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마약 운반책의 선처 호소 눈길
2025년 01월 07일(화) 20:45
“보이스피싱에 전세사기까지 당해 막다른 길 몰렸다”
마약범죄 양형기준 강화 속
검찰 징역 5년·추징금 구형
“가족 모두가 벼랑 끝에 내몰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습니다.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7일 광주지법 204호 법정에서 형사5단독(판사 지혜선)심리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향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이 진행됐다.

최후 진술에 나선 A씨는 범죄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곡절을 소개하며 고개를 숙였다.

잇따라 닥친 불행은 A씨의 삶의 의지를 꺾었다. 그는 태권도장 운영이 경영난에 빠진데다 보이스 피싱 사기와 전세사기까지 당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고립됐다고 주장했다.

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들을 특수학교에 보내던 A씨는 생활고 때문에 배달, 고층 건물 외벽 청소, 대리운전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힘들게 일했지만 건강보험료가 연체돼 수입통장까지 압류당했다. 아버지마저 암수술을 받게되자 A씨는 고액 알바의 유혹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불법을 의심했으나, 절박한 처지에서 수당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조건에 끌렸다는 것이다.

A씨는 SNS에서 ‘실장’이라는 인물이 시키는 대로 검은색 테이프로 돌돌 만 물건을 도심 곳곳에 숨기고 배달했다. 일명 ‘던지기’(특정 장소에 숨겨두면 찾아가는) 수법이었다.

결국, 지난해 11월 광주지역 한 아파트에서 물건을 배달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2175g에 달하는 마약을 운반한 혐의로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재판장은 “불법인 줄 알고도 왜 일을 했느냐”고 물었고, A씨는 “마약이 아니라고 믿었다. 경제적으로 막다른 길에 처해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마약범죄를 범한 A씨의 호소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마약 범죄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가중양형으로 마약 가액 10억 원 이상’에 해당하는 양형 유형을 신설하고 이에 해당하는 범죄는 10년 이상 징역부터 최대 무기징역을 권고하기로 했다. A씨가 배달한 양은 이 기준을 크게 웃돈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징역 5년과 1억6000여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광주지법 같은 법정에서 다음달 6일 열린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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