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모친 ‘생전 장례식’서 온 가족 울고 웃다
2025년 03월 18일(화) 20:45 가가
4대 가족이 펼친 ‘순천 임정순 여사 특별한 장례식’ 눈길
공로상 증정·추억 영상 상영·5초 포옹 나누며 사랑·감사 전해
가족 28명 4개월여간 ‘잔치’ 준비…살아온 삶 떠올리며 감동
공로상 증정·추억 영상 상영·5초 포옹 나누며 사랑·감사 전해
가족 28명 4개월여간 ‘잔치’ 준비…살아온 삶 떠올리며 감동
“위 사람은 지난 90년, 타고난 강인한 생명력으로 강하고 억척스럽게 어려운 시절을 헤쳐왔으며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해처럼 든든하게 가족을 지켰고, 가족과 이웃에게 정성을 다한 음식으로 아낌없이 사랑을 실천하였으며 평생 지혜롭고 부지런하여 심신이 건강한 최고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셨습니다.”
3남 1녀 자식과 손자·손녀들이 전해준 ‘임정순 공로상’을 받아든 어머니는 감동했다. 그는 딸이 다시 읽어준 글귀를 찬찬히 들으며 “가족들에게 이런 것도 받고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근 순천의 ‘그림책 카페 리디아’에서 열린 임정순 여사의 ‘생전 장례식’은 어머니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의미있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70세 큰 아들부터 80일 된 증손자까지 4대 28명의 가족이 모여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
“아직 엄마가 건강하시고, 정신이 총총하셔서 우리들 알아보실 때 다함께 모여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돌아가신 후에 모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을 했죠. 살아계실 때 엄마의 인생을 함께 기억하고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여겼죠. 엄마에게도 아름다운 마무리가 필요하고요. 가족 중 일부는 ‘장례식’이라는 단어가 낯설어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취지를 이해해 모두 힘을 합쳐 생전 장례식을 준비했습니다.”
행사를 처음 제안한 딸 박은희씨는 “우리 가정과 개개인의 삶에 평지풍파가 있을 때마다 엄마는 장군처럼 우리를 끌고 그 고비를 넘어가셨다”며 “이번 행사는 어려운 시절을 버티며 한 생을 잘 살아오신 분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지난해 11월 ‘임정순 90년 빛나는 별’이라는 이름으로 단톡방을 개설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행사를 준비했다. 모일 날짜를 정하는 투표부터 시작해 영상, 음식준비, 사진 전시회 등 행사 내용을 함께 논의했다.
행사장에서는 3남 1녀 각 가정이 어머니, 할머니와의 추억을 담아 촬영한 영상이 상영됐고, 아이들의 합창무대도 펼쳐졌다. 둘째 아들이 영상 편지로 어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를 전할 때는 잊고 지냈던 그의 삶을 떠올리며 모두가 감동했고 특히 온 가족이 어머니를 꼭 껴안으며 온기를 나눈 ‘5초 포옹하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어머니는 친필로 이름을 쓴 5만원짜리 봉투를 준비해 가족들을 일일이 부르며 전해줬다.
어머니가 준 선물은 또 있었다. 3대가 모인 단톡방은 가족들의 마음을 나누는 ‘소통방’이 됐다.
“무엇보다 가족간의 정이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며 조카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했어요. 손님처럼 그냥 와서 참석하는 게 아니라 행사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각자에게 1인 1역을 맡겼죠.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좋았던 건 젊은 조카들이 가족의 뿌리를 느꼈다는 점이예요. ‘가족의 연대가 중요하구나, 어디를 가도 이 힘으로 사는구나’ 마음에 새겼을 거예요.”
원예강좌와 그림책 읽기를 진행하는 ‘리디아’ 주인장인 은희씨의 제안으로 2부 행사에서는 웰다잉에 대한 내용을 담은 그림책 ‘오소리의 이별 선물’을 함께 읽는 시간도 마련했다. 다음날 어머니가 사는 목련나무집에 다시 모인 가족들은 기념촬영을 하고 각자의 삶터로 돌아갔다.
은희씨네 ‘생전 장례식’ 소식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감동적이다. 나도 살아생전 하고 싶다. 우리 가족도 해봐야겠다” 는 말을 전했다. 은희씨는 “생전 장례식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이자 앞으로 남아있는 날들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최근 순천의 ‘그림책 카페 리디아’에서 열린 임정순 여사의 ‘생전 장례식’은 어머니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의미있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70세 큰 아들부터 80일 된 증손자까지 4대 28명의 가족이 모여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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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서는 3남 1녀 각 가정이 어머니, 할머니와의 추억을 담아 촬영한 영상이 상영됐고, 아이들의 합창무대도 펼쳐졌다. 둘째 아들이 영상 편지로 어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를 전할 때는 잊고 지냈던 그의 삶을 떠올리며 모두가 감동했고 특히 온 가족이 어머니를 꼭 껴안으며 온기를 나눈 ‘5초 포옹하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어머니는 친필로 이름을 쓴 5만원짜리 봉투를 준비해 가족들을 일일이 부르며 전해줬다.
어머니가 준 선물은 또 있었다. 3대가 모인 단톡방은 가족들의 마음을 나누는 ‘소통방’이 됐다.
“무엇보다 가족간의 정이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며 조카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했어요. 손님처럼 그냥 와서 참석하는 게 아니라 행사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각자에게 1인 1역을 맡겼죠.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좋았던 건 젊은 조카들이 가족의 뿌리를 느꼈다는 점이예요. ‘가족의 연대가 중요하구나, 어디를 가도 이 힘으로 사는구나’ 마음에 새겼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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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씨네 ‘생전 장례식’ 소식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감동적이다. 나도 살아생전 하고 싶다. 우리 가족도 해봐야겠다” 는 말을 전했다. 은희씨는 “생전 장례식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이자 앞으로 남아있는 날들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