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꼬마 지휘자’ 시립국악관현악 지휘한다
2025년 06월 23일(월) 19:40
농성초 3학년 김라원양, 27일 광주예술의전당 무대 올라
전국 국악공연 순례 ‘국악 가족’…8살 때 동화그림책 출간
“타악 파트에서 도돌이표를 신경 써주세요.”

23일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연습실. 65명의 단원을 이끌고 연습에 임하는 꼬마 지휘자의 모습은 당당했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리듬에 몸을 맡긴 채 곡의 강약을 조절하고 해금, 가야금 등 개별 악기가 등장할 부분을 짚어주는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피날레를 향해 질주하다 멋진 동작으로 일사불란하게 곡을 끝낸 지휘자는 함께 연주해 준 단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인사를 했다.

이날 지휘봉을 잡은 이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김라원(10·농성초)양이다. 라원 양은 오는 27일(오후 7시30분 광주예술의 전당 소극장) 열리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정기 연주회 ‘지휘자 육성 프로젝트 시즌 Ⅱ-젊은 마에스트라의 초대’ 무대에 오른다.

“오늘 연주가 잘 된 것 같아요. 지휘 중 포인트를 줄 때가 있는데 오늘은 대피리가 빠르게 연주하는 부분을 강조했어요. 마지막 부분은 예전 공연 때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던 지휘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휘했습니다.”

연습 후 인터뷰에 응한 라원 양은 직접 제작한 캐릭터가 그려진 명함을 건넸다. 동화작가라고 적힌 명함에는 물감과 국악, 스파게티, 꽹과리, 메뚜기 등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이 적혀 있었다. 라원 양은 8살 때 동화 그림책 ‘소리를 그리는 뽀글뽀글 사자선생님’과 ‘면봉이의 일기’를 펴낸 작가다.

23일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과 연습 중인 김라원 양.
라원 양이 지휘에 빠져든 건 먼저 국악을 좋아한 네 살 터울 언니 덕이다. 장구에 매력을 느낀 큰 딸을 위해 부모님은 국악상설 공연 등 다양한 무대를 찾아갔고 이후 국립국악원 등 전국의 국악 공연장을 순례하는 ‘국악 가족’이 됐다.

라원 양은 2023년 광주시립국악단의 공연을 보고 관현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처음 국악 관현악 공연을 봤을 때 우주를 만난 것 같았어요. 온갖 악기 소리가 파도가 되서 저에게 막 다가왔어요. 여러 악기가 지휘자 손에서 하나로 어울려 멋진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너무 멋졌습니다. 공연장이 별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숨쉬는 것도 잊을 정도로 푹 빠져들었어요. 그 때 저도 박승희 지휘자님처럼 멋진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마침 박 지휘자는 지난해부터 신진 지휘자를 키우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었다. 국악 관현악의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좋은 지휘자가 필요하고, 특히 어릴 때부터 국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끼가 넘치는 초등학생 지휘자를 무대에 세우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해 라원 양을 발탁했다.

라원 양은 3개월 전부터 1주일에 한 차례씩 박지휘자에게 직접 지휘를 배우고 매일의 연습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체크를 받는다. 라원 양이 지휘하는 곡은 각 지역의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이지수의 ‘아리랑 랩소디’다. 슬프면서도 강하고 솔로 악기들이 등장하는 파트가 아름다워 라원 양이 좋아하는 곡이다.

“공연을 보면서 단원 선생님들의 팬이 됐어요. 제가 좋아했던 선생님들과 함게 연주를 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떨리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껴졌고요. 또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생님들과 눈이 마주치면 떨리기도 하지만, 연주를 멋지게 하시면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들어요.”

지휘자를 장래 희망으로 정한 라원 양은 판소리, 가야금 등 국악기 뿐 아니라 피아노도 배우며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김상욱·김성은·김소리·진유정·정윤해·박서빈 지휘자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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