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에게 영어·수학 가르치기 첫 걸음 뗍니다”
2025년 06월 08일(일) 19:35
수능영어 교재 펴낸 정종제 전 광주시 행정부시장
저출생 문제 고민…손자 교육·육아 동참하려 팔 걷어붙여
영어 3종 세트·문학·사회 교재도 예정…영어소설도 쓸 것

수능영어교재를 펴낸 정종제 전 광주행정부시장이 손주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정종제씨 제공>

정종제(62) 전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2022년부터 3년 간 중고생을 대상으로 영어와 수학 과외를 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성과를 목격하고 보람을 느낀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더 많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최근 수능영어 교재 ‘The 친절한 수능 영어 독해’(비앤엠북스 간)를 펴냈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공직에서 은퇴하면 손자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이번 책 출간으로 이제 17개월 된 손주가 크기 전까지, 세상의 ‘더 많은 손자 손녀들’에게 먼저 지식을 나눈 셈이 됐다. 현재 문법과 구문을 다룬 두 번째 책을 집필 중인 그는 앞으로 문제풀이 전략 편까지 묶어 ‘수능영어 3종 세트’를 출간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보는 수험서이기 때문에 단 하나의 오류도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압박감이 컸습니다. 설명에 적합한 예시문을 찾으려 자료를 뒤지고 수차례 걸쳐 교정을 보며 다시 쓰는 과정을 되풀이했습니다. 수능영어의 관건은 독해라고 여겨 관련 책을 먼저 출판했죠. 지혜가 축적된 책과 논문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독해 능력을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갈 중고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책 집필에는 꼬박 1년이 걸렸다. 기존에 출판된 책들을 꼼꼼히 살피고 기출문제를 분석하며 책을 구성했고 부산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김도훈 교수가 감수를 맡았다.

그가 손주의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고령화저출산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정부 회의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인구 문제는 해답을 찾기가 어렵죠. 정부가 주축이 돼 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 게 맞지만 모든 게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민간 차원에서, 가족 단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한 번 생각해보자 싶었죠. 제가 손주를 가르치면 젊은 부부들이 힘겨워하는 부분 중 하나인 교육과 육아 문제에 조금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손주가 외할아버지가 써 준 책으로 공부하는 모습, 멋지지 않나요?(웃음)”

자신의 교육을 ‘맹모삼천지교’에 빗대 ‘할손지교’라 명명한 그는 앞으로 영어책 뿐 아니라 통합사회책과 문학 관련 교재도 집필 할 계획이다.

완도 출신으로 인성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거쳐 행정고시로 공직해 입문한 그는 행안부 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에서 행정학 석사 과정을 밟은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파리 공사 참사관으로 근무하며 영어와 좀 더 친숙했졌다.

세종시 정부청사에 근무할 당시에는 쉬는 날이면 도서관을 찾아 ‘수학의 정석’을 다시 풀고 영어 원서를 꾸준히 읽었다. 지금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 화제작들은 한글로 접한 후 다시 영어판을 읽는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목표와 비전을 높게 정한 후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이야기 하라고 말했다. 말을 뱉은 책임감을 추동력 삼아 더 공부하며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기계발서 ‘국장님의 서랍’, ‘파리에서 온 이메일:퓨전소설로 읽는 프랑스 예술기행소설’ 등의 책을 펴낸 그의 다음 목표는 영어로 소설을 쓰는 것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