곡가는 “죽음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일이다. 떠나는 이를 향한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이 바로 굿인 만큼, 이 음반이 이별을 경험한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며 “이번 음반이 대중의 공감을 얻어 진도 씻김굿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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