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기어 이상 가능성 커
2024년 12월 29일(일) 20:01
여객기 참사 사고원인은?
관제탑 ‘조류충돌’ 주의→1분후 조종사 조난신고→5분후 사고발생
동체 착륙 시도했지만 속도 줄이지 못하고 외벽 충돌 화염에 휩싸여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가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조류 충돌(일명 ‘버드 스트라이크’)과 랜딩 기어(착륙 장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조류 충돌은 새가 비행기와 충돌하거나 엔진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발생하는 항공 사고로, 엔진 폭발 등을 일으켜 비행기를 추락시킬 만큼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전남소방본부는 29일 무안공항에서 현장 브리핑을 통해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와 기상 악화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관제탑에서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주의를 줬다”며 “조류 충돌 경고 약 1분 후 조종사가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요청했고, 이후 5분 여만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경고를 받은 기장이 동체(胴體) 착륙(바퀴 대신 항공기 기체로 착륙하는 것)을 시도했지만,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해 공항 외벽에 충돌한 뒤 폭발로 인해 화염에 휩싸이면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실제로 사고 직전 비행기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 등에서는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기 전부터 이미 오른쪽 날개 엔진에 불이 붙어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이 확인됐다.

한 유가족은 사고 직전인 오전 9시께 탑승객으로부터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비행기가 착륙에 앞서 조류 충돌로 엔진 등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 인근 목격자들은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 공사장에서 날 법한 ‘펑’, ‘펑’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고 입을 모았다.

비행기 착륙사고를 목격한 무안 주민인 정한영(56)씨 “공항 활주로 옆 도로를 차를 타고 달리는데 비행기가 막 회항을 하고 있었고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면서 “비행기가 착륙하는 고도도 평소에 매우 비해 낮아보였고, 굉음과 함께 활주로를 미끄러지다 쾅하고 외벽에 부딪힌 뒤 화염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사고 직전 영상에서는 착륙 당시 비행기가 바퀴를 꺼내지 않고 동체 착륙을 시도하는 모습도 담겼다.

착륙 당시 ‘랜딩 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이 때문에 비행기가 착륙 이후 속도를 미처 줄이지 못하고 공항 외벽까지 돌진하면서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랜딩 기어 고장이 발생한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이것 역시 조류 충돌로 인해 전자장치 등에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토부는 “조류 충돌 때문에 랜딩기어 이상이 발생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목격한 내용과 기체를 조사하고 나서 내는 결론이 다를 수 있다. 조사를 해 봐야 명확한 원인을 알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행기가 사고 이전 한 차례 착륙에 실패해 회항한 뒤 다시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지는 점도 착륙 시도 이전부터 랜딩 기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국토부는 “비행기가 착륙 전 복행을 했다는 정보들이 들어오고 있다. 다만 정상 착륙이 어려워 관제탑에 긴급 요청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관제탑과 비행기 간 교신 기록, 항적 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등은 이밖에 기체 정비 이력, 안전장애 발생 여부, 동체착륙 시 항공사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무안=유연재 기자 yjyou@·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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