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는 자가면역질환…신약 개발로 치료 전망 밝아져
2025년 06월 08일(일) 19:50
[건강 바로 알기] 원형탈모, 김민성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
전신면역기능 이상·영양상태 관련
면역 경로 조절 모발 재성장 효과
JAK 억제제·리틀레시티닙 등 주목
재발률 높아 꾸준한 치료·관리 필수

조선대병원 피부과 김민성 교수가 원형탈모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외래진료를 하다보면 탈모 고민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제법 많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거나, 두정부가 훤히 보이거나, 머리에 동전 모양 같은 탈모반이 생긴다는 등 사연이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두피 전체에 원형탈모가 발생하는 전두 탈모나,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눈썹, 겨드랑이 털 등 몸에 난 털들이 모조리 빠지는 전신 탈모로 내원하는 환자들이다.

우리 몸에 나있는 털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특히 머리털은 자외선으로부터 두피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이 적은 사람은 제 나이보다 5살은 더 들어 보인다는 보고처럼 외모에도 중요한 요소이다. 심한 탈모는 대인 관계 외에도 다른 사회생활에까지 지장을 줄 수 있다. 조선대병원 피부과 김민성 교수로부터 원형탈모의 증상, 원인 및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원형탈모는 머리카락의 일부가 동전처럼 둥근 형태로 갑작스럽게 빠지는 것이 특징인 자가면역 질환이다. 주로 두피에 나타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눈썹·속눈썹·체모, 심지어 전신의 털까지 빠지는 전신탈모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세계 인구의 약 1.7%가 일생에 한 번은 경험하고, 국내에서는 2023년 기준으로 1년에 18만 명의 원형탈모 환자가 진료를 받았다. 주로 젊은 성인에게 나타나며 드물게 어린이나 노인에게도 발생한다. 특히 환자의 60%는 20세 이전에 첫 증상이 나타나며, 약 10%는 만성적으로 재발한다.

과거에는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원형탈모는 면역 체계가 자신의 모낭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된다. 면역세포가 모낭을 공격하여 염증을 일으키고 탈모가 발생하는 것이 주요 병리 기전이다.

이 과정에서 갑상선 질환, 백반증,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동반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통한 면역항체나 갑상선 기능 검사가 권장된다. 또한 일부 환자의 경우 손톱에 작은 함몰이나 거친 변화, 비타민 D 결핍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전신적인 면역 기능 이상이나 영양상태가 원형탈모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병변은 4~12개월 내 자연 회복되기도 하지만, 재발률이 높고 전두 혹은 전신 탈모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빠르고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원형탈모 치료의 목표는 질환의 활성도를 억제하고 탈모증상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것으로 핵심은 모낭 주위의 면역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초기에는 스테로이드 외용제, 병변 내 주사, 미녹시딜 도포 등이 시행되며, 범위가 넓거나 국소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먹는 스테로이드나 cyclosporine과 같은 면역억제제, 접촉 면역 요법(DPCP), 엑시머레이저, PUVA 광선치료 등의 치료가 활용된다.

그리고 최근 가장 주목받는 치료는 바로 JAK(Janus kinase) 억제제이다. JAK 억제제는 원형탈모의 발병 기전에 직접 관여하는 면역 경로를 조절하는 약물로, 기존의 치료에 반응이 없던 환자들에게서도 모발 재성장 효과를 보여 원형탈모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지난 2024년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바리시티닙(baricitinib)과 리틀레시티닙(ritlecitinib)이 각각 성인과 12세 이상 청소년의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로 한국 식약처에서 승인되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약물은 기존 면역억제제에 비해 선택적이고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며, 치료 반응이 좋을 경우 일정 기간 이상 복용을 유지하여 재발을 막는 것이 권장된다.

다만, 높은 비용과 주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며, 상기도 감염, 여드름, 고지혈증 등의 부작용 가능성도 있어 전문의의 진단과 모니터링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원형탈모는 재발이 흔하고 치료 반응도 다양하지만,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호전이 가능한 질환이다. 최근에는 치료법의 발전으로 예후가 상당히 개선되었고, 중증 환자에서도 JAK 억제제 등의 효과적인 약물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해졌다.

다만 약 40%의 환자에서는 1년 내 재발이 발생할 수 있어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치료를 중단하면 갑작스러운 악화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원형탈모는 단순한 외모의 변화만이 아니라, 환자의 정신적 고통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그러나 최근 치료법은 계속 진보하고 있으며, 특히 JAK 억제제의 등장으로 치료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면역 질환으로서의 성격을 이해하며 꾸준히 치료를 받는다면 원형탈모 역시 극복 가능한 질환이다.

/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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