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살이 설움 끝이 없네”…다리 개통해 차로 오갈수 있는데도 추가택배비
2025년 09월 24일(수) 20:50
유인도 74곳은 여객선 항로서 제외 교통권 침해
목포·여수·신안·고흥·완도 등
전국 39개 연륙섬 주민들 피해
전남 41개 섬 여객선조차 없어
여객선 공영제 조기 도입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신안군 자은도 김대천(70) 이장은 섬과 육지를 잇는 천사대교(2019년 준공)가 개통된 지 6년이 지났음에도, 도서 지역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택배를 부칠 때마다 추가 요금을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택배를 부칠 경우 택배회사에 직접 부르면 6000원이고, 농협에 맡겨도 5500원을 내야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김 이장은 “지역명이 자은 ‘도’ 로 돼 있어서인지 택배비가 더 비싼 것은 물론 아직도 배송이 안 된다고 뜨는 곳도 많아 TV 홈쇼핑 주문도 못한다. 생활권은 목포랑 가까운데 왜 택배비 개선이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여수시 낭도 여산마을 황광수(69) 이장은 낭도에 연륙교가 무려 5개나 설치됐는데도 아직도 “섬이라 배달이 어렵다”는 온라인 쇼핑몰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팔영대교(2016년)부터 적금대교(2019년), 낭도대교(2019년), 둔병대교(2019년), 화양조발대교(2020년) 등이 잇따라 들어섰는데도 쇼핑몰과 택배사는 도서 지역 취급을 하며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이장은 “이곳 주민들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할 때 배달이 안 된다는 말을 한 두번 들어 본 것이 아니다”며 “택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택배 양이 웬만큼 많지 않으면 거부당하기 일쑤다”고 푸념했다.



전남의 24곳의 섬 주민들이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할 때, 연륙교(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가 놓여 있음에도 ‘섬 추가 배송비’를 내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륙교 설치 이후 육로로 이동이 가능함에도 섬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불합리한 관행이 전남 섬 지역을 중심으로 팽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온라인 연륙도서 추가 배송비 부과 점검 결과’에 따르면 목포·여수·신안·고흥·완도 등 전남 지역 연륙섬을 포함한 전국 10개 기초단체 39개 연륙섬 주민들이 온라인 배송 시 불필요한 추가 요금을 부담하고 있었다. 전남 지역에서 추가 배송비가 부과된 전남 연륙섬은 총 24곳이었다. 신안 지도·안좌도·자라도·압해도·임자도·증도, 여수 백야도·조발도·하태도, 고흥 사양도·지죽도, 완도 신지도·달도, 목포 고하도 등이다.

이들 지역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을 하면, 온라인 결제 단계에서 자동으로 ‘도서지역 추가 요금’이 붙는 것이다. 적게는 3500원에서 많게는 8000원의 추가 택배 요금을 내야 하고, 가전·가구라도 설치하려면 6~7만원의 가산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흥군 사양도 고영식(77) 이장은 “연륙교(사양교)가 2018년 준공됐는데도 10년이 넘어야 내륙으로 분류해줄 모양이다. 보통 택배비로 8000원 정도 더 달라 한다. 택배비 뿐 아니라 TV설치비용도 섬 지역 가산금을 6~7만원 정도 더 주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가 택배비용 징수 행위는 모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불공정 거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3년 9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을 개정해 ‘연륙교 개통으로 도선료 등 부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추가 배송비 부과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서 의원이 온라인쇼핑몰 18곳을 조사한 결과, 13곳이 지침을 위반해 추가 택배비를 받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롯데쇼핑, 카카오, SSG닷컴, GS리테일, CJENM,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CJ올리브영, 우아한형제들, 무신사, NS쇼핑,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등이다.

조사가 이뤄진 이후 12곳은 추가 택배비를 받지 않도록 조치했으나, 쿠팡은 여전히 8개 기초단체 22곳 연륙섬에서 추가 배송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삼석 의원은 “섬 추가배송비는 과거 섬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제도였으나, 다수의 섬이 연륙교로 연결된 상황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아 주민 차별과 불공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연륙섬 추가 배송비 금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일부 업체가 여전히 추가 요금을 청구하고 있어, 배송비 산정의 투명성 확보와 합리적인 재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륙교로 연결되지 않은 섬 중에는 아예 여객선조차 찾아오지 않는 곳도 있었다. 전국 총 480개의 유인도 중, 74개 섬은 아예 여객선 항로에서 제외돼 교통 편의성 조차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41개 섬이 전남 지역이다.

일각에서는 소외된 섬 주민들의 교통권을 보장하려면 연안여객선 공영제 조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안여객선 공영제’는 섬 주민의 이동권 보장과 해상 대중교통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지난 2022년 국정과제에 포함, 2025년을 전면 도입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섬 주민 수가 줄고 여객 수요도 줄면서 일부 민간 여객 항로를 국가 보조항로에 지정하는 수준에 그쳤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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