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내 고장에 이토록 슬픈 일이…” 분향소 6만여명 조문
2025년 01월 02일(목) 20:05
5·18 민주광장 등 애도 행렬
무안공항 계단엔 추모 글 빼곡
부산 거주민 고향 광주 찾아 추모도

참사 닷새째인 2일 오전 광주시 동구 5·18 민주광장에 설치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추모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나명주기자mjna@kwangju.co.kr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닷새째에도 광주·전남지역 분향소에는 희생자를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분향소 설치 이래 2일(오후 4시 현재)까지 5만7895명의 추모객이 방문했다. 무안종합스포츠파크 분향소 1만 2025명, 무안공항 9774명, 각 시·군 1만 7927명 등이다. 광주 5·18민주광장에는 1만 6376명(30일 2463명, 31일 5605명, 1일 6107명, 2일 2201명)이 찾아와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2일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분향소와 광주5·18민주광장에 굳은 표정으로 국화를 손에 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헌화를 위해 국화를 가득 담아놓은 통은 금세 비워져 공항 관계자들은 국화를 채워놓는 손길로 분주했다.

유족들은 분향소 앞에서 “아이고 이렇게 가면 어떡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앉아 서글픈 울음을 뱉어냈다. 헌화대 앞에 서 조문을 마치고도 여운이 남는 듯 자리에 서서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기도 했다.

공항 2층으로 가는 계단에는 추모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이 빼곡했다.

포스트잇에는 “엄마랑 15년 정도밖에 같이 못 지내서 너무 아쉽지만 엄마가 바라던대로 언니랑 나랑 더 열심히 살게”, “언니 아직도 내 옆에 와서 웃어줄 것 같은데 나 앞으로 어떻게 언니를 보지 않고 살아가지?”,“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우리 생각나면 가끔 내려오고 항상 곁에 있어줘” 등의 글귀가 적혔다.

같은 날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의 분향소에도 수천명의 시민들이 줄지어 헌화를 하고 방명록에 애도의 글을 남겼다.

조문객들은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으로 국화를 제단에 올려놓으며 무겁게 묵념을 했다. 일부 조문객은 헌화 이후에도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지 않았는지 인근에서 하염없이 분향소를 바라보고 서 있었으며, 분향소 인근에 둘러 서서 기도를 올리는 교인들도 있었다.

5·18민주광장에는 시민뿐 아니라 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오전에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 소속 조종사훈련생 34명이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으며, 31사단에서도 분향 희망자를 자원받아 단체 분향을 했다.

조문객 유경순(여·72)씨는 직장 동료 김모(여·72)씨와 함께 일하던 중 짬을 내 분향소를 찾았다.

유씨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 큰 사고를 당했다니 가슴이 찡하고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 분향소를 찾아왔다”며 “지금이 아니면 언제 추모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근무 중에 부랴부랴 와서 헌화했다. 가시는 길에 조금이라도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부산에 거주하는 최모(53)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광주까지 찾아와 헌화했다. 자기 고향인 광주 사람들의 참사 소식에 도저히 부산에 남아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씨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순간 목숨을 잃다니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더구나 희생자 대다수가 고향 동네 이웃들이라고 하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며 “부산에도 분향소가 차려지긴 했지만, 먼 곳 보다는 본가가 있는 광주시 동구에서 참배하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무안=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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