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민의힘 흔들기에도 ‘尹 탄핵 심판’ 고삐 죈다
2025년 02월 02일(일) 19:40
마은혁 재판관 권한쟁의심판 내일 결론…9인 체제 완성될 듯
4일 탄핵심판 심리 재개…6일부터 신속 심리 종일 재판 진행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 미임명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하루 앞둔 2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헌재)가 국민의힘의 ‘헌재 흔들기’에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정치권의 재판관 정치편향 논란을 공개적으로 반박한데 이어 3일 예정대로 국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의 결론을 내린다. 이번 주 탄핵 관련 국회 측 증인들을 불러 신문을 진행하고 오는 6일부터는 신속 심리를 위해 종일 재판도 진행한다.

◇헌재 완성체 구성되나 =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3일 오후 2시 국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의 결론을 낸다.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타당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번 판결은 최 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3명의 재판관 후보자 중 정계선·조한창 두 명의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를 제외한 것이 국회의 ‘헌재 구성 권한’을 침해했는지가 쟁점이다.

헌재가 국회의 헌재 구성권이 침해됐다고 인정하면 최 대행은 마 후보를 재판관으로 즉각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조계는 헌재가 국회 측 주장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인씩 임명하는 재판관 선출의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가 ‘국회 몫 3인 재판관’을 선출한 것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재량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는 9인 재판관 체제가 완성된다. 결국 윤 대통령에 탄핵심리의 결과에 대한 정당성의 논란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 측 일부 의원들은 헌재가 국회 손을 들어주더라도 즉각 마 후보를 임명할 필요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권한쟁의심판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명의로 낸 것을 문제 삼으면서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국회 표결을 통해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헌재, ‘재판관 편향’ 반박 =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일부 재판관에 대한 ‘정치 편향’ 논란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의힘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10여 년 전 SNS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교류한 사실부터 재판관 가족들의 정치적 성향까지 문제삼고 있다.

판사 시절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문 대행이 2010년 자신의 트위터에 “굳이 분류하자면 우리법연구회 내부에서 제가 제일 왼쪽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고 올린 글과 블로그 글 등을 도마에 올렸다.

이미선 재판관의 친동생인 이상희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산하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은 사실도 거론하고 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브리핑룸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은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법부의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헌재는 우려를 표한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이 노골적으로 헌재 재판관 흔들기에 나서자 공보관 입을 빌어 공개적으로 반박한 셈이다. 문 대행도 지난달 29일 개인 SNS에 “원문을 읽어보라”며 당시 블로그 전문의 링크를 올렸다.

천 공보관은 문 대행의 좌편향 논란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 대행은 페이스북 친구 관계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10여년 전 댓글과 대화 내용까지 기억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 개인 성향을 획일, 단정 짓고 탄핵 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천 공보관은 이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지, 그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라면서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으로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빨라지는 탄핵심판 시계 = 헌재는 4일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재개한다.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5차 변론기일이 진행된다.

이날 국회 측 증인인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이들 증인들은 비상계엄과 관련 윤 대통령 또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받아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헌재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만약 윤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언이 나오면 윤 대통령의 대응도 주목된다. 이후 6일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오전 10시부터 하루 종일 진행된다. 기존 오후 2시에 시작해 서너 시간가량 진행되던 재판 시간을 대폭 늘려 ‘집중 심리’를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2~3월 안에 심리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헌재는 “증인신문이 많아지고 변론도 본격적으로 진행돼 시간을 늘리는 것”이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는 오전과 오후 번갈아 총 17차례 변론이 진행됐다.

한편, 헌재는 국회 신청 증인으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채택했고, 윤 대통령 측 증인으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을 받아들였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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