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인 예술단 소속 어엿한 직장인입니다”
2025년 03월 24일(월) 19:25
광주사회서비스원 장애인 직업 예술단 ‘살구예술단’ 발대
플루트·드럼·보컬 등 8명 구성…추가 단원 2명 모집 중
9월 정식 발표회…“세상과의 소통에 음악이 큰 힘 될 것”

장애인으로 구성된 ‘살구예술단’이 최근 열린 발대식에서 공연하고 있다. <광주시사회서비스원 제공>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지난 19일 광주 남구장애인복지관에서 열린 장애인 직업 예술단 ‘살구예술단’ 발대식 현장. 드럼, 퍼커션, 기타, 플루트, 보컬을 맡은 단원들은 YB밴드의 ‘나는 나비’를 무대에 올렸다.

광주사회서비스원(원장 김대삼)이 중증장애인(발달 장애, 지체 장애)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전문 직업 음악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살구예술단은 ‘음악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꿈꾼다. 이날 신분증과 명함을 전달받고 어엿한 직업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단원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떠올리며 행복해했다.

현재 단원은 행정 업무를 맡은 구윤회씨를 비롯해 김찬영(플루트), 김하람(드럼), 김경욱·김건·정성훈(보컬), 강한울이(기타), 김민국(서브 타악기)씨 등 8명으로 추가 단원 2명을 더 모집할 예정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단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음악인으로의 꿈을 키워왔다. 현재 호신대와 광신대에서 음악 공부를 하는 등 오랫동안 음악 교육을 받았고 다양한 무대에도 서 왔다.

사회서비스원은 체육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문화예술 분야 장애인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 장애인들을 응원하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살구 예술단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예술단 이름은 사회서비스원의 상징인 맹인안내견 ‘살구’에서 따왔다.

사회서비스원은 단원들의 음악적 역량을 개발하고 음악 활동을 돕기 위한 훈련 및 연습 공간으로 평가를 거쳐 남구장애인복지관을 선정했으며 단원들은 복지관으로 출근해 밴드 연습을 한다. 예술감독은 강윤숙 재즈 피아니스트가 맡았다. 매주 수요일 전체 앙상블 수업을 하며 요일별로 보컬 등 분야별 세부 교육을 진행한다.

“단원 중에는 음악 교육을 받아 악보 리딩이 가능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악보 보는 게 익숙하지 않은 단원도 있어요. 음악적인 기초 등을 어렵지 않게 가르치며 기초를 탄탄히 하고 악기 연습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단원들과 앞으로 연주할 곡은 상의해서 골랐어요. 우선 SG 워너비의 ‘라라라’ 등 흥겨운 곡을 연주할 계획입니다.”

강윤숙 예술감독은 “몇 차례 연습을 진행했는데 단원들 모두가 즐거워하며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구예술단은 오는 9월 정식 발표회를 열 예정이며 장애인 관련 교육과 행사 등 다양한 무대에도 설 계획이다. 특히 이번 예술단 발족은 단원들 뿐 아니라 자녀들이 힘들게 음악하는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에게도 의미있는 일이다.

“아이가 음악을 좋아해 음악이 직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건이 여의치 않았어요. 이번 예술단 발족으로 우리 학부모들 모두의 꿈이 실현된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잘 해서 이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계속 진행되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게 서툴기는 하지만 ‘음악’이 큰 힘이 되어 줄 거라 생각합니다.”

타악기를 연주하는 김민국씨의 어머니 류진주씨는 “살구예술단이 좋은 모델이 돼 더 많은 장애인 친구들이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며 음악하는 직업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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