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힘이 세다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12월 30일(월) 22:00
프란치스코 교황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聖門)을 열고 2025년 가톨릭 희년(禧年)의 시작을 알렸다.

25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에게 특별한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를 의미한다. 2025년 희년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2000년 대희년을 기념한 이후 처음으로 맞는 정기 희년이다.

가톨릭교회는 1300년(보니파시오 8세 교황)부터 50년마다 희년을 기념하기 시작했는데, 1475년부터 25년 주기로 줄였다. 모든 세대가 최소한 한 번 희년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희년에는 빚을 진 사람은 탕감받고 노예는 해방됐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법에 따라 50년마다 한 번씩 축제를 열었는데, 이때 모든 빚을 탕감하고 노예를 해방하라는 규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의미를 고려하면 희년은 억압받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해방의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특히 내란을 일으킨 혐의로 탄핵 심판대에 선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 국민 뜻을 외면하고 내란 세력을 비호하면서 시간을 끄는 행태를 보이는 국무위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에 분노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한 해를 보냈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발포 명령까지 내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돌이켜보면 올해에는 디올 백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채 해병 사건의 징계 무마 의혹에다, ‘명태균 게이트’가 터지더니 비상계엄까지 선포됐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삶으로 증명됩니다. 이제 함께 한 걸음 더 다음 단계로 나아갑시다./…/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의 희망은 국민 속에 있습니다. 희망은 힘이 셉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한 뒤 전한 메시지다. 어느 때보다 희망을 필요로 하는 때다. 교황도 2025년 희년의 주제를 ‘희망의 순례자들’로 정했다. 혼란을 끊어내고 비정상적 정치권력에서 해방되는 희년을 맞자.

/김지을 정치부 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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