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온기로 버텨온 시린 날들
2025년 05월 15일(목) 18:36
박준수 시인 시집 ‘황금물고기를 보았네’ 펴내
“시린 날들을 시의 온기로 버텨왔다.”

시란 그런 것이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문인들은 안다.

시는 온기뿐 아니라 냉기도 있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열에 들뜬 삶의 일상을 차갑게 식혀주는 해열제이다.

시린 날들을 살아오며 한 줄 두 줄 긁적였던 시들이 모여 생이 되는 것이다. 생은 모든 시행의 합인 셈이다.

박준수 시인이 최근 시집 ‘황금물고기를 보았네’(문학들)를 펴냈다.

이번 작품집은 시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서정시 모음집이다. 기법이나 현학적 사유등 시류적 편승보다는 시의 본래적 기능에 값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깃털인가/ 누군가의 몸에서 부스러기로 나와/ 세상을 유랑하는 깃털인가/ 한때는 혁명을 부르짖는 깃발이었다가/ 설산(雪山)을 넘나드는 날개였다가/ 나이 들수록 세상이 흐릿해 보이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은,/ 실오라기 바람 한 줄기에도/ 빗살무늬 욕망이 흔들리는 것은/ 깃털인가 까닭인가…”

위 시 ‘깃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약해지고 흐릿해지는 삶을 묘사한 작품이다. 본질적으로 ‘깃털’의 여정을 살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우리들의 허하면서도 비루한 삶을 압축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모든 삶의 무게와 고뇌를 털어버린 ‘깃털’만이 ‘천국’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인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김규성 시인은 “그의 시는 언어와 감성, 정신의 3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며 “그의 시와 만날 때는 이 점을 기억하며 행간의 은밀한 함의를 읽어 나가야 그 본질에 온전히 도달할 수 있다”고 평한다.

한편 박 시인은 전남대와 동 대학원(경영학 박사)을 졸업했으며 시집 ‘들꽃은 변방에 핀다’ 등을 펴냈다. 현재 KBC광주방송 선임기자로 활동 중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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