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목격한 이들이 손 내미는 용기 가졌으면”
2025년 07월 20일(일) 19:10
화순고 학생들 ‘개화’ 제13회 전국 청소년 UCC 콘테스트 교육부 장관상
기획·대본·촬영·연기까지 소화…강지숙 교사 ‘지도자상’
다음달 독립운동 주제 ‘13초 영화제’ 출품 위해 머리 맞대

(왼쪽 위부터)강지숙 지도교사, 고태리양, 고동균군, 홍정윤양, 김환비양이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화순고 제공>

‘죽어 그냥’, ‘냄새나’, ‘조별 과제 같은 팀 안됐으면.’

검은색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 뒤로 학생들이 칠판에 욕설을 적기 시작한다. 여학생을 향한 비하 발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칠판을 한가득 채운다. 고개를 숙이며 괴로워하던 여학생은 이내 자리를 뜨고 흰색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 찾아와 형형색색의 분필로 욕설 위에 꽃을 그리기 시작한다. 알록달록한 피어난 꽃을 보고 다시 돌아온 여학생에게 흰색 교복을 입은 학생이 손을 내밀고, 두 사람은 손을 맞잡는다.

화순고 3학년 홍정윤, 고태리, 김환비, 고동균으로 이뤄진 ‘화훈’ 팀의 영상 작품 ‘개화’는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화훈 팀은 지난 11일 열린 ‘제13회 전국 청소년 UCC 콘테스트-우리들의 교실 Season 13’ 시상식에서 1등 상인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날 화순고 강지숙 지도교사도 ‘UCC 지도자 상(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팀원들은 시상식에서 “학교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보며 볼 때,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그에게 손을 내밀어주겠지하는 생각으로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스스로가 먼저 나서서 용기를 내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상작 ‘개화’는 학교폭력에서 친구를 지켜내는 용기의 중요성에 대해 다뤘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부터 대본 작성, 촬영과 편집에 참여했다. 홍정윤 양과 고태리양이 촬영을 맡았고 고동균군이 각본을 썼다. 김환비양은 배우로 참여했다. 콘테스트에 앞서 학창시절 짝사랑을 담은 단편영화를 함께 준비했던 이들은 한번 꽂히면 깊게 파고드는 성격이 비슷해 이번 대회도 같이 준비하게 됐다.

‘개화’ 촬영 장면.
예산과 시간, 인력 모두 부족했기에 촬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기존 계획은 많은 인력과 시간을 필요로하는 탓에 마감 3일을 앞두고 시나리오를 변경해야 했다. 보조 역할을 맡아줄 친구들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았고, 빈 교실을 확보하거나 방과 후 시간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팀원들간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독백형식으로 학교폭력 피해자가 치유되는 과정을 꽃이 피는 모습으로 그려내자고 의견을 모았고 시나리오를 변경한 뒤에는 오후 5시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촬영을 진행해 겨우 마칠 수 있었다.

리더 홍정윤 양은 “영상을 만들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팀원들이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더욱 뿌듯했던 값진 대회였다”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한 사람의 개화를 위해선 누군가의 용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 영상이 학교폭력을 목격한 사람들이 직접 손을 내미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팀원들은 이번 대회 참가를 계기로 촬영, 영상제작, 대본 작성, 연기 등 각자가 맡은 역할대로 진로를 확정했다. 오는 8월에는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13초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다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한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