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이발봉사’ 김광주 할아버지 대통령 표창
2025년 03월 27일(목) 19:30
‘국민추천포상’ 543건 심사 거친 뒤 대국민 온라인 투표로 결정돼
“평생교육원서 공부 재미 만끽”…행안부, 수상자 미담집 발간키로
“생각해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더군요. 제가 오랫동안 무료로 많은 사람들 머리를 깎아줬지만, 나눈 만큼 저에게 다 돌아오는 것같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광주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제 이름을 광주(光州)라고 지었는데 늘그막에 제가 이름처럼 빛난 것 같아 행복합니다.”

올해 85세의 김광주<사진> 할아버지는 60년 넘게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14살 부산 영도다리 아래서 하얀 가운을 입고 사람들의 머리를 깎아주던 이발사의 모습이 멋져보여 가위를 들기 시작한 그는 24살 해남에 자신의 이발소를 개업한 후 꾸준히 이발 봉사를 해왔다.

김 할아버지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행정안전부의 ‘제14기 국민추천포상’ 시상식에서 꾸준히 나눔을 실천한 공적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한 20명이 국민훈장 등을 받았다.

국민추천포상은 국민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정부포상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포상하는 제도로 이번 포상은 2023년 7월1일부터 1년간 국민들이 추천한 543건에 대한 심사를 거친 뒤 지난해 10월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반영해 결정됐다.

광주시 북구 용봉동 주공아파트 21층에 살고 있는 김할아버지는 한 층 위인 22층에 미니 이발소를 오픈하고 주민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또 오토바이 사물함에 이발 기구를 싣고 경로당과 요양원 등을 다니며 머리를 깎아준다.

해남군 화산면에서 한창 때는 면도사 포함 8명의 종업원을 두고 ‘남광이발관’을 30년간 운영했던 그는 특히 결혼을 앞두거나 외지로 나가는 동네 사람들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줬고 그 수가 600명이 넘는다.

“머리를 예쁘게 깎아주면 무엇보다 내 기분이 좋아요. 모두 다 한 세상 똑같이 사는데, 혼자만 편하게 살려고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사람들 머리 예쁘게 깎아줘야죠.”

공부하는 인생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는 그는 현재 전남대 평생교육원 ‘즐거운 생활반’에 다니고 있다.

한편 행안부는 제14기 국민추천포상 수상자의 사연이 담긴 미담 사례집을 발간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상자의 공적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