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매력, 유럽의 소도시] 폐허 이겨낸 고성·시가지… 중세로 떠나는 ‘마법의 門’
2025년 01월 15일(수) 08:00
<2> 독일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언덕 위 궁전·저택으로 요새 이룬 붉은 고성
수백년 증개축 이뤄지며 시간의 변화 고스란히
프리드리히 관 8m 와인 술통 기네스북 올라
괴테가 즐겨 찾았다는 정원, 철학자의 길
가장 오래된 하이델베르크 대학 고풍스런 풍경
대학가 주변 헌책방·빈티지 잡화점도 낭만 가득

매력적인 중세도시 하이델베르크는 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로 이름이 높다. 하이델베르크성에서 바라본 구 시가지 모습은 매혹적이다.

‘괴테가 사랑한 도시, 대학의 도시 하이델베르크’

도시의 관문 역할을 하는 중앙역에 도착해 만나는 글귀는 그 도시의 안내장 같은 역할을 한다. 독일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중앙역사에 들어서면 화려한 벽화와 함께 이 문구가 눈에 띈다. 대문호 괴테의 흔적을 접할 수 있으리라는 설렘과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하이델베르크 대학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여행자는 발길을 옮긴다. 굴곡진 역사를 껴안고 있는 붉은 벽돌의 하이델베르크성이나 테너 마리오 란자가 부른 ‘축배의 노래(Drink Drink Drink)’로 유명한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촬영지로 이 도시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닿는 하이델베르크는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행지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 후 프랑크푸르트를 구경하는 대신, 하이델베르크를 방문한 후 곧장 베를린 등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도 한다.

‘매혹적인 중세도시’ 하이델베르크의 대표 명소는 단연 하이델베르크성이다.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와 네카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붉은색의 고성은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코른마르크트 광장 등 도시 이곳 저곳에서 얼핏얼핏 모습을 드러내는 성은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여행자들은 푸니쿨라 산악열차를 타거나 걸어서 성에 당도한다.

성은 부서진 건물의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역사 속에서 부침을 거듭하며 수난을 당했다. ‘30년 전쟁’(1616~1648)과 팔츠계승전쟁(1689~1697)을 거치면서 성은 파괴됐고 자연재해와 화재 등이 계속되면서 18세기에는 페허 상태로 남겨졌다 19세기에 복원됐다. 13세기에 시작돼 오랜 기간 중개축이 이어졌기에 고딕부터 바로크까지 다양한 양식의 건물을 만날 수 있는 점은 흥미롭다.

프리드리관 뒷편의 테라스는 붉은 지붕의 건물, 네카강을 가로지르는 테오도어 다리, 숲과 나무가 어우러진 시내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핫 스폿이다. 건물 지하에 있는 대형 와인 술통 ‘피스바우’도 명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 술통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8m 높이의 참나무 술통에는 22만ℓ가 넘는 와인이 들어간다. 술통 옆에는 늘 술에 취해 있었다는, 술 지킴이 페르케오의 조각상이 웃음을 머금게 한다. 중세부터 현재까지 의약품과 관련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는 독일약학박물관도 눈길을 끈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성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프리드리히 5세가 아내 엘리자베스의 생일 선물로 하룻밤만에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엘리자베스 문’은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지나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로 이어져 많은 커플들의 단골 코스가 됐다. 그가 왕비를 위해 만든 로맨틱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정원 호루투스 파라티누스(Hortus Palatinus)는 천천히 거닐기 좋은 공간이다. 다양한 인종, 연령대의 관광객들이 정원 끝 테라스에 삼삼오오 모여 시가지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괴테 역시 이 정원을 즐겨 찾았기에, 그의 시가 적힌 기념비와 조각상, 괴테 벤치가 자리하고 있다.

푸니쿨라를 타고 성에 오른 이들은 좁은 길을 걸어 내려와 다시 시가지로 발길을 옮긴다. 카를 테오도르 다리에 서면 붉은 빛의 하이델베르크 성이 한 눈에 보여 성을 배경으로 가장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하이델베르크에서 활동했던 철학자들이 명상에 잠기고 영감을 얻곤 했다는 산책로 ‘철학자의 길’이다.

반대쪽 다리 입구에 있는 거울을 든 ‘하이델베르크 원숭이상’은 명물 중 하나다. 거울을 만지면 재운이 따르고, 원숭이가 뻗은 손가락을 만지면 하이델베르크 에 다시 오게되며, 아래의 쥐를 만지면 자녀를 많이 낳는다는 전설이 있어 조각상은 반질반질해졌다.

하이델베르크성의 대형 와인 술통은 8m 높이로 세계에서 가장 큰 술통이다.
하이델베르크 관광의 시작점인 보행자 전용도로 하우프르 거리, 시청사와 성령교회가 있는 마그르트 광장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 기념품 숍 등이 즐비해 사람들로 붐빈다.

1386년 루프레히트 1세가 설립한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1803년 카를 프리드리히에 의해 최초의 국립대학으로 지정됐다. 대학광장을 중심으로 박물관으로 활용되는 옛 대학 건물, 신관 대학 건물로 이뤄져 있으며 16세기 풍의 아름다운 붉은색 건물인 하이델베르크 대학도서관은 고풍스러운 공간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하이델베르크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대학 감옥이다. 중세부터 대학 자치권을 가지고 있던 하이델베르크에서는 학생이 죄를 저지를 경우 감옥에 가뒀는데, 이 곳에는 당시 수감됐던 학생들의 낙서 등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구시가지에서 만나는 헌책방 ‘ANTIQUARIAT HATRY.
하이델베르크를 걷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다양한 책방을 만나는 것이다. 대학도시답게 곳곳에 크고 작은 서점들이 많다. 책과 앨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명한 헌책방 ‘ANTIQUARIAT HATRY’에 들어선 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다양한 언어로 쓰인 온갖 책과 포스터, 엽서, LP판, CD 등이 가득한 공간은 ‘나만의 보물찾기’에 나선 사람들로 북적였다. 좁은 철제 계단을 오르내리며 물건을 고르고 책방 곳곳에 놓인 낡은 소파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이들 용품과 함께 다양한 어린이 책을 만날 수 있는 서점, 하늘로 난 천창으로 푸른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서점, 온갖 빈티지 물품을 판매하는 잡화점 한켠을 차지한 책 코너, 시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가져갈 수 있는 ‘거리의 책장’등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도시 어디에나 있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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