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반발에…매번 진통 겪는 광주 ‘차없는 거리’
2025년 05월 19일(월) 20:20
충장로1·2·3가 상인회 “금남로 도로 통제로 손님 줄어들어 상권 타격”
5·18 1박2일 전야제 결국 축소…시민들 “공익행사인데 너무 한다”
‘걷자잉’ 행사도 툭하면 차질…무등시장 차없는 거리는 방문객 크게 늘어

지난 4월 광주시 동구 금남로 차 없는 거리에서 아나바다 장터가 운영되는 모습. <광주시 동구 제공>

광주시 등 자치단체 주도로 진행되는 금남로 ‘차 없는 거리’ 행사가 상인회 반발로 걸핏하면 축소되거나 변경되면서 지역민들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공 이익을 위한 행사임에도, 자치단체가 상인들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45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이하 5·18행사위)는 지난 17~18일 1박 2일동안 금남로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5·18 전야제 행사를 상인들 반발로 축소해 마무리했다.

애초 행사는 18일 밤 9시까지 금남로 일대에서 열릴 계획이었으나 17일 밤 11시에 본 행사를 끝내고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금남로 일대의 부스 전체를 철거하는 것으로 축소했다. 미처 열지 못한 행사는 5·18 민주광장과 5·18기록관 앞 도로 일부분에서만 제한적으로 진행했다.

충장로1·2·3가 상인회가 ‘상권 침해’ 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행사 계획에 변경이 생겼다는 게 행사위측 설명이다.

상인들은 최근 불경기로 상인들이 극도로 민감한 상태인데 이틀 연속으로 도로 통행을 차단하고 행사를 열 경우 충장로로 유입되는 손님이 줄어들게 돼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일성 충장로1·2·3가 상인회장은 “5만여명 방문객이 모여들어도 음식점 몇 군데 장사가 잘 됐을 뿐, 옷가게를 비롯한 대부분 업종에 도움이 안 됐다”며 “차량 교통을 활성화시키고 부족한 주차장을 세워야 상권이 활성화될텐데 오히려 길을 막으려고만 하니 상인들이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곽미란 금남지하도상가 상인회장도 “금남로를 통제할 때 지하상가를 내려와 보면 알 것이다. 행사장에서 지하로 내려오는 사람이 없다”며 “차없는 거리로 행사를 해 봤자 사람들은 화장실과 주차장만 이용해서 물값만 더 나올뿐, 실제로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상인회 반발로 ‘금남로 차 없는 거리’ 행사가 좌절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광주시는 2000년 전후부터 금남로에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추진하려다 여러 차례 상인들 반발로 무산된 적 있다.

광주시 동구는 지난 3월부터 매달 첫째 주 일요일 금남로 도로를 통제하고 ‘걷자잉’ 행사를 열고 있으나 이마저도 매 회 진통을 겪고 있다.

동구는 다음 달 열리는 걷자잉 행사 날짜를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인 오는 6월 7일에 열기로 했다.

애초 지하도상가의 상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도상가 정기 휴무일인 매월 첫 주 일요일을 사업 운영일로 잡았는데, 상인들의 요구가 시시각각 달라지면서 다시 날짜를 옮기게 된 것이다.

금남로 차 없는 행사가 5·18 전야제마저 축소되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금남로가 상인들 것이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행사는 주말에 열린데다 ‘12·3 비상계엄 사태’, 5·18을 다룬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등으로 5·18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역대급으로 많은 방문객이 몰렸는데도 되레 행사는 축소됐기 때문이다.

광주시도 ‘차없는 거리’ 행사를 하면 오히려 주변 매출이 상승한다는 분석을 제시하면서 상인들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남구의 경우 지난해 10월 5일부터 11월 2일까지 매주 토요일 군분로 무등시장 일대에서 차 없는 거리 및 야시장을 운영한 결과, 체류시간 20분 이상 방문객이 총 6만 4190여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방문객 3만 8845명) 대비 65%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광주시 동구도 ‘걷자잉’ 행사일 동안 매번 1만여명 넘는 방문객이 모였으며, 아들이 주변 상가로 확산되면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걷자잉 행사 일일 방문객은 3월 1만 1698명, 4월 1만 1896명, 5월 2만 1046명 등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기우식 5·18행사위 기획단장은 “상인들에게는 생계가 걸려 있는 만큼 행사위가 대의만을 강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면서도 “다만 상인들이 올해의 특수한 상황에 조금만 더 마음을 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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