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 김 생산에 정부가 나선 까닭은?
2025년 07월 22일(화) 18:15
정부, 물김 산지 폐기 없도록 추경에 가공시설 지원 60억원 배정
글로벌 인기 속 김 수출 매년 증가세…주력 수출품 ‘자리 매김’
김 생산·수출 1위 전남에 모두 지원 전망…“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신안 암태면 추포도 해상에서 어민이 지주식 김 양식장에서 자그마한 배에서 김 작업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올해 초 전남지역 김 생산 어가에서는 물김 5690t을 바다에 내다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어민들이 힘들 게 키운 물김을 눈물을 머금고 폐기한 이유는 물김을 받아 줄 김 가공공장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에 김 건조기 지원사업 대한 예산 60억원을 배정하며 김 건조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K반도체’로 불릴 만큼 외국에서 인기가 높은 김을 가공 공장이 부족해 산지에서 폐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전남도의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2일 전남도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31조 7914억 원 규모의 추경안에 ‘마른김 가공공장 시설개선 지원’ 60억원이 포함됐다.

마른김 가공공장 시설개선 지원사업은 물김을 조미 김 등으로 만들기 위한 건조시설 구축에 투입된다. 추경에 배정된 60억원은 국내 김 생산량 1위인 전남도로 모두 지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김 건조기 지원사업에 국비를 투입을 결정한 배경에는 이른바 ‘검은 반도체’로 떠오른 김의 글로벌 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김 수출액은 2022년 6.47억 달러→2023년 7.92억달러→2024년 9.95억달러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주력 수출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 중 전남은 지난해 기준 3.64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7%를 차지하는 국내 주요 김 수출 지역이다. 올해 5월까지도 1.79억달러(전체의 37%)를 기록하고 있다.

전남은 물김과 물김을 말린 마른김, 여기에 마른김을 먹기 좋은 상태로 가공하는 조미김 생산량 또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남의 물김 생산량은 지난해 42만7188t으로 전국의 77.5%를 차지했다. 마른김 생산량 생산액도 각각 76%, 81% 수준으로 전국 1위의 생산지다.

그러나 이 같은 김의 인기에 올해 초 물김이 산지에서 폐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김과 수출되는 김 가격이 상승하다보니 기존 김 양식을 허가받은 양식장 외에도 불법으로 양식하는 어가가 늘어나면서 물김이 과잉생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갑작스런 물김 생산량 증가에 물김을 받아줄 건조 공장을 찾기 어려웠던 점이 오랜기간 보관하기 어려운 물김을 폐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전남도 내 마른김 가공공장은 308곳이지만, 247곳을 제외한 61곳은 휴·폐업 등으로 미운영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산지로 꼽히는 완도의 경우 미운영 공장이 24곳으로 도내에서 가장 많았다. 이들의 휴·폐업 원인은 김 산업이 호황을 달리기 전 물김 생산량이 많지 않았던 데다가 설비가 노후화돼 더는 공장을 가동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도내 주력 수출품으로 떠오른 김의 원활한 생산을 위해 가공공장 확보에 나섰다. 또 휴·페업 법인들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 건조기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전남도는 해양수산부에 이 같은 내용을 건의, 지난 추경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남도는 추경 확보에 따라 올해 노후화된 마른김 가공공장의 건조기계 현대화 사업을 시작한다. 국비 30%(60억원)에 지방비 30%, 자부담 40%로 총 20곳의 마른김 가공공장에 건조 시설을 지원한다. 전남도는 기존 설비보다 3배 가량 건조 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남도 안팎에서는 올해 초 벌어진 물김 폐기 상황 등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김을 단순한 농수산식품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산업 육성을 위한 ‘김산업진흥원’ 설립, ‘K-김 국제 수출단지’ 등 ‘K-김’ 국가전략산업 클러스터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인정(민주·진도) 전남도의회 의원은 “정부가 내년산 김 양식장 면적을 626㏊ 추가 확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물김 생산량은 지금보다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에 있는 공장의 생산능력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규 마른김 가공공장을 유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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