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특별법 4년…사건 접수만 하고 사실상 ‘멈춤’
2025년 10월 19일(일) 20:20
전남도 실무위 1만879건 접수…중앙위 3776건 심의 완료
1년 남았는데 처리 30%대 불과…기한내 처리 불가능
정권교체 이후에도 2기 진상보고서 기획단 출범도 못해

/클립아트코리아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여순사건위)의 법적 진상규명 조사 기한이 1년도 남지 않았는데도, 진상조사 처리율은 30%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순사건이 발생한 지 77년이 지나 피해자와 유족들이 대부분 고령이 된 데다 진상조사 개시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사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여순사건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출범 이래 3년여 동안 접수된 희생자 신고는 총 1만879건으로, 이 중 3776건(34.7%)을 처리 완료했다. 각각 인용 2596건, 기각 104건, 기타(중복·취하 등) 1076건 등이다.

여순사건위는 중앙위원회(위원장 김민석 국무총리)와 실무위원회(위원장 김영록 전남도지사)로 구성돼 있으며, 실무위에서 1차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중앙위에서 재조사를 거쳐 희생자 및 유족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미처리 상태인 희생자 신고 7103건 중 2671건은 실무위 조사를 마치고 중앙위로 전달돼 심의·의결 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는 조사 기한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순사건위는 현행법상 오는 2026년 10월 5일 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기한이 종료된다. 이후로는 최대 1년여 동안 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간만 주어진다. 1년에 10% 수준의 진척밖에 내지 못하는 지금까지 속도로는 전체 신고 건의 절반도 조사를 완료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순사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점, 중앙위의 심의·의결 회의가 잘 열리지 않는 점 등 때문에 조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실무위 조사 인력은 전문조사관 5명, 사실조사원 5명 등 10명 뿐이며, 각 시·군에 소속된 조사원들을 모두 합쳐도 47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앙위는 심의·의결 회의를 분기에 한 번씩 열다 보니 지난 3년 동안 14회밖에 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는 4개월 동안 단 1회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더구나 중앙위원들은 7명의 위원이 1회당 10여건씩 처리하면서 한 달에 100~150건 정도만 심의하다보니 전반적인 처리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상옥 전남도 여순사건지원단 조사관은 “며 “실무위원회 조사인력도 부족한 데다, 실무위에서 심의·의결돼 올라간 안건을 중앙위가 이중 검토하는 절차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현재 3차까지 신고 접수를 받았는데, 그 중 1, 2차 신고 건 조차 완료하지 못했다. 올해 안에 1, 2차 신고 건에 대한 실무위 조사라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최경필 여순10·19범국민연대 사무처장은 “지금 처리 속도로 내년 10월까지 심사를 끝마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낮은 처리율의 큰 원인으로 꼽히는 심사 인력 부족과 중앙위의 이중 검토 시스템 중 하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줘야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 이후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할 인력도 여전히 정해지지 못했다.

제1기 진상조사보고서작성기획단은 지난 2023년 12월 당연직 5명(정부 부처·전남도 국장급 공무원), 단장을 포함한 위촉직 10명 등 15명으로 출범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 활동한 김계리 변호사가 단원으로 나서는 등 보수·뉴라이트(보수우익집단) 인사들이 다수 참여해 유족들의 반발을 산 끝에 지난 4월 해산됐다.

2기 진상조사보고서작성기획단은 이르면 이달 중 출범할 예정이나, 현재 국무총리실 검토가 늦어지고 있어 출범 일정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형용 진상보고서작성기획단 1기 유족 대표 단원은 “진상 조사와 “여순사건 진상조사와 희생자 결정, 유해 발굴 등 주요 사안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권 교체 이후에도 진상조사에 뚜렷한 진척이나 변화가 없고 진상보고서 작성 기획단 2기 역시 인선만 완료됐을 뿐 출범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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