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벽 없고 스프링클러 부족…허술한 안전 대책
2025년 05월 18일(일) 21:20
대기업 이름값 못하는 안전관리 대책
발화 지점 인화성 강한 생고무 20여t 등 보관에도 방재시설 미흡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작동했지만 용량 작아 화재 제압 역부족
노조 “경보벨 안 울려 연기 보고 대피”…부실한 안전 매뉴얼 지적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틀째인 18일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화재 사고와 관련, 회사측의 안전·방재 대책 마련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안전 사고가 빈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과 노동 당국의 수사를 받아온 상황에서 대규모 화재로 인한 초기 대응에서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수준 낮은 안전 관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위험물 천지인데, 방화시설·벽도 없어?=18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7시 10분께 발생한 화재로 공장 전체 면적 23만㎡ 중 14만925㎡에 피해를 입었다. 당국은 초기 발화 지점으로 생고무를 데우는 시설인 산업용 마이크로 오븐이 설치된 건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3층 콘크리트 구조물로 철판으로 외벽이 밀폐돼 있었고, 내부에는 인화성이 강한 생고무 20여t을 비롯 보관돼 있었다. 생고무를 데우는 오븐에서 화재를 감지, 방화문이 내려왔는데 불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올라가면서 화재가 확산됐다는 게 회사 안전환경팀 설명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화재 초기 연기를 감지해 경보벨이 울렸고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도 작동됐다”면서 “그러나 불길 확산 속도가 매우 빨랐고 내부 인력이 자체 진화에 실패하면서 결국 119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CO₂ 소화기는 불이 난 설비 천장에 2개가 설치돼 있었고 고무 예열 구간 위에서 터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방화문 오작동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용량이 지나치게 작아 화재를 제압하기 역부족이었다는 점도 미흡한 안전 설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노후화된 시설 때문인지 불길 확산을 막는 방화벽은 아예 없었고 화재를 키운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프링클러, 거대한 공장에 일부만 있어?=일부 구역에만 설치된 스프링클러 문제도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스프링클러의 경우 “자동창고 쪽에만 설치돼 있고 이번 화재가 발생한 정련공정이 있는 주 공정 라인에는 없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충분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화재를 제압할 ‘커버리지’가 부족하다보니 화재 진압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화재가 공정 바닥이나 설비를 타고 확산된 것이 아니라 천장 위 샌드위치 판넬을 타고 뒤쪽 공정으로 퍼졌으며 합판이 붕괴될 정도로 규모가 컸던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소방 시설 확보는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화재 진압 중에 완제품 빼내도 되나=소방당국의 화재 진압이 한창이던 이날 오후 1시께 회사 직원들이 일부 성형 이후 공정에 있던 반제품 타이어와 완제품이 외부로 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불길이 지붕을 타고 확산되자 공장 내 타이어들을 급히 밖으로 옮겼다는 게 직원과 노조 조합원들 설명이다. 인명 피해의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소방 당국의 허락 없이 위험한 시설을 돌아다니며 빼내는 게 적절한 소방 대책이었는 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측은 “화재 발생 당시 공장 내 방화문은 내려오지 않았고 경보벨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온 점과 “다수의 직원들이 연기를 보고서야 스스로 대피했다”는 점 등을 들어 초기 대응 매뉴얼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며 비판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들은 이와관련, “설비는 작동했지만 화재 규모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면서 “작동 여부는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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