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첫 미용사 오엽주, 뮤지컬로 환생…전남문화재단 창작뮤지컬 ‘헤어 드레서’
2025년 10월 20일(월) 20:00 가가
개화기 조선 최초 백화점에 미용실 연 여성 ‘헤어 디자이너’ 1호
시대보다 앞섰던 근대 여성의 성공 이야기 ‘헤어쇼’ 형식 풀어내
시대보다 앞섰던 근대 여성의 성공 이야기 ‘헤어쇼’ 형식 풀어내
1933년 3월, 서울 종로의 화신백화점 2층. 유리창 너머로 드라이어 소리가 흘러나오고, 파마 약 냄새가 공기를 감싼다.
‘화신미용원’. 그곳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단아한 한복에 쪽진 머리가 일반적이던 시절, 굽 높은 구두에 최신 양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여인이 고객의 머리칼을 말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오엽주. 조선에서 처음으로 백화점 안에 미용실을 연 여성이자, 근대적 의미의 ‘헤어 디자이너’ 1호였다.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난 그는 원래 영화배우를 꿈꿨으나 일본 유학길에서 미용 기술을 배우며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귀국 후 화신백화점에 미용실을 열어 파마, 화장, 매니큐어 등 서양식 미용법을 선보였다.
당시는 ‘머리를 볶는’ 행위가 금기처럼 여겨졌던 시대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미용실에는 매일 부유층 여성들이 줄을 섰다. 파마 한 번에 쌀 한가마니를 살 수 있을 만큼 비쌌지만, 오엽주의 손길은 ‘못난이도 미녀로 만들어준다’는 입소문을 탔다.
시대보다 앞서 있던 한 여인의 이야기가 무대 위로 소환된다.
전남문화재단(대표이사 김은영)은 오는 25일 오후 4시 30분 남도소리울림터에서 창작뮤지컬 ‘헤어 드레서’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2025 공연예술 유통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이엘프러스가 제작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다.
‘헤어 드레서’는 개화기 최초의 헤어 디자이너로 알려진 오엽주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꿈과 용기, 그리고 여성의 자립을 유쾌하고도 섬세하게 그린다.
주인공 ‘마례’는 남들과 다른 미적 감각으로 늘 눈총을 받는다. 단발머리와 직접 만든 드레스로 세상의 시선을 한몸에 받지만 그 자유로움은 곧 갈등을 부른다.
질투와 오해 속에서 마례는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미용 기술을 배우고 귀국 후 백화점 안에 미용실을 연다.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새로운 스타일은 곧 도시의 유행이 되고, 미용실은 ‘못난이도 미녀로 만든다’는 소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들을 도우며 비밀리에 군자금을 전달하던 마례의 미용실은 이내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사랑과 신념, 질투와 희생이 교차하는 가운데 마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선의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2022년 초연 이후 전국 무대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작품은 ‘헤어쇼’를 중심으로 한 국내 최초의 창작뮤지컬이다. 무대 위에서 재현되는 헤어쇼 장면은 조명과 음악, 안무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생동감 있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의상, 세밀한 조명 연출은 개화기의 화려함과 환상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구현하며 관객이 새로운 시대의 미학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만든다.
이번 공연에서는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소냐가 주인공 ‘마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마례와 갈등을 빚는 인물 ‘예화’ 역은 트로트 가수 조정민이 맡아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대를 채운다.
김은영 재단 대표이사는 “뮤지컬 ‘헤어 드레서’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특별한 문화예술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수준 높은 공연을 지속적으로 유치해 지역 문화 발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석 1만원, 티켓링크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화신미용원’. 그곳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단아한 한복에 쪽진 머리가 일반적이던 시절, 굽 높은 구두에 최신 양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여인이 고객의 머리칼을 말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난 그는 원래 영화배우를 꿈꿨으나 일본 유학길에서 미용 기술을 배우며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귀국 후 화신백화점에 미용실을 열어 파마, 화장, 매니큐어 등 서양식 미용법을 선보였다.
당시는 ‘머리를 볶는’ 행위가 금기처럼 여겨졌던 시대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미용실에는 매일 부유층 여성들이 줄을 섰다. 파마 한 번에 쌀 한가마니를 살 수 있을 만큼 비쌌지만, 오엽주의 손길은 ‘못난이도 미녀로 만들어준다’는 입소문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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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왼쪽)와 조정민 |
주인공 ‘마례’는 남들과 다른 미적 감각으로 늘 눈총을 받는다. 단발머리와 직접 만든 드레스로 세상의 시선을 한몸에 받지만 그 자유로움은 곧 갈등을 부른다.
질투와 오해 속에서 마례는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미용 기술을 배우고 귀국 후 백화점 안에 미용실을 연다.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새로운 스타일은 곧 도시의 유행이 되고, 미용실은 ‘못난이도 미녀로 만든다’는 소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들을 도우며 비밀리에 군자금을 전달하던 마례의 미용실은 이내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사랑과 신념, 질투와 희생이 교차하는 가운데 마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선의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2022년 초연 이후 전국 무대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작품은 ‘헤어쇼’를 중심으로 한 국내 최초의 창작뮤지컬이다. 무대 위에서 재현되는 헤어쇼 장면은 조명과 음악, 안무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생동감 있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의상, 세밀한 조명 연출은 개화기의 화려함과 환상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구현하며 관객이 새로운 시대의 미학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만든다.
이번 공연에서는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소냐가 주인공 ‘마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마례와 갈등을 빚는 인물 ‘예화’ 역은 트로트 가수 조정민이 맡아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대를 채운다.
김은영 재단 대표이사는 “뮤지컬 ‘헤어 드레서’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특별한 문화예술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수준 높은 공연을 지속적으로 유치해 지역 문화 발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석 1만원, 티켓링크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