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생명 잃은 데 깊은 슬픔” 이른 아침부터 추모 발길
2024년 12월 30일(월) 19:50
광주 5·18민주광장·무안 실내체육관에 합동분향소…희생자 애도

30일 오후 광주시 동구 5·18 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 광주·전남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잇따랐다.

30일 무안군 현경면의 무안종합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각각 1751명, 1693명의 조문객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오전 11시 무안 실내체육관은 분향소가 설치되기 전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헌화와 묵념에 나선 조문객들은 비통한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들의 위패에서 눈을 떼지 못했으며, 조문을 마치고도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조문객은 국화 위에 어린 희생자를 위한 자동차 장난감을 놓아두고 가 조문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변영옥(여·70·무안군 무안읍)씨는 아들이 현재 태국 여행 중인 터라 사고 소식이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며 눈물을 삼켰다. 변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곧장 전화하니 다행히 전화를 받더라”며 “어린 아이들도 많다는데 자식 같은 사람들, 아까운 사람들이 너무 많이 희생됐다. 가족을 잃었을 유족을 생각하면 참담하다”고 말 끝을 흐렸다.

노향랑(여·64)·박수지(여·38)씨 모녀는 자주 방문하던 곳에서 참사가 발생해 더욱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박씨는 “우리도 가족끼리 여행을 자주 다녀서 12월 초에도 무안공항을 통해 외국여행을 다녀왔다”며 “한순간 가족들을 잃은 유족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끔찍하다”고 울먹였다.

같은 날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도 하루 종일 헌화 행렬이 이어졌다.

28년지기인 순천의 교사 부부의 사고 소식을 접한 박미경(58)씨는 분향소에 헌화한 뒤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시신 수습이 얼마나 걸릴 지 모르니 장례식도 언제 열릴지 모른다는 마음에 분향소부터 찾았다는 것이다.

박씨는 “친구 부부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명예퇴직을 하고 부부 동반 여행을 다녀오던 차였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평생 동고동락한 친구였다”며 “다음 달 20일 전후로 같이 맛있는 것 먹자고 약속도 잡아놨는데 이렇게 먼저 떠나면 어떡하냐”고 통곡했다.

마수연(여·33)씨는 불과 2주 전에 무안공항을 통해 대만을 다녀왔던 만큼 충격이 더욱 컸다고 눈물을 보였다. 마씨는 “뉴스 장면이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 그런지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나와 가족들에게 일어날 일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며 “나처럼 최근 무안공항에 정규 노선이 취항했다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일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괴롭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30일 무안 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광주·전남 각각의 지자체에서도 분향소를 운영했다. 광주의 경우 서구·남구·북구·광산구가 각 청사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전남에서도 무안에 설치된 정부 합동 분향소 이외에 22개 시군에 분향소가 설치됐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내년 1월 4일까지 1주일간 ‘사고 희생자 애도 기간’으로 정해 광주·전남 전역에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들은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을 달기로 했다.

광주전남기자협회도 이날 애도문을 내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에 위로를 건넸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참사 희생자 대부분은 광주·전남 지역민들이며 동료 한 명도 앗아갔다”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회원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오는 1월4일 자정까지 예정된 국가 애도기간 동안 검은 리본을 달고 취재와 제작 현장에서 임하겠다고 전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