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예술이 살아 숨쉬는 리듬감 있는 거리 꿈꿔요”
2025년 08월 05일(화) 14:20
‘궁동 1987’ 프로젝트 남궁윤 예술총감독 인터뷰
10월까지 입주작가 전시, 빈집프로젝트 등 다채

남궁윤 예술총감독

동구 궁동 ‘예술의 거리’는 80년대부터 예술가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광주 예술의 중심을 이루던 곳이다. 당시 호남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서의 전통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조성됐으며, 한때는 거리가 북적일 만큼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도청 이전과 도심 공동화 현상과 맞물려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예술의 거리에 깃든 역사와 정신을 되살리고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지속 가능한 예술의 플랫폼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궁동 1987’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25 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 거점 프로그램 ‘궁동 1987’이 지난 2일 예술의 거리에서 전체 개막식을 열고 10월까지 일정에 돌입했다.

‘궁동 1987’ 예술총감독을 맡은 남궁윤 작가는 “본격적인 기획은 2024년부터 시작했으며 올해는 빈집 프로젝트를 비롯해 유작전, 미디어페스티벌, 스트릿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시민과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복합문화축제의 형식을 지향한다”고 했다.

현대무용과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남궁 감독은 그동안 도시와 예술, 공동체를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예술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고, 궁동이라는 오래된 거리에서 ‘새로운 예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는 말에서 조심스럽게 변화의 가능성이 느껴졌다.

지난 개막식에 열렸던 ‘미디어아트 공연 신도원 & EDM 공연 바가지 바이펙스13’ 공연(조이댄스 K.pop dance) 장면. <남궁윤 총예술감독 제공>
지난 2일 ‘빛으路 궁동’를 주제로 진행된 개막 행사에서는 야간 미디어아트를 비롯해 이벤트존, 10여 개의 체험프로그램 등이 펼쳐져 시민과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남궁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6월부터 오는 10월까지 5개월간이지만 행사 종료는 12월로 예상한다”며 “전체 개막에 앞서 개별적인 전시는 오픈을 하고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가 중심의 자율성과 창의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예술의 거리라는 공간이 단순히 소비되는 장소가 아니라, 예술이 스며드는 삶의 현장이 되도록 하는 데 방향성을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궁동은 상권, 거주지, 예술 공간이 겹쳐 있는 복합적인 지역이라 협업 없이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어렵다.

남궁 감독은 “예술가는 시민의 삶과 가까워지고, 시민은 예술의 언어와 친근해지며, 행정은 그 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의미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며 “‘함께 사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느리지만 지속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궁동1987’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계절마다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거리로서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예술의 거리 입주작가들이 빈집을 창작공간으로 재해석한 ‘빈집 프로젝트’를, 7월에는 신도원 작가의 미디어 퍼포먼스 ‘아트코이 프로젝트’ 레지던시를 진행했다. 또한 예술의 거리 입주작가 19인의 전시와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전시다방’ 갤러리, 고(故) 양수아·최병오 화백의 유작전이 이어졌다.

빈집 프로젝트 일환으로 열린 작가 임택준의 ‘니체와의 대화’ 전시 퍼포먼스 장면. <남궁윤 예술총감독 제공>
8월에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임택준의 창작 실험실 프로젝트, 9월에는 서울 홍대에서 사운드아트의 전설로 불리는 이한주 작가가 참여하는 ‘요기가 갤러리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마지막으로 10월에는 독일·벨기에 등 해외 작가들과의 국제 아트 교류전이 열려 스트릿 컨템포러리 아트의 실험성과 다양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이나 공공문화사업에서 자칫 소외되기 쉬운 예술가의 기획과 실행 권한을 보장하며 진행된다는 데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입니다. 단기간의 흥행이나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이곳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오랜 시간과 관계의 축적이 필요하지요. 예술가, 상인, 주민, 행정이 서로를 신뢰하며 각자의 역할을 인식하고 꾸준히 소통해야죠.”

남궁 감독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거리에서 일어나는 예술적 시도가 서로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예술이 도구로 소비되지 않고, 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속적인 예산과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역성과 예술성’을 함께 존중하는 문화 행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술의 거리는 단순히 꾸며진 거리를 넘어 예술가들이 머무르고, 창작하며, 이웃과 관계 맺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예술가에게 충분한 시간과 권한, 그리고 실패할 자유까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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