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 다 내주나 … 농심은 ‘근심’
2025년 07월 29일(화) 20:30
정부, 미국과의 관세협상 품목에 농산물 포함 ‘레드라인’ 넘어
전국 최대 쌀·한우 생산지 전남 타격 불가피…농민 반발 클 듯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29일 함평군 엄다면의 농지에서 농민이 잡초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나명주기자mjna@kwangju.co.kr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앞두고 협상 품목에 농산물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전남 농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앞서 통상당국은 쌀과 소고기 시장 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미국은 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들 품목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대통령실도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만약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 확대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전국 최대 쌀, 한우 생산지인 전남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일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점(8월1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협상조차 체결하지 못한 우리 정부가 미국의 농산물 시장 확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농민들의 반발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29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구윤철 부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미국 주요 인사들과 협상에 나선 가운데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쌀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을 어느 선에서 막아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앞서 지난 25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 측이 농축산물 시장 확대를 요구하고 있음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구체적인 품목은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 등 동남아 국가가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쌀, 소고기 시장 확대 조건을 받아들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SNS을 통해 “우리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하는 나라들을 두고 보겠다”는 밝혔다는 점에서 두 품목의 추가 개방 요구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농도(農道) 전남의 농민들은 관세 협상 결과에 주목하면서도 크나큰 우려를 보이고 있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쌀을 생산하고 있고, 소 역시 사육두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물가상승으로 경영비와 상승으로 농사를 짓더라도 손에 쥐는 건 줄어들고 있어 우려를 넘어 두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남은 국내 쌀 생산량의 19.8%인 연간 70만9000t을 생산하는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이다. 축산 두수도 전국 대비 18%인 62만 마리로 경북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현재 국내로 수입되고 있는 미국산 쌀은 13만2304t은 대부분 가공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가공용으로 사용된 국내산 쌀의 양이 65만t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산 쌀의 국내 시장 확대는 농가에도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우농가도 마찬가지다. 국내 한우 농가들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 1마리 당 161만 4000원의 손실을 봤다. 전년보다 18만 8000원(13.2%) 늘어난 수치로,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가 국내에 수입될 경우 소비자 인식에 따라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축산업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와 미국산 가공육이 수입되면 국산 축산물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우리나라는 미국산 농축산물 5위 수입국이며, 대미 농산물 무역적자는 88억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강압적인 미국산 사과, 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등 추가적인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농축산물 수입 개방 강압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이날 전체회의에서 ‘한미 통상협상에 따른 국내 농축산업 피해 방지 및 식량안보 확보 촉구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농업인·축산인 우려를 불식하는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들은 미국과의 통상협상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신중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특히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 등과 같은 미국 정부 요구가 있을 경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강조했다. 결의안은 식량 안보와 국민 먹거리 안전 확보가 국가의 핵심적 책무임을 재확인하고 국내 농축산업과 식량 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해 여야가 초당적 협력과 대응을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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