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에 5·18 관심 생겨”
2025년 05월 18일(일) 20:45
[전야제·기념식 이모저모]
오월어머니들의 주먹밥 부스 인기…평화·나눔 행사 돋보여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일해공원 폐지 등 각계 목소리 높여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원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전야제에서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민주대행진이 진행되고 있다./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각계 목소리 분출구 된 민주묘지=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는 올해도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성토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등 3개 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5·18민주묘지 정문 인근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산화하거나 다친 이들을 민주유공자가 아닌 국가유공자로 승격해 달라는 취지다.

경남 합천군 군민들로 구성된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회원들은 민주의 문 앞에서 전두환 호를 따라 이름을 지은 일해공원(이른바 전두환 공원)의 명칭을 폐지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과 현수막 등을 들고 민주의문 인근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보수단체 집회도 여전했다. 민주묘지 정문 인근에 보수 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가 집회를 열고, 오전 8시 50분께에는 한 여성이 ‘5·18 헌법 수록 절대 반대 국민 명령’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해 기념식장을 찾은 광주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계엄 보고, 한강 따라 광주 왔어요=올해는 12·3 비상계엄 사태,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등으로 5·18에 대한 관심이 생겨 광주를 방문한 이들이 부쩍 늘었다.

국립5·18민주묘지에 따르면 올해 5월 1~17일 사이 참배객 13만 828명이 방문했다. 전년 같은 기간 10만 2207명에 비해 28% 급증한 것이다.

참배객들은 한 목소리로 “지난 계엄이 5·18 광주를 떠오르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묘지에서 만난 윤민재(여·20·춘천)씨는 “12·3 비상계엄이 터진 이후, 지난 5개월간 민중이 거리로 나가 항쟁을 하면서 결국 승리하는 역사를 지켜봤다”며 “직접 이런 일을 겪으면서 5·18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고, 윤상원 열사의 말처럼 ‘내일의 역사가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고 기억할 수 있도록 민주화의 길을 잘 이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홍순대(59·서울)씨는 “민주묘지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올해는 12·3 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온 거라 의미가 남다르다”며 “계엄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1980년에 이어 또 발생한 것이 비극적이다. 피로 물든 역사가 다시 또 반복될 뻔했는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된다는 생각에 묘지를 찾았다”고 했다.

◇주먹밥 나눔 부스 인기…곳곳서 음식 나눔=‘주먹밥 나눔 부스’는 17일 열린 5·18 전야제와 18일 정부기념식 양 쪽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은 전야제에서 해마다 주먹밥 부스를 열어 왔는데,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시간여만에 준비한 주먹밥이 동이 났다. 15kg짜리 주먹밥 24박스로 총 3000인분 주먹밥이 순식간에 바닥난 것이다. 전교조가 추가로 주먹밥을 공수해 와 오후 4시 40분께 나눠주면서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올해는 주먹밥에 곁들이는 음식도 조금씩 변화했다. 전교조는 깻잎에 주먹밥을 싸 먹을 수 있도록 했고, 18일 광주시 자원봉사센터와 (사)솔잎쉼터는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홍어무침, 편육을 곁들인 주먹밥을 나눠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야제 행사에서는 ‘비건 감자튀김’과 붕어빵, 커피 등을 나눠주는 부스도 들어서 각 부스마다 30여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상인 반발 때문에…1박 2일 전야제는 없던 일로=당초 1박 2일에 걸쳐 진행되기로 했던 5·18 전야제는 인근 상인회의 반발로 대폭 축소됐다.

제45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는 17일 전야제 행사를 밤 11시에 마치고,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금남로 일대의 부스 전체를 철거했다. 당초 1박 2일로 확장해 18일 밤 9시까지 시민난장 등 행사를 지속할 계획이었으나, 이는 5·18 민주광장과 5·18기록관 앞 도로 일부분에서만 한정적으로 진행됐다.

행사가 축소된 배경에는 충장로1·2·3가 상인회의 ‘상권 침해’ 민원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불경기로 상인들이 극도로 민감한 상태인데 이틀 연속으로 도로 통행을 차단하고 행사를 열 경우 충장로로 유입되는 손님이 줄어들게 돼 상인들에게 타격이 온다는 것이다.

행사위 관계자는 “향후 행사에 앞서 상인회와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갖고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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