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빈집 사업 ‘빈수레 만 요란’
2025년 03월 16일(일) 19:50
전남 빈집 2만 1379호…정부 ‘농촌 빈집 은행’사업 강진군만 참여 의사
부동산 업계, 근본적 정주 여건 개선 없이 활동비 지원에 실효성 의문
정부가 급증하고 있는 농촌 빈집 정비사업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단순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 지원에만 그쳐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과 도시 대비 생활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남에서만 농촌 빈집이 2만호를 넘어서는 등 농촌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쌀값 인상 등 근본적인 농민의 삶 개선 없이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지원만으로 빈집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게 농촌 자치단체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지원 규모도 빈집 거래 건수별로 소액에 불과한 만큼, 부동산 중개업자들마저도 참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르면 5월부터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등과 협업해 ‘농촌 빈집 은행’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전국적인 농촌지역 황폐화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네이버부동산 등 부동산 거래 플랫폼을 통해 간편하게 농촌빈집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농촌지역 빈집의 실소유자 동의를 받은 뒤 그 정보를 민간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 등록함으로써 농촌 빈집 거래 활성화를 하는게 핵심이다.

민간 플랫폼 외에도 귀농귀촌 통합 플랫폼인 ‘그린대로’와 한국부동산원 빈집정보 플랫폼 ‘빈집애’ 등에도 농촌 빈집 정보를 제공한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으로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지자체와 관리기관을 모집한다. 이어 오는 4월에는 농촌 빈집 거래를 주도할 공인중개사를 모집하고, 거래 동의 빈집을 확보할 예정이다. 오는 5월부터는 각 플랫폼에 농촌 빈집 등록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가 모집·선발한 공인중개사를 통해 각 지자체별 농촌 빈집 실소유주와 수요자 간 거래가 이뤄지게 되며, 정부는 공인중개사에게 사업 참여시 1건 당 25만원, 최종 부동산 거래 확정 이후 25만원 등 총 5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한다.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오는 24일까지 농식품부에 신청하면 된다.

다만 농촌 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근본적인 정주 여건 개선 없이 사실상 부동산 중개수수료인 ‘복비’를 일부 지원해 주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어서다. 일단 농촌 빈집이 285호에 불과한 광주시는 사업 자체가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12일 지역 내 5개 구청의 실무자 회의를 열고 17~18일 중으로 사업 참여 지자체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치구가 없는 상황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앞선 실무자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사업 참여를 하려는 곳은 없었다”며 “우선 지역 내 농촌 빈집 자체가 적고, 이번 사업이 농촌 황폐화 방지를 위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노후된 집이더라도 일가족 구성원이 살아왔던 집이기 때문에 팔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빈집이 2만 1379호에 이르는 전남 자치단체 역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전남지역 22개 시·군 가운데 강진군만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전남도는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자치단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사업 참여 혜택이 거의 없는 만큼 큰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내 부동산 중개업계의 반응도 냉랭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정부 지원 사업인 만큼 계약별로 까다로운 서류 절차 등을 거쳐야 된다”면서 “특히 빈집의 경우 상대적으로 계약이 쉽지 않고, 중계 수수료도 적은 게 일반적이어서 아직까지는 다들 이번 정부 지원 사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농촌 빈집은 철거하는 방식 위주로 관리를 진행해왔지만, 철거비 지원에 따른 재정적 부담과 빈집 활용 수요 증가로 많은 참여를 예상하고 있다”면서 “자치단체와 공인중개사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촌 빈집 실소유자 150명과 도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민의 농촌 빈집 활용(매입·임차) 의향은 60.5%에 달했고, 실소유자들의 빈집 임대 및 매각 의향도 각각 54.0%, 64.7%를 기록한 바 있다.

박성우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농촌 빈집에 대한 수요자와 공급자 간 연계를 통해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버려진 농촌 빈집이 지역의 생산적인 자원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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