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 다 어디 갔나요?…전남 지자체들 애탄다
2025년 07월 30일(수) 19:50
지역보건소 시니어의사 못 구해 예산 반납 위기…공보의 배치율도 49%
열악한 주거·생활 인프라에 치매관리주치의·지역필수의사제 등 좌초
심야약국 약사마저 찾기 힘들어…의정 갈등 마무리 속 대책 마련 시급

/클립아트코리아

전남 지역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가 지역민들을 위한 의료·건강 대책을 수립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의사가 없어서, 약사를 찾을 수 없어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보건 의료 대책 마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주거·생활 인프라 등으로 찾아오는 의사·약사가 없다보니 의료 인프라도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도 안팎에서는 의정 갈등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보건의료정책이 논의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지역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지역 보건소가 보건복지부 ‘시니어 의사 활용 지원 사업’ 추진을 위해 의사 모집에 나섰지만 끝내 지원자들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사업비를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신안군보건소는 31일까지 마감인 보건복지부 ‘시니어 의사 활용 지원 사업’ 모집 재공고에 현재까지 지원자가 한 명도 없다고 30일 밝혔다.

해남군보건소와 영암군보건소도 지난 28일 지원자를 받지 못한 채 모집을 마감했다.

다만, 진도군보건소는 지난 4일까지 참여자를 공모해 지원자 1명을 받았으며, 23일 합격시켰다. 해당 시니어 의사는 오는9월부터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진도·영암·신안·해남군 보건소와 강진의료원, 구례군보건의료원은 지난달부터 보건복지부 ‘시니어 의사 활용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시니어 의사를 모집해 왔다. 선정된 60세 이상 경력 10년 이상 전문의는 월 1100만원(전일), 월 400만원(시간제)의 급여를 받는다.

3개 보건소는 다음 달 8일까지 시니어 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하면 보건복지부에 사업 지원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남아있는 8일 내에 지원자를 받아 면접 등을 거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남도 안팎의 분석이다.

전남에서는 최근 시니어 의사 제도 뿐 아니라 ‘지원자 미달’로 의사·약사를 유치하는 데 실패, 사업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남 지역 치매관리주치의 사업도 지원자가 없어 좌초됐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순천시·함평군을 비롯한 14개 시·군·구를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지만, 순천시 6명, 함평군 1명만이 신청한데다 지원 의사들이 모두 필수 교육에 불참하면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1차 시범사업 추진 당시 목포시(16명), 영암군(4명) 지원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이기도 했다.

전남도는 지난 7월부터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나, 총원 24명을 모집하는 데 4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의사가 종합병원급 이상 지역의료기관에서 2년 동안 근무하며 월 400만원의 지역 근무수당과 정주 여건을 지원받는 사업이다.

전남도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과·신경외과 등 8개 필수과목에서 의사를 모집했으나, 내과 2명, 심장내과 1명, 신경외과 1명 등 4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전남 공보의도 전체 보건지소의 49%에만 배치된 상태다. 올해는 총 477명의 공보의를 보건기관 등 216개 기관에 배치됐다. 전년 534명보다 57명 감소한 것으로, 공보의 수가 적다 보니 전남 전체 보건지소 중 절반(108곳)도 못되는 보건지소에만 공보의가 근무를 하는 상황이다.

약사 구하기도 쉽지 않다.

전남 지역 공공심야약국의 경우 지원하는 약사가 없어 전남 22개 시·군 중 11개 시·군, 12개 약국에서만 운영되고 있고, 대다수 지역에서 미운영되고 있다. 약사들은 심야시간에 일할 인력 구하기가 힘들고 인건비도 되지 않은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에 365일 연중무휴로 일을 해야하는 부담 등으로 지원을 꺼리는 상황이다.

의료계 에서는 애초 의료자원뿐 아니라 경제, 문화적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니 인프라가 취약한 전남은 의사들도 꺼리게 된다는 말이 나온다.

전남 지역은 고령화에다 인구 감소가 심하다 보니 환자 수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의사들이 정착하기에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내과, 외과 등 필수의료의 경우 고가의 장비와 많은 인력이 들어가야 하는데도 의료기기의 질, 의료시설 등이 부족해 의사가 활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운창 전남도의사회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의사 모집 등 사업이 실효를 내려면, 단순 모집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료사업특례법 등을 통해 의료취약지에서 필수의료 활동에 대한 법적 리스크(면책 조항 등)를 경감시켜주거나, 의료시설·의료자원을 늘려 주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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