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몰살하려 했던 일본인, 역사에 남겨야”
2025년 08월 24일(일) 19:10
‘왜구인명사전’ 출간 김강열 전 5·18 기념재단 이사
“사건만 있고 인물 기록이 없는 역사책은 역사에 대한 우롱”
2008년부터 고문서 등 뒤져 정리…내달 18일 출판기념회

<김강열 전 5·18 기념재단 이사 제공>

올해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있어 의미있는 해다. 을사늑약 120년, 광복 80주년, 한·일협정 60년 등 상징적인 숫자를 갖는다.

최근 우리나라 역사 속 만행을 저지른 일본인들의 이름이 적힌 ‘왜구인명사전(아논컴퍼니)’이 출간됐다. 저자인 김강열<사진> 전 5·18 기념재단 이사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우리 민족을 몰살시키려 했던 이들이 누구인지 역사에 선명하게 남겨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은 총 8장과 부록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반도 침략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당사자의 이름과 소속, 그의 선조·후손·친족 등 1만 990여명(당사자 5348명)이 담겼다. 책의 자문은 시민운동가들로 구성된 ‘왜구인명사전 강독위원회’가 맡았다.

“기원전 50년 신라 박혁거세왕 때 일본이 처음 우리나를 공격한 이래 올해는 일본 침략 2075년이 되는 해 입니다. 일본은 수세기에 걸쳐 우리 민족을 학살하고 수탈과 핍박을 이어왔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조롱과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책에는 ‘사건’만 있을 뿐 ‘인물’은 제대로 언급돼 있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죠.”

그는 책의 서문에서 유대인 한나아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며 수천년에 걸쳐 이어진 일본인들의 학살 행위와 나치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유대인 학살과 일본의 만행은 도덕적 판단 없이 명령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같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제전범·인명사전’이라는 점에서 기존 역사서와 차별화된다.

김 전 이사는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나치전범·인명사전이 있지만 일본의 만행과 관련된 일제전범·인명사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건만 있고 인물에 대한 기록은 없는 역사책은 역사에 대한 우롱과 같다”고 단언했다.

그는 2008년부터 인터넷과 도서관 고문서, 논문 등을 뒤져가며 인물 정리를 시작했다. 2012년에는 5년 간의 자료 준비 끝에 책 ‘2062년 동안의 슬픔’을 출간했고 1948년 오키나와 미공군 소속 폭격기가 독도 어민 150여명을 학살한 내용을 담은 판소리 시집 ‘쪽발이 통한가’, 망해가는 조선에서 훈장을 타간 일본인을 소개한 ‘토착왜구들의 본산·본토왜구와 그 후손들’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1273년 고려 몽골군은 삼별초를 진도로 몰아세워 무너뜨렸습니다. 수백년이 지나 1909년 호남의병대학살 당시 또 다시 해남 땅끝으로 5만명에 달하는 호남 의병들을 몰아 죽였습니다. 아픈 역사는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책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윤 정부 당시 외교부의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이 아닌 한국 기업이 대신 변제하게 했던 방안, 기시다 총리의 후쿠시마 핵 폐기수 방류 허용 등의 행위가 언급돼 있다.

한·일협정 60주년을 맞은 올해 신(新) 한·일 협정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전 이사는 “오늘날의 한·일 관계는 협정을 맺은 1965년 체제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날 국민주권정부가 한·일협정정부위원회를 구성해 당시 맺은 협정의 내용을 공개하고, 파기한 뒤 오해와 왜곡을 바로잡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출간 기념 세미나에 이어 오는 9월 18일 오후 5시에는 전일빌딩 다목적강당에서 정식 출판기념회가 개최된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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