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의 탄핵집회 참가율이 높은 이유 - 김경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
2024년 12월 31일(화) 00:00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정부의 퇴진, 동조세력인 국민의힘 해체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들끓고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 촉구를 위한 집회시위에 20·30 MZ세대 여성들의 높은 참여율(30%에 육박)을 두고 정치적 사회참여에 무관심한 줄 알았던 MZ세대들에게 희망을 보았다며 기특하다거나 MZ세대 남성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20·30 MZ세대 여성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은 기성세대에게 기특하다는 평가를 받기 위한 것도, 영웅심리 발로도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명백한 실정과 내 삶으로부터 경험한 불평등과 차별, 불안과 공포, 그리고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 광장 민주주의의 한복판에서 목소리를 내고자 함이다.

윤석열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선언과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소위 ‘이대남-이대녀의 젠더 갈라치기’ 선거 전략을 통해 집권하였다. 집권 이후에도 여성과 젠더, 성평등을 지우고 관련 정책을 축소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였다.

작년 6월, 유엔개발계획(UNDP)의 젠더사회규범지수(GSNI) 보고서는 한국이 조사대상 37개국 가운데 성평등에 반하는 편견이 가장 많이 심화된 것으로 발표하였다. 성에 대한 편견이 없는 한국인의 비율은 10.12%에 그쳐 성평등 수준이 높은 나라인 스웨덴 68.24%, 뉴질랜드 65.56%와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성평등 인식 수준은 후퇴하고 성평등에 대한 반발은 급격히 증가한 나라라는 불명예를 가져왔다.

성평등 인식수준의 향상을 위해서는 성차별을 감지하는 능력인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국정운영이 필수적임에도 사회 각 분야의 높은 성별 격차, 성별 임금격차 1위,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지수,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성차별 문화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을 입증하는 수많은 국제적, 객관적 데이터들을 외면하고 왜곡했다. 그 사이 한국의 성평등 민주주의는 최소 10년은 후퇴했고 여성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저 여자라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과 불법 촬영, 감금 및 죽임을 당하는 페미사이드 현상 앞에서 분노와 공포를 넘어 ‘그 일이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연대의식이 형성되지 않을 수 없었다.

20·30 MZ세대 여성들의 높은 탄핵집회 참여율은 기이한 현상이 아니라 그들의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4.19혁명, 5.18민중항쟁, 1987년 민주화 대투쟁 등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독재와 불평등 및 불의에 맞서 늘 광장에 있어 왔다.

특히 20·30 여성들은 청소년기에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8년 전 박근혜 정부 퇴진 집회를 경험하고 주도한 세대이다. 그들은 광장민주주의를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역사의 주변인이 아닌 주체로 변화되어 갔다. 촛불 및 민중가요 대신 응원봉과 K팝으로 무장한 새로운 K집회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열광하거나 주목하기 보다는 20·30 여성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어떤 사회를 바라고 있는지에 더욱 주목해야 할 때이다.

탄핵 정국은 신속히 종결되어야 하며 그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각성도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민주주의 정책의 퇴행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도 성평등 정책은 주요한 쟁점 사항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탄핵정국에서도 고금리, 고물가의 경제 위기, 안보 위기, 국가 신인도 하락 등의 담론만 지배적이다.

이러한 문제들도 중요하지만 조기 대선과 2년 후 지방 선거에서는 청소년, 청년들이 미래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사회, 정의와 평등의 가치가 살아있는 사회, 상호 존중과 배려 및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국정의 주요 가치와 방향으로 설정한 중앙 및 지방 정부가 들어서길 기대해 본다. 20·30 여성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 성평등 민주주의의 실현을 주요 국정 및 지방정부 과제로 제시하는지 지켜보고 연대할 것이다.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희생된 179명의 사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하며 대한민국이 안전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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