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부진에 산불까지…‘이중 악재’로 농산물 가격 ‘비상’
2025년 03월 30일(일) 20:00
경북 의성·청송·안동 등 마늘·사과 주산지 화재 피해 심각
광주, 사과 평년보다 75% 상승…마늘 가격 2주새 10.7% 올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0일 산불 피해를 입은 의성군의 한 과수원을 방문해 현장 점검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역대급 초대형 산불 여파로 영남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사과와 마늘 등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농산물 물가가 이미 전년보다 10~20% 정도 오른 상황에서, 영남지역의 농지 소실로 수급 불안 우려 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분석한 결과, 광주에서 거래되는 사과(상품·10㎏) 도매가는 지난 28일 기준 8만 4300원으로, 전주(8만 2300원) 대비 2000원(2.4%) 올랐다.

사과는 2023년 여름 생육기에 폭염과 폭우 등이 덮치면서 작황부진으로 공급이 대폭 줄었고, 지난해 ‘금 사과’로 불릴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 대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사과를 비롯한 일부 농산물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광주지역 사과 도매가는 올 3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는 8% 하락했지만, 평년(4만 8107원)보다는 여전히 75%나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올 들어 소폭 하락하던 사과 가격은 영남지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 사태 여파로 또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청송, 안동, 영양, 영덕 등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농지와 과수원 등 각종 시설들이 심각한 화재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화마가 매년 국내 사과 생산량의 10% 수준인 8만t 안팎의 사과를 생산해온 ‘사과 주산지’ 청송군을 덮침에 따라 올해 사과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늘 가격도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매년 9700t가량의 마늘을 생산하는 의성군 곳곳이 산불 여파로 불에 타면서, 마늘 공급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기준 광주지역 깐마늘(상품·20㎏) 도매가는 16만 5000원으로, 영남에서 산불이 처음 발생했던 지난 14일 14만 9000원 대비 2주새 10.7%나 상승했다. 이 밖에도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들이 양파와 쪽파 등 타 작물도 많이 재배하고 있어 주요 농산물의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정부는 이번 산불로 인한 사과 피해 규모가 전국 재배면적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수급 문제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과와 마늘 등의 도매가 상승 전환 역시 일시 현상으로, 이같은 농산물의 수확시기가 6월 이후인 만큼 현 시점의 가격 상승과는 무관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불 피해로 인해 일부 농산물의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 “사과 등 과수의 생육이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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