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색감, 빛과 그림자가 발하는 ‘흰 곳’의 이미지
2025년 11월 19일(수) 20:15 가가
송원대 교수인 고희자 작가 ‘백색의 시선, 자연의 호흡’전
무등갤러리서 20일부터 오는 26일까지 30년 화업 기념전
무등갤러리서 20일부터 오는 26일까지 30년 화업 기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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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고희자 작가. |
고희자 작가는 ‘황토’를 닮은 화가다. 그의 그림에는 옛 고향의 정서와 사유가 드리워져 있다. 자연에서 체득한 영감과 철학은 세련된 감각보다 우위에 있다. 그렇다고 ‘촌스럽다’는 의미는 아니다. 황토가 발현하는 미학이 그의 작품에 은근하게 투영돼 있어 은은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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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치아 A’ |
20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동구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에서 펼치는 ‘백색의 시선, 자연의 호흡’은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가 남다른 것은 10회, 30년이라는 수와 연관된 행사는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실에 걸린 그림들 가운데는 1년 또는 3년, 1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들도 있다”며 “20여 년간 작업했던 소중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고 그는 전했다.
전시장에는 모두 50여 점이 걸렸다. 현장에 나가 직접 보고, 느끼고, 사유했던 대상을 그린 작품들은 특유의 생동감과 감성을 발한다. 그림을 보는 이도 마치 작가에 이끌려 현장에 함께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고 작가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로서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작품을 볼 때마다 현장의 느낌, 바람소리, 꽃과 나무 등 자연의 체취가 고스란히 전해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붓을 잡는 순간 무한한 자유를 얻는다”며 “절제된 색감으로 빛과 그림자를 그리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감성은 자유롭게 춤을 춘다”고 덧붙였다.
화폭에 담긴 자연은 작가의 고향은 물론 남도의 산하, 그리고 외국의 명소 등 다채롭다. 그의 발길과 눈길이 머문 곳은 고스란히 모티브로 전이돼 아름다운 작품으로 귀결된 것이다. 나주 금천의 배꽃, 베네치아, 체코 프라하, 독일 백조의 성 등은 절제된 색감과 먹물, 수채, 콘테 등이 어울리며 신비하면서도 깊이있는 미학을 연출한다. 무엇과도 잘 어울리면서도 독특한 미감과 효능을 잃지 않는 황토의 특질이 읽혀진다.
안석교 전 과기원 석좌교수는 “고희자 교수의 작품은 이른바 군중의 고독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힐링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보기 드문 마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한다.
한편으로 고 작가의 그림은 백색, 다시 말해 ‘흰 곳’으로 초점화되고 있다. 밝은 곳을 지향하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내밀하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인 김익두 시인은 “고 화백의 그림들은 백색의 초점들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며 “놀랍게도 서양화이면서도 실제로는 우리 민족혼의 밝은 ‘흰 중심’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나주의 금천 배꽃 A’는 어느 봄날, 배꽃이 천지인 과수원의 풍경을 초점화한 작품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하얗게 뒤덮인 배꽃은 점점이 떠 있는 하얀 등을 연상시킨다. 배나무 아래 녹색의 풀밭은 배꽃의 흰색과 절묘한 보색의 대비로 환상적 이미지를 환기한다.
이밖에 전시장에서는 ‘화원의 순간’, ‘섬진강’, ‘꽃과 여인’, ‘석류A’, ‘백일홍’, ‘신수유’, ‘소녀상’ 등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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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금천의 배꽃 A’ |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