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변화와 혁신 농협이 이끈다
2025년 04월 16일(수) 20:07
<3>품종 개량으로 소득 증대
광양동부농협…양상추 품종 개선사업
신품종으로 생산량 150% 이상 늘어
조합원 2000개 비닐하우스
하우스당 8㎏ 250상자 출하
수익성 늘어나자 젊은층 유입

문정태 광양동부농협 조합장(사진 왼쪽)이 광양시 진월면 월길리 시설하우스에서 신품종 양상추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광양시 진월면 월길리 인근 섬진강을 따라 가다보면 들판을 빼곡히 채운 비닐하우스가 눈 앞에 펼쳐진다. 해가 지고 달빛 아래 비치는 비닐하우스는 언뜻 바닷 물결을 연상케할 정도로 넓게 펼쳐져 있다. 광양의 젊은 농부들을 먹여살리는 양상추 재배 단지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식욕을 돋우는 양상추는 광양의 대표적 농산물. 지난해 기준 광양지역에서 120개 농가가 1만 5830t을 생산하는 등 인접한 하동과 함께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전남도 설명이다.

광양동부농협도 양상추 재배 농민들이 조합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광양동부농협 관할 지역 농가에서만 2000개 비닐하우스를 통해 하우스당 8㎏짜리 250상자를 생산, 출하하고 있다고 한다. 수익성이 확보되면서 젊은층이 모두 떠나 나이 든 어르신들만 머물고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청년 농부들이 많아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광양동부농협이 ‘1농협 1대표사업’으로 양상추 품종 개량 사업을 선택해 추진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양상추 품종 개선 사업은 대표적 양상추 재배 지역이지만 최근 이상 기후로 생산성이 악화되면서 수익을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매년 현장에서 지켜보던 광양동부농협 직원들이 생각해낸 사업이었다.

양상추는 대개 8월께 파종해서 다음해 5월까지 이어지는데, 1970년대 국내에 들어온 현재 품종의 경우 더위가 빨리 찾아오고 늦더위가 오래 이어지는 최근의 기후에 맞지 않아 안정적인 생산이 쉽지 않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생육환경이 바뀌면서 병충해 등에 취약하다보니 매년 오르는 생산비 만큼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양상추는 속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결구’가 되어야 상품성이 생기는데, 현재 품종은 고온·저온기에 결구 현상이 지연되는 단점이 있다는 것. 결구란 상추의 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드는 걸 말한다.

광양동부농협은 결국 봄·가을 고온 등 최근 이상 기후에 적응력이 좋고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도입해야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농협 전남본부와 품종 개선에 뛰어들었다. 신품종으로 재배하면 기존 품종보다 생산량이 150% 이상 증가한다는 게 광양동부농협 박대광 경영기획실장 설명이다. 오랜 기간 같은 품종으로 재배 경험을 쌓아온 농민들과 소통하면서 설득하는 데도 시간을 들였다.

하지만 종자 구입비가 기존 품종에 견줘 2배 가량 비싸다보니 농민들 입장에서는 선뜻 품종 개선에 나서기 쉽지 않았다.

광양동부농협은 이같은 점을 감안, 농협 전남본부와 협의해 종자 구입비를 지원키로 했다. 다만, 지역 조합의 여건 상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는 쉽지 않아 광양시를 찾아 재배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올해 8월부터 신품종 종자를 보급해 농가들이 생산·출하를 할 수 있게 하려면 조속한 종자 구입비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문정태 광양동부농협 조합장은 “기후 변화 대응력이 강한 품종으로 개선해 재배 품종 단일화가 이뤄지면 농가가 전체적으로 고품질 생산 기반을 갖추게 돼 지역 경쟁력을 키우는 효과가 클 것”이라며 “젊은 청년농들이 농업에 관심을 갖고 지역에 머무르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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