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농부가족’ 함께라서 더 풍성한 추석
2025년 10월 02일(목) 07:00 가가
광주 호영미-김기중씨 부부
베트남서 오빠 부부 등 6명 입국
하우스 16동 6000평 농사 지어
11명이 대가족 이루며 함께 생활
차례상에 한국·베트남 음식 올려
베트남서 오빠 부부 등 6명 입국
하우스 16동 6000평 농사 지어
11명이 대가족 이루며 함께 생활
차례상에 한국·베트남 음식 올려


광주시 서구 서창동 서창한옥문화관에 모인 베트남 출신 호반하이·황탱장 부부(왼쪽부터), 호영미·김기중씨 부부, 전투흐엉·부반하 부부, 부반방이·부이티엄이 부부가 한복을 입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진수 기자 jiggi@kwangju.co.kr
최근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 사례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가족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외국인, 다문화 가족이 더 많다. 추석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진정한 사회구성원, 이웃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행복한 모습과 일상을 담았다.
“올해는 11명이나 모였으니 더 풍성한 추석이 되겠네요”
베트남 출신으로 광주에 정착한 호영미(여·40·베트남 이름 호티반)씨는 올해 다른 여느 집보다 활기가 가득한 추석을 보낼 예정이다.
호씨의 친오빠 호반하이(42)·황탱장(여·40) 부부, 사촌동생 부반하(36)·전투흐엉(29) 부부, 사촌오빠 부반방이(45)·부이티엄이(여·39) 부부까지 모든 가족이 최근 계절근로자 등으로 한국에 입국하면서 남편 김기중(56)씨를 비롯해 11명 대가족이 한국에서 추석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한 집에 모여 농사를 짓는 ‘농부 가족’이기도 하다.
지난 26일 호씨 가족들은 난생 처음 한복을 입고 광주시 서구 서창동 서창한옥문화관 앞에 모여 서툴게 묶인 옷고름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 옷 매무새를 고쳐주며 골목을 거닐고, 연신 기념 사진을 남기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호영미씨와 김기중씨 부부는 베트남에서 계절근로자로 한국으로 들어온 친척 6명과 나주시 금천면, 광주시 서구 서창동, 남구 화장동, 월성동, 양촌동에서 함께 농사를 지으며 동거동락하고 있다.
“원래 베트남에서는 모두 근처에 모여 살았다”고 말한 호영미씨는 “대가족이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다. 저번주에 사촌오빠 부부까지 들어어왔고 우리 아들 딸까지 총 11명이 됐다. 한국에서 이렇게 다시 모이니 모두 반갑다”고 웃어보였다.
김기중 씨도 “한국에서 가족 모두가 이렇게 모이니 마음이 든든하다. 농사는 손이 가장 중요한데, 이미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랑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선뜻 와서 함께 해주니 참 고맙다”고 덧붙였다.
비닐하우스가 더욱 뜨거워지는 낮을 피해 일을 저녁부터 시작하고 있는 이들 가족은, 새벽 3시 반까지 부추 포장 작업을 한 다음날임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없이 일찍 일어나 마당을 청소하고 집안일을 함께했다.
지난 3월 한국으로 온 황탱장, 전투흐엉 씨는 농사일을 함께하며 서로 의지하고 도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족이 함께 있어 든든해요. 또 같이 일하니까 심심할 틈이 없고, 아까 마당에서 대추를 땄는데 한 시간 만에 바구니가 가득 찼어요. 일할 때 서로 도우니까 즐겁고 보람 있어요. 중간에 새참도 먹고, 같이 수다 떠는 시간이 낙이죠. 끝나고 누가 더 많이 포장했는지도 확인하고, 서로 이야기하며 웃는 게 제일 좋아요.”
2주 전 한국에 도착한 부이티엄이 씨도 언니집에 왔다는 편한 마음으로 한국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딱 도착해보니까 날씨가 훨씬 시원해서 좋더라고요. 한국 생활이 처음이니 모르는 것도 많고, 만약 혼자 왔다면 걱정이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언니 집에 오는 거라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해요. 앞으로 재밌게 같이 일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지내려고요.”
호영미씨 김기중씨 부부가 관리하는 농장은 하우스 16동, 총 6000평 규모다. 요즘은 보름이면 훌쩍 자라나는 부추 때문에 수확할 일손은 항상 부족하기만 하다. 하지만 두 명이 더 함께 하게 되면서 이번 가을 수확은 그나마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작물이 자라는 속도를 인간 손이 따라가기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규모가 커지면서어짜피 우리 부부 둘이서는 도저히 못하니 계절근로자를 고용해야했죠. 그러면 당연히 인건비가 나갈 수 밖에 없는데 기왕이면 우리 가족한테 가면 좋지 않겠냐 싶었어요. 물론 가족이 아니었으면 이정도로 애정을 갖고 일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죠. 밤 늦게까지 작업하면서도 끝까지 마무리 하고 가려고 해주고 우리보다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세 자녀 역시 바쁜 대가족의 일상을 함께해오고 있다. 큰딸 김효민(여·18)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러 가면 대신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며 집안일까지 돕는 부모의 일등 조력자다. 아들 김선효(14)·김선관(12)군도 영어와 수학 등 학업에 충실히 임하며 엄마아빠의 고된 일상에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특히 고3인 김효민씨가 최근 스마트농업 관련 과로 진학을 준비하면서 김기중 씨의 후임 걱정도 한결 덜었다.
대가족이 모여 지내는 이번 추석의 차례상에는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가 어우러져 조금은 색다른 음식들이 오를 전망이다. 한국의 나물과 산적, 육전 등과 함께 바나나, 쌀국수, 분짜 등이 준비돼 다양한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베트남에서도 차례 방식이 한국과 크게 다르진 않아요. 대신 한국처럼 자정에 맞춰서 하지 않고 낮에 상을 올립니다. 나물도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밥이랑 국도 올려요. 대신 우리는 바나나를 올리는 게 다를 순 있겠네요. 뒤집어 놓지 않고 손 모양처럼 위로 올려 하늘을 향해 놓아요. 모두 함께 모인만큼 쌀국수, 분짜 등 베트남에서 평소 즐겨먹던 음식을 함께 차려서 즐겁게, 맛있게 준비해 나눠먹을 예정이에요”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베트남 출신으로 광주에 정착한 호영미(여·40·베트남 이름 호티반)씨는 올해 다른 여느 집보다 활기가 가득한 추석을 보낼 예정이다.
호씨의 친오빠 호반하이(42)·황탱장(여·40) 부부, 사촌동생 부반하(36)·전투흐엉(29) 부부, 사촌오빠 부반방이(45)·부이티엄이(여·39) 부부까지 모든 가족이 최근 계절근로자 등으로 한국에 입국하면서 남편 김기중(56)씨를 비롯해 11명 대가족이 한국에서 추석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한 집에 모여 농사를 짓는 ‘농부 가족’이기도 하다.
“원래 베트남에서는 모두 근처에 모여 살았다”고 말한 호영미씨는 “대가족이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다. 저번주에 사촌오빠 부부까지 들어어왔고 우리 아들 딸까지 총 11명이 됐다. 한국에서 이렇게 다시 모이니 모두 반갑다”고 웃어보였다.
김기중 씨도 “한국에서 가족 모두가 이렇게 모이니 마음이 든든하다. 농사는 손이 가장 중요한데, 이미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랑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선뜻 와서 함께 해주니 참 고맙다”고 덧붙였다.
비닐하우스가 더욱 뜨거워지는 낮을 피해 일을 저녁부터 시작하고 있는 이들 가족은, 새벽 3시 반까지 부추 포장 작업을 한 다음날임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없이 일찍 일어나 마당을 청소하고 집안일을 함께했다.
지난 3월 한국으로 온 황탱장, 전투흐엉 씨는 농사일을 함께하며 서로 의지하고 도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족이 함께 있어 든든해요. 또 같이 일하니까 심심할 틈이 없고, 아까 마당에서 대추를 땄는데 한 시간 만에 바구니가 가득 찼어요. 일할 때 서로 도우니까 즐겁고 보람 있어요. 중간에 새참도 먹고, 같이 수다 떠는 시간이 낙이죠. 끝나고 누가 더 많이 포장했는지도 확인하고, 서로 이야기하며 웃는 게 제일 좋아요.”
2주 전 한국에 도착한 부이티엄이 씨도 언니집에 왔다는 편한 마음으로 한국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딱 도착해보니까 날씨가 훨씬 시원해서 좋더라고요. 한국 생활이 처음이니 모르는 것도 많고, 만약 혼자 왔다면 걱정이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언니 집에 오는 거라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해요. 앞으로 재밌게 같이 일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지내려고요.”
호영미씨 김기중씨 부부가 관리하는 농장은 하우스 16동, 총 6000평 규모다. 요즘은 보름이면 훌쩍 자라나는 부추 때문에 수확할 일손은 항상 부족하기만 하다. 하지만 두 명이 더 함께 하게 되면서 이번 가을 수확은 그나마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작물이 자라는 속도를 인간 손이 따라가기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규모가 커지면서어짜피 우리 부부 둘이서는 도저히 못하니 계절근로자를 고용해야했죠. 그러면 당연히 인건비가 나갈 수 밖에 없는데 기왕이면 우리 가족한테 가면 좋지 않겠냐 싶었어요. 물론 가족이 아니었으면 이정도로 애정을 갖고 일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죠. 밤 늦게까지 작업하면서도 끝까지 마무리 하고 가려고 해주고 우리보다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세 자녀 역시 바쁜 대가족의 일상을 함께해오고 있다. 큰딸 김효민(여·18)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러 가면 대신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며 집안일까지 돕는 부모의 일등 조력자다. 아들 김선효(14)·김선관(12)군도 영어와 수학 등 학업에 충실히 임하며 엄마아빠의 고된 일상에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특히 고3인 김효민씨가 최근 스마트농업 관련 과로 진학을 준비하면서 김기중 씨의 후임 걱정도 한결 덜었다.
대가족이 모여 지내는 이번 추석의 차례상에는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가 어우러져 조금은 색다른 음식들이 오를 전망이다. 한국의 나물과 산적, 육전 등과 함께 바나나, 쌀국수, 분짜 등이 준비돼 다양한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베트남에서도 차례 방식이 한국과 크게 다르진 않아요. 대신 한국처럼 자정에 맞춰서 하지 않고 낮에 상을 올립니다. 나물도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밥이랑 국도 올려요. 대신 우리는 바나나를 올리는 게 다를 순 있겠네요. 뒤집어 놓지 않고 손 모양처럼 위로 올려 하늘을 향해 놓아요. 모두 함께 모인만큼 쌀국수, 분짜 등 베트남에서 평소 즐겨먹던 음식을 함께 차려서 즐겁게, 맛있게 준비해 나눠먹을 예정이에요”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