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70주년 맞은 31사단 역할은
2025년 03월 30일(일) 20:15
‘5·18 계엄군 과오’ 씻기…지역 상생 향토사단으로
예비병 교육·전방 병력 충원
15차례 대침투작전 수행
행사·대민 봉사 활동 꾸준
북구, 부대 이전 연구용역
광주·전남 지역방위사단인 육군 제31보병사단(이하 31사단)이 창설 70주년을 맞았다. 45년 전 5·18민주화운동 당시 지켜야할 지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계엄군의 과오를 씻어내기 위해 오랜 기간 지역과의 상생 활동에 공을 들여왔다는 게 31시단에 대한 지역사회의 평가다.

하지만 ‘12·3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폐쇄적 특수성으로 인해 지역민과의 소통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광주 시민들의 ‘5·18 트라우마’를 자극하기도 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흘러나오는 군 부대 이전·활용에 대한 입장 등을 고려하면 비상계엄 이후 높아진 불신의 대상으로서 군대가 아닌, 지역 사회에 꼭 필요한 향토 사단이라는 존재감을 입증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31사단은 오는 1일 창설 70주년을 맞아 광주시 북구 삼각동 영내에서 창설기념식을 연다.

31사단은 지난 1955년 2월 강원도 화천에서 창설됐으며, 같은 해 4월 5일 광주시 북구로 이전했다. 31사단은 이같은 점을 들어 매년 4월 5일 전후로 창설기념주간을 설정하고 기념 행사를 열어 왔다.

올해도 애초 음악회와 부대개방 등 행사를 준비했으나, 최근 전국 규모의 산불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시기를 고려해 5월로 일정을 미뤘다. 1일 예정된 기념식도 영내에서 간단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31사단은 ‘예비병 교육과 전방부대 병력 충원’을 목적으로 창설돼 지난 70년간 지역방위사단으로서 역할을 해 왔다.

31사단은 임진왜란 당시 광주 출신의 의병장이자 전국 8도 의병 총수였던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호국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1989년부터 ‘충장부대’라는 애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광주·전남 15만명 예비군의 동원 태세를 확립하고 있으며, 육군에서 가장 긴 3200여㎞의 해안선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98년 여수·임포지역으로 침투한 북한군의 반잠수정을 지·해·공 합동작전으로 격침시킨 것을 비롯해 15번의 대침투작전을 수행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2013년 나로호 발사,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지역의 국가급·국제 행사를 개최하는 데서 뒷받침이 돼 줬다.

지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태풍과 수해, 폭설, 화재, 가뭄, AI·구제역, 코로나19 방역지원 등 재해 발생 시 대민지원을 펼치고 지역민 초청 부대개방 행사나 지역식당 음식 영내 배달 행사, 연탄 나눔 봉사 등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31사단은 과거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돼 지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과오를 안고 있다.

5·18 당시 장교 55명, 병사 1367명 등 총 1422명의 군인을 광주 진압 작전에 투입했고 1980년 5월 21일 이후 광주로 통하는 외곽 지역을 봉쇄하는가 하면, 광주변전소, 해남군 등지에서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등 7명의 민간인을 사망케 했다. “무장한 시위대가 해남대대 무기고를 습격하려고 한다”며 무장 헬기 출동 및 사격 지시를 내렸고, 22일에는 장흥교도소 습격에 대응한다며 헬기 조종사에게 “로켓포를 쏴서라도 때려라”라는 출동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 때는 간부들을 긴급 소집한 뒤 지역민과 소통을 단절해 광주 시민들의 ‘5·18 트라우마’를 자극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전국에 지역 단위 계엄사령부를 설치하던 상황에서 유일하게 31사단만 “위법성이 우려된다”는 참모 회의 의견을 반영해 계엄사를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31사단과 지역민의 간 공존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생활환경 문제, 도시 균형발전 장애 등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부대를 도시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 북구도 오는 6월까지 ‘31사단 이전과 부지 활용을 위한 기본구상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중으로, 부대 이전이 완료됐을 경우를 가정해 부지 활용 방안을 담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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